"블루아워, 나를 찾다"
부모님의 기대는 크고, 그 무게는 더 컸다. 부모님이 그토록 바라던 안정적인 직장, 마침내 정규직으로 취직한 나는 3년을 버텼다. 처음엔 모든 게 순조로워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일과 사람, 어느 것도 나와 맞지 않음을 느꼈다. 팀원 간의 갈등은 점점 깊어졌고, 나는 늘 눈치를 보며 살아야 했다. 그 무거운 시선과 묵직한 책임감이 내 어깨를 짓눌렀다.
문득,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종신고용이란 무엇인가? 이 시스템은 결국 회사가 편해지기 위해 만든 것 아닐까? 경쟁을 억제하고 인재를 붙잡아두려는 수단일 뿐이지 않은가?' 일제의 잔재가 여전히 남아 있는 듯한 이 시스템이 나를 압박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압박은 내 머리와 마음을 꽉 조여왔다.
오늘도 회의실을 나와 터벅터벅 발길을 옮기던 중, 문득 푸른색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왜 자연을 살피지 않았을까?' 고개를 들어보니, 계절의 변화가 눈앞에 펼쳐졌다. 어느새 사계절이 아닌 두 계절만 남은 듯한 한국의 여름이 깊어지고 있었다.
해가 지고 어둠이 서서히 깔릴 무렵, 하늘은 깊고 푸른빛을 띠었다. '블루아워'. 해 뜰 녘과 해 질 녘의 그 오묘한 시간. 완전히 어둡지도, 그렇다고 밝지도 않은 그 시간대의 하늘은 마치 나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했다. 어딘가 특별하지만, 확신이 서지 않는 그 순간을 나는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공원을 거닐며 여름꽃의 향기를 맡았다. '꽃의 향이 이렇게 좋았던가?' 나는 너무 많은 것을 놓치고 있었다. 자연의 변화, 계절의 흐름, 그리고 나 자신을.
생각에 잠겼다. '나라는 사람이 먼저다. 우선순위는 나.' 지금까지는 사회와 회사, 그리고 부모님의 기대에 나를 맞추어 살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나 자신을 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일을 10년 후에도 하고 싶을까?' 스스로에게 물었다. 답은 단호했다. '아니, 애초에 직업이 즐거울 수 있을까? 단지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닌가?' 여러 고민이 스쳐 지나갔지만, 결국 나를 버리고 이 업무를 계속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다음 날, 나는 팀장님에게 퇴사의사를 표했다. 그전에 부모님께도 말씀드렸다. 나의 결심은 확고했다. 부모님은 평소 주장 없이 순종적이던 나의 새로운 모습에 잠시 놀라셨지만, 마침내 수긍하셨다.
'블루아워', 이 오묘한 시간 속에서 나는 짙은 나의 향을 찾아 떠날 것이다. 이제는 나를 위해, 나 자신을 찾기 위해 새로운 길을 걸어가기로 결심했다. 이 시간대의 푸르스름한 빛처럼, 나의 미래도 어둡지도 밝지도 않지만, 그 안에 무한한 가능성이 숨겨져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