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들을 구별하는 것은 어려워졌다.
전 세계 곳곳에서 선박들이 의문의 공격을 받는 사건이 잇따랐다. 이 사건들로 인해 선원 및 탑승객들이 모두 사라지는 기현상이 발생했고, 생존자는 단 한 명도 발견되지 않았다. 지역 주민들이 선박을 확인하기 위해 나가 보았지만, 그곳에는 단지 비어 있는 배만이 떠 있었을 뿐이었다. 배에는 어떤 손상도 없었으며, 단지 몇몇 CCTV가 파괴되어 있을 뿐이었다. 이러한 이유를 알 수 없는 사건들로 인해 공포가 확산되었고, 인간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이 모든 일련의 사건은 문어들과 돌고래들의 연합작전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었다. 문어들은 지식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돌고래와 협업을 하는 듯 보였지만, 실질적으로는 빈 배를 육지로 보내는 허드렛일을 모두 돌고래에게 맡겼다. 바다 한가운데서 문어들은 인간들을 납치해 해양기지의 CCTV와 전자기기를 파괴하고, 전리품들을 챙겼다. 그들은 배를 파괴할 수도 있었으나, 그로 인해 터전이 오염될 가능성을 우려해 번거롭지만 덜 파괴적인 방법을 택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문어들의 지성은 점차 발달했고, 돌고래들이 현실에 안주하는 모습이 점점 못마땅하게 여겨졌다. 돌고래들이 바닷속의 안정된 영역에서 만족하는 동안, 문어들은 더 나아가기를 원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신체를 변화시키기 시작했고, 납치한 인간들을 실험 도구로 사용해 점차 인간과 비슷한 형태로 몸을 바꿀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주변 환경에 맞게 몸을 바꾸는 문어들의 능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결과였다. 돌고래들은 문어들의 이러한 변화를 이해할 수 없었다. 왜 그들이 현재의 영역에서 만족하지 못하는지, 돌고래들에게는 의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종족의 협업은 인간들에게 엄청난 공포를 주었다. 인간들은 여전히 상황의 전말을 파악하지 못한 채 혼란에 빠져 있었다. 그러던 중, 선박을 이동시키던 돌고래 한 마리가 우연히 노출되었다. 처음에는 돌고래를 의심하지 않던 인간들이었지만, 반복적인 노출은 그들의 의심을 점차 키웠다. 결국, 인간들은 돌고래를 표적으로 삼아 학살을 시작했다. 돌고래들은 속수무책으로 죽어갔고, 문어들은 이를 지켜보면서도 돌고래들을 외면했다.
문어들의 신체 변형 능력은 이제 인간을 완벽하게 모방할 수준에 이르렀다. 그들의 두뇌는 계속해서 성장했고, 지능 또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높아졌다. 문어들은 하나둘씩 인간 사회로 잠입하기 시작했다. 인간들은 그들이 문어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이미 납치된 인간들을 통해 충분한 실험을 마친 문어들은 인간의 문화, 언어, 군사적인 모든 측면을 이해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이제 문어들은 더 이상 바다의 오염에 대한 걱정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들은 오로지 자신들이 어떻게 더 잘 살아남을 수 있을지 궁리했다. 문어들의 지능은 해양 생물의 범주를 뛰어넘었고, 그들은 자신들을 더 이상 해양 생물로 생각하지 않았다. 문어들의 변화 능력은 인간 사회의 고위층에까지 영향을 미쳤고, 그들은 인간과 구별하기 힘든 존재로 변모했다.
이제 이들은 인간인가, 아니면 문어인가?
인간은, 아니 문어는 결국 인간과 같아졌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