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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둥 Mar 09. 2024

자전거 못 타는 걸 놀리는 건 철부지였다

당연하게 생각한 걸 못 얻어본 이들에게.


"나는 자전거를 못 타."

친구들은 눈이 휘둥그레 해진다.

"엥??? 왜?"

부끄러워진 아이는 재채기처럼 뱉어버린다.

"그냥! 암튼 못 타."

친구들은 아빠가 밀어주는 자전거를 타봤다.

"아빠 놓지 마, 알았지?"


드라마나 영화에선 가끔 아빠가 잡아주고 밀어주는 자전거를 타다가, 손을 놓고 행복하게 달리리는 장면이 나온다. "안 놓았지?' 멀리서 소리치는 말에 아빠는 못 말린다는 듯 웃는 장면 맞다.

아빠가 밀어준 자전거를 타는 영화를
못 찍어본 아이들도 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어린이에게 상처를 주었을까?
순수한 눈으로, '당연한 것들이 너에게는 왜 없냐'는 질문 하나로 말이다.

미국에서 살아온 나의 조카는 부모님 따라 한국에 들어와 잠시 한국 유치원을 다녔다. 그리고 똘망한 눈으로 이렇게 물었다.

엄마, 한국 유치원은 왜 이렇게 작아?


피식 웃었지만.


내가 들은 말들을 나열해 본다. 혹시 이 말을 당연하게 해 본 적은 없는지 생각해 보자.


"해외여행을 한 번도 못 가봤다고?"
"비행기 이륙할 때 귀 막고 신발 벗어야 돼~"
"너 나이에 너처럼 명품 가방 안 들고 다니는 거 흔치 않긴 해~"


.

 회식 자리에서 상무님이 누군가에게 물었다.

"어디 사나 자네는?"

"oo동 삽니다."

나돈데! 어디 아파트야?

"아... 아파트 아니에요"

"아.........."

별 의도는 없었을 것이다. 침묵만 있었을 뿐..


당연하게 생각해 버려서 누군가의 마음에 손톱자국을 남기지 말자.

때로는 그 상처의 크기가 가볍게 느껴지기도 한다.

모기 때문에 가려워서 낸 십자 손톱처럼.

근데 지금 1년이 지나도 내가 들었던 이 말들을 꺼내어낼 수 있다니 꽤나 깊은 손톱 자국인가보다.

생각보다 손톱 자국이 B형 간염 주사 자국처럼

내 어깨 위에 박혀있나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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