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임원이 사원들 대하는걸 보며
모처럼 산뜻한 소풍 날이었다.
엔데믹에 가까워오면서 '국가 규제'를 성실히(!) 따르는 대기업에서도 스리슬금 회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 팀은 센스 있게 일찍부터 나가서 회식을 하기로 했다.
회식도 근무시간이니까! 6시에는 집에 가는게 요즘은 센스 있는 것이다. (별표)
그런데 갑자기 그가 온다고 전화가 왔다.
그의 입장은 이랬다. '뭐? 100% 다왔다고? 그럼 내가 가서 얼굴 비춰줘야지.'
그 나름대로의 노력이고 의리였겠지만은.. 그는 6시에 도착했다.
신나게 게임하던 우리는 임원 앞에서 경건해졌고, 술을 더 사왔고,
신입들은 머쓱하게 앉아있었다.
그는 음식을 더 시키라고 했다. 배고프지 않냠서.
그렇게 우리는 8시 30분까지 앉아있었다. 한 6시간 앉아있으니 허리가 베기더라..
끝나는 줄 알았쥐? 2차 가자. 한 마디에 리더급은 술렁술렁이기 시작했다.
나 역시 땀이 나기 시작했다. 나는 신입이었고 그의 이목을 끌 수밖에 없었다.
후 그래 나는 MZ세대의 M을 맡은 사람으로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참여하자.
다른 신입 친구들은 짱구눈빛으로 '고마워..미안해..'등의 눈빛으로 멀어져갔다.
나는 다시 회사 쪽 술집으로 차에 실려왔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
아. 마음을 다한다는 것과 마음을 얻는 것은 다르구나.
여우와 두루미가 생각나지 않는가. 웃기지 않은가.
저 임원은 열심이고, 나름 많이 사줘서 뿌듯할텐데.
ⓒ사진= 네이버 어린이백과
"두루미야, 내가 정성껏 끓인 수프야. 맛있게 먹어"
그러나 부리가 뾰족한 두루미는 수프를 먹을 수 없어 접시만 콕콕 찍었습니다.
"버섯 수프 안 좋아하니? 하나도 안 먹고 남겼네"
- <<여우와 두루미>>, 이솝 -
서로의 배려에 대해 생각해봤을까? 마음을 다한다고, 마음이 받아지는가?
다들 가정이 있는데 늦게 들어가겠다고 한숨쉬고 전화하고,
신입들은 희생양 보내는 마냥 도살장 마냥 가고 있건만.
본인은 뿌듯하다. 넓은 접시로 준 스프!
2차로 가는 차 안에서 빤짝이는 검은 한강물-비친 가로등마저 힐룽힐룽 웃는 것 같다.
2차 술집에서 임원은 담배를 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게 물었다.
본인이 어렵지 않느냐고.
아뇨? (그 다음말은 편하게 해주셔서요 였는데 이미 사람들이 크게 웃으면서 끝났다.)
내 대답에 임원이 벙-쪘다.
그럼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요?~큽
윗사람은 본인이 펀쿨섹 해보이고 싶으면서도 결국 어려운 위치인게 좋다는 거다.
그 점이 마음을 못 사는거야..
뭐 사실 생각해보면 동네 아저씨/아줌마고,
집에서 윤대통령마냥(?) 강아지랑 노는 사람일거고,
중요한건 나를 자를 수도 없을 뿐더러
원래가 싸바싸바 하는 성격도 아닌데~?
하핫 네 어려우세요~하면 그거도 싫을거면서 말이다! (생각해보면 고난도 질문이다.)
계급장 떼고 어느날 술잔을 기울이며 말하고 싶다.
아저씨, 대접받고 싶은 대로 대접하세요.
돈으로도, 함께 하는 시간으로도 못 사는 것이 마음이더이다.
듣는 것보다 말하는 게 쉬우면 아직 멀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