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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프리 Aug 08. 2022

면역 결핍 환자, 코로나 걸리다

면역 결핍증인데 살아남았다는 기쁨

출처 unsplash / Anshu A


생애 최초로 수영 초급을 결제해 두 번 가고 코로나에 걸렸다. 그래서 또 마지막에 발행한 글이 한 달 전이 되었다.


수영을 다녀온 주말까지는 증상이 없어서 코로나에 걸렸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6월엔 하루에 단위로 발생중이어서 7월에 이렇게 대유행할 거라곤 예상도 못 했고.


면역 글로불린 결핍증으로 백신을 안 맞은 상태였기에 더욱 작년부터 사람 많은 곳을 피했으나, 건강해지려고 간 수영에서 그만 걸리고 말았다.


코로나 확진일 앞뒤로 3일은 침을 삼킬 때마다 목 안쪽을 가로 세로로 칼로 긋는 통증에 고통스러웠다. 내가 왜 이렇게 아파야 하지, 이렇게 아플 거면 그냥 죽는 게 낫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확진 전날에는 아침부터 몇 번이나 설사 증상이 있었다. 식은땀과 현기증, 이명으로 4번 정도는 쓰러질 것 같아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 겨우 오후에 이비인후과를 찾았으나, 검사를 안 하기에 좀 심한 목감기인가 싶었다.


하지만 그 날 처방받은 항생제를 먹는데도 목이 아예 안 나오는 걸 넘어 목이 아파와 숨이 불편해 밤을 샐 정도였다. 그 때 덜컥 겁이 났다. 아니겠지, 설마, 작년에도 목이 아파서 목 안 나왔으니까.




열심히 긍정적으로 생각했으나 오전이 되어도 두 시간도 잠들지 못했다. 간신히 점심에 병원으로 거의 기어갔다. 목이 안 나와서 메모로 소통했다.


-코로나 걸린 적 있어요?

-아니요.


코로나 검사를 할 때 이전까지 몇 번이나 했던 채취 검사가, 차원이 다르게 아팠다. 전에 했을 땐 한 번도 눈물이 난 적 없었는데, 이번엔 의지와 상관없이 눈물 범벅이 됐다.


그 때 '이건 코로나구나' 느낌이 들었다. 겁이 나는 것과 별개로, 전날부터 몇 번이나 세상이 빙글 돌았는데 밤까지 새니 뭔가 현실감이 떨어졌다. 그저 누워있고 싶었다. 


-확진이네요.

-저 면역 글로불린 결핍증이라 백신 맞은 적이 없습니다.

-흠, 많이 아프시면 60세 이상이 받는 약을 보건소에서 처방해 줄 수도 있어요. 보건소에 연락해 보세요.





멍하니 확진자 관련 안내 종이를 받았다. 목소리가 안 나오는데 연락하려니, 텍스트 읽어주는 어플 Aloud를 다운받았다. 보건소에 연락했으나 점심시간이어서 아무도 받지 않았다. 결국 병원 점심시간이 되어 집에 먼저 왔다.


정말 간절하게도 눕고 싶었다. 잠들면 저녁에 일어날 것 같았기에, 보건소 연락에 몰두했다. 보건소와 Aloud 어플로 내가 원하는 바를 말했으나, 거의 알아듣지 못하셨다. 간신히 병원명은 알아들으시고, 병원 점심시간 끝나면 병원과 통화하신 후 다시 연락 주신다고 하셨다.



그 사이 확진자 자가기입식 조사서가 왔다. 면역력 저하자였기에 '집중 관리군'을 선택했다. 




이어 보건소가 병원과 통화를 마치고 그런 약 처방은 현재 따로 보건소가 주는 건 없다는 연락을 주었다. 좀 있으니 관리 의료기관에서 연락이 왔다.


-집중관리군이셔서, 매일 전화를 드릴 거예요.

-혹시 응급실 가려면 연락주신 ○○병원으로 가면 될까요?

-저희는 응급실이 없어요. 응급실 가시려면 □□병원으로 가시면 돼요.



살짝 황당한 대화였으나 응급실을 몇 번을 고민할 정도였기에 알았다는 문자로 마무리했다. 이후로도 며칠 더 문자로 하루 한 번 생사를 확인해 주셨다. 



확진 당일은 목이 너무 아파 구한 사탕을 물어도, 열로 금세 녹았다. 30분마다 하나씩 꺼내먹기를 반복했다. 폐렴 환자같은 기침이 나올 때마다 눈물이 흘렀다. 더 쎄게 스테로이드까지 처방받아 와서 정말 다행이었다.


절대 뭘 먹을 수 있는 목 컨디션이 아니어서, 재빨리 뉴케어 음료를 쿠팡 로켓배송 주문했다. 



그렇게 혼자 앓는 시간만이 남았다. 


친구들이 있는 단톡에 하루 몇 번 생사를 알렸다. 그러면 안 되지만, 하루에 타이레놀을 4번 정도 더 복용했다. 아프지 않기 위해 모든 걸 다해 존재한다는 느낌이었다.










확진 만 4주가 가까워지는 지금에서야 이 정도 되었구나, 싶지만.


확진 전후 3일은 응급실을 하루에 몇 번 고민했고, 합쳐서 약 열흘을 3세대 항생제, 스테로이드, 타이레놀로 간신히 버텼다.


항생제를 끊는 게 무서울 정도였다. 지금도 가만히 쉬어도 맥박이 110~130대가 나온다.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잠들 때 종종 심장 아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제 와 기억엔 스스로가 신기하게도 확진 다음주, 저번주, 지금의 마음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이다.

이걸 기록하고 싶었다.


열흘간 항생제를 먹은 후에는 살아있다는 게 신기했다. 면역 글로불린 결핍증이라 죽는 건가 싶었는데, 한 달에 월세만큼 비싼 주사를 맞으며 치료를 해왔던 보람이 있구나.


내가 살아남다니.

걸리면 당연히 죽거나 중환자실을 갈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러다 저번주에는 체력이 안 돌아와 의기소침해졌다. 코로나 걸리기 전 수영 다닐 때의 체력을 10이라고 하면, 아직까지 3정도였다. 확진 후 아예 한 달을 먹고 싶은 것 먹으며 푹 쉬었으면 모를까, 7월 마지막주부터는 일정이 생겨서 평일에 매일 외출해야 했다. 나갔다오면 최소 3시간은 쓰러지듯 잠들었다. 


확진 후 2주간 못했던 일, 일정들이 3주차부터 쌓여갔다. 조바심이 났다. 해야 할 일이 많은데, 내 하반기는 시작도 못해 봤는데 벌써 8월 첫주가 지나가다니. 한 달 뒤면 추석이지. 그럼 한 해가 다 간 것 같고. 급격히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웬만하면 통화를 선호하지 않는 친구에게도 전화하고 싶다고 연락했다.


그리고 한시간 넘도록 친구와 통화해서, 내가 너무 조급해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짧아도 한 달에서 보통 세 달 정도는 체력 저하로 힘들어 하는 게 대다수라고. 지금 체력이 1/3이 되었다고 해서 영원히 그 체력인 게 아니라고. 의사 선생님도 한 달은 엄청 피곤했다고 하셨고.






'안 걸리면 좋았을걸.'

이런 후회가 들 때마다 늘 데일 카네기의 자기 관리론을 떠올린다.


-1억 8천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겠냐는 질문에는 모두가 당연하게 아니라고 한다. 황당하게 보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왜 180초 전, 180일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이라는 무의미한 가정을 하는가.


180초 전이나 1억 8천년 전이나 못 돌아가는 건 똑같다. 

과거에 살지 말자. 미래에 전전긍긍하지 말자. 

오늘 하루를 충실히 보내자.





오늘은 1시간반 정도만 귀가 후 잠들었다 일어나서 뿌듯할 정도다. 


살아남아서 기뻐하던 마음을 잊지 말자. 

살아서 기쁘고 감사하다. 마음을 나누어 듣고 함께하고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이 있음에 감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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