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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갱 Mar 18. 2020

첫날, 주인과의 만남

새끼 강아지가 개새끼라면

 개는 개로 환생한다.


 이번 견생은 눈을 뜨니 유기견 신세였다. '이번 생은 목줄 없이 그냥 야생견으로 개간지 나게 살아야겠다.' 결심하고 있던 찰나 마음씨 좋은 인간 새끼한테 잡혀서 유기견 보호소로 갔다. 여기 시간 지나도 주인 못 만나면 안락사당한다는데 썅노무 새끼들 그냥 자유롭게 살게 해 주지.


 내 이번 견생 졸라 허무하게 조졌구나 생각하고 있었다. 그 결과 그때 당시 내 표정은 개억울 그 자체였다. 아니 썅 그냥 들개로 살게 할 것이지 왜 가둬서 지랄들이냐고.


 

들개로 살고 싶었는데 잡혀서 억울한 거다.

 보면 알겠지만 표정이 억울하다. 이번에는 진짜 간지 나게 살아보고 싶었는데 또 간식이나 구걸하면서 사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 최악은 안락사. 개 같은 내 인생.


 뜬창에서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갑자기 밥 주는 여자 인간이 날 보자기에 싸서 데리고 나갔다.

 야르!!

 입양되는구나, 잘 있어라 개들아, 될개될이다.


 이번 주인은 어떤 남자 인간이다. 친구랑 둘이 왔는데 이 새끼들 몸에서 깐풍기 및 쟁반짜장의 냄새가 나는 걸로 보아 거하게 먹고 왔나 보다. 같이 먹지 의리 없는 놈들. 사료 땡긴다.


 준비해온 개집에 나를 넣고 이동한다. 어떻게 될지 모르니 얌전히 처신했다. 차 쪽으로 가서 문을 연다. 어떤 차인지 유심히 살폈다. 대충 여기서 견생와꾸 나오기 때문이다. 

 번호판이 허다. 옆에는 쏘카라고 쓰여있다. ㅈ됐다... 그 와중에 기름값 아끼려고 전기차 빌려왔다. 필히 흙수저 주인인 거 같다. 그니까 내가 그냥 들개로 산다고 했냐 안했냐 인간 새끼들아.

 

 운전도 개같이 한다. 급발진, 급정거를 반복한다. 지 차 아니라고 더 거칠게 하는 거 같다. 토 한 번 했다. 수치심이 들었다. 운전 좀 살살하자.

 

 집으로 가는 길이 좀 멀었다. 어디서 살게 될지 너무 긴장됐다. 저, 저번 생은 개포동 아파트로 배정받아서 진짜 개꿀 빨면서 살았었다. 단지도 깨끗하고 장난감도 많고 간식도 많았다. 저번 생은 시골 마당에서 묶여 살았는데 정신 나가는 줄 알았다. 키우려면 제대로 키워라 인간 새끼들아. 이 새끼 자차 없이 사는 거 보니 별 기대는 안 하고 가자는 데로 갔다.


 

 슈벌놈이 집으로 안 가고 병원으로 갔다. 근데 오기 전부터 배가 살살 아프긴 했다. 설사도 좀 하고.

없는 형편일 텐데 그래도 입원도 시켜주고 수액도 놔줘서 약간 고마운 마음도 들었다. 뜬창에 살다가 그래도 깨끗한데 있으니까 기분은 좋았다. 간호사 인간들이 이쁘다고 난리를 쳤다. 귀여운 건 나도 아는데 귀찮게는 안 했으면 좋겠다.


 설사한다고 밥도 안 주고 수액만 맞춘다. 배고파 디지겠다 인간 새끼들아.

 주인 놈이 언제 찾으려 오려나, 이런저런 생각하니 잠이 솔솔 왔다.

 이번 견생도 꽤나 피곤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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