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무식해 보이자
내가 아는 모든 것은 아무 것도 모른다는 것이다.
-소크라테스-
보통 우리는 모른다. 모를 때가 많다. 세상에 차고 넘치는 정보들이 있고 각종 이슈에 대해 빠삭한 전문가들이 있지만 우리는 아니다. 왜냐면 무식(無識)하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려운 이슈에 대한 토론이 활발히 이루어 질 때 옆사람 눈치나 살살 보면서 있어야 할까? 아니면 되도 않는 한줌 지식을 자랑하면서 무식한 걸 티내야 할까? 당신같은 무식한 사람이 아는척 하는 방법 3가지를 공개한다.
일단 그냥 가만히 있으면 반이라도 간다. 이 스킬은 보통 정치적 이슈, 젠더 이슈 등과 같이 첨예한 논쟁이 쉽게 일어나는 대화에서 쓰면 좋은 방법이다. 당신의 무식함은 보통 말 몇마디 섞다보면 다 뽀록이 난다. 주변에서 당신을 좋아하는건 당신이 유식해서가 아니라 좋은 사람이어서일 것이다. 좋은 사람 이미지를 한 번 더 가져가보자.
"난 이런 주제에 대해서는 내 생각을 별로 주장하고 싶진 않아, 오늘은 너희들 의견을 들어볼게"
하면서 뭔가 있어 보이는 척을 해보자. 양측의 엇갈리는 주장에 휩쓸리지 않고, 나의 생각을 곱씹으며 신중하게 발언하는 자세를 지속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보통 이런 대화의 끝엔 씁쓸한 '다름(보통 속으론 저 새끼가 틀렸다라고 생각한다)'만이 남게 되고 집에 가는 길에 '쟤랑 내가 또 왜 이런 대화를 했지' 하면서 후회를 하는게 보통이다. 이 스킬을 이용 시 승리자는 무식한 당신이다.
상대의 지식을 역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나는 축구(운동)를 좋아하지만 축구(관전)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조기축구에 가면 모르는 축구 이야기에 1번 스킬을 쓰면서 보통 가만히 있긴 한다. 그렇게 계속 가만히 있다보면 내 안에서 아는척에 대한 욕구가 꿈틀 거리기 시작한다. 그럴 때 나는 상대의 지식을 역이용한다.
보통 한 분야에 빠삭한 전문가들이 1명씩은 있다. 마찬가지로 축구를 예로 들면, 축구 전문가 친구에게 이렇게 말해보는 것이다.
'그 발렌시아 미드필더인데 패스 잘 주는 애 이름 뭐지?, 아 갑자기 생각이 안나네.'
이렇게 상대 전문 분야의 무언가를 잠깐 까먹은 척 해보자.
발렌시아 미드필더는 보통 패스를 잘 준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 이름이나 나오면
' 아 맞다, 맞다ㅋㅋ'
이렇게 하면 된다, 혹시 상대방도 모르면
' 아 얼굴은 아는데 이름이 생각이 안나'
하면서 온갖 답답한 척을 하면서
'검색해 볼까? 아 그럼 지는거 같은데, 아 뭐지~'
이 짓 몇 번 해주면 당신은 거의 박문성된다.
여기서 레알 마드리다, 맨유 같은 클럽의 미드필더를 대면 그냥 나는 어디 프리미어리그 하이라이트나 보고 떠드는 사람인데 약간 관심이 있어야 아는 발렌시아를 입에 올림으로써 유식을 한 층 끌어 올릴 수 있다. 이 스킬은 특히 음악, 스포츠, 소설가 등 각종 분야에 자유자재로 접목할 수 있으니 꼭 잘 이용하길 바란다.
1:1 상황에서 내가 알지 못하는 주제를 '당연히 알겠지' 하면서 상대방이 아젠다로 던질 때가 있다. 가장 식은 땀이 나는 순간이다.
'진짜 공수처 꼭 필요해 보이지 않아요?'
이럴 때 '공수처가 뭐에요? 공처가 그런건가?' 하는 순간 당신은 지식 호구로 잡혀서 지갑 다 털린다. 그럴 때는 똥이 마려운 척을 하자.
'아그러게요, 잠시만요, 똥이 나올라고 해서요'
화장실에 가서 스마트폰으로 공수처에 대해 열라 검색하면 일단 당신의 지갑은 살릴 수가 있다.
나무위키에서 개요만 살짝 읽고 와도 그렇게 무식한 느낌은 안낼 수 있으니 바로 1번 스킬로 넘어가서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자. 너는 왜 말을 안하고 듣기만 하냐고 그러면 입은 조금 말하라고 해서 1개고 귀는 많이 들으라고 2개라고 빡빡 우기면 된다.
모르는 건 죄가 아니다. 모르는 걸 아는 척하는게 더 나쁜 거고 더 이상 알려고 하지 않는게 문제다. 근데 우리처럼 너무 모르면 약간 창피하긴 하다. 위 3가지 스킬을 이용해 적당히 무식하게 살아보자. 권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