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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갱 May 25. 2020

호칭으로 사람을 거르는 3가지 방법

형, 오빠, 반말, 어머니, 아버지로 걸러보자.

 대한민국에서 호칭은 참 중요하다. 미국 같으면 'James'는 어딜 가도 'James'이지만 한국에서 '철수'는 오빠, 형, 과장, 아버지, 사장님 등등 다양한 호칭으로 불리게 된다. 한국은 호칭의 나라다. 각종 역할들 속에서 생겨난 이 호칭은 참 많은 걸 말해주기도 한다. 뭘 말해주는지는 자세히 모르겠고 일단 내가 아는 건 호칭으로 사람을 거르는 방법이다. 호칭으로 별로인 사람을 거를 수 있다. 그 3가지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자기 자신을 '형', '오빠'라고 지칭하는 사람


 가장 악질이다. 그냥 거르고 시작하면 된다. "오빠가 말이야", "형이 말이야" 하면서 운을 띄우는 사람들은 지들은 친근감의 표시라고 하지만 깊이 보면 자기 자신이 상대보다 우위에 있다는 권력을 밑바탕에 깔고 부르는 호칭이다. 또한 내가 너보다 서열이 높은 '오빠' 혹은 '형'임을 계속 각인한다. 이 사람들은 그냥 안된다.

 일례로 '동생이 말입니다~' 혹은'동생이 해줄게~' 이렇게는 말하지 않는 걸 보면 '형', '오빠'라고 자신을 부르는 새끼들은 확실히 이 관계에서의 권력의 우위를 점하려는 속셈으로 비친다. 형에는 남성 사회의 마초 문화가 숨어 있고 오빠라는 단어에는 여성을 의존적인 대상 혹은 어떻게 해보고 싶은 연예의 대상으로 만든다. 일례로 나는 나이 어린 사람들이 '형님, 형님' 하는 것도 약간 토가 나온다. 나는 그냥 '나'로 존재하고 싶다.


형님 형님 하는 새끼들 특) 신세계, 범죄와의 전쟁, 바람 개 좋아함.


 이 글을 읽고 있는 형 오빠충은 자기 자신을 '나'라고 지칭하는 연습을 해보자. 네가 형 오빠라 네 말에 권위가 실리는 게 아니고 '너'가 괜찮은 사람일 때 권위가 생기는 거다.


 단, 술값을 계산할 때는 형님 맞다.

 



 2. 나이 어린 사람한테 반말하는 사람


 

 주로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나를 확인 후


 "말 편하게 할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니 슈발 나는 동의도 안 했는데 왜 반말이야"


 하고 싶지만 그렇게 말했다가는 나만 성격파탄자가 된다. 이런 애들은 나이가 권력이고 서열인 딱 그 정도의 인품인 것이다.

 그보다 좀 덜한 새끼가


 "말 편하게 할게, 너도 편하게 해~"


 하는 새끼들은 그나마 좀 나은 편이다. 근데 그냥 좀 친해지면 놓기도 하고 존대도 하다가 더 편해지면 반말하면 안 되나, 아니면 그냥 존댓말만 써도 상관없다. 존댓말은 친해지는데 어떠한 관련이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냥 존댓말이든 반말이든 신경 쓰지 않고 대화의 컨텐츠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내가 존댓말을 하는지 반말을 하는지도 잊을 때가 있다. 반말이든 존댓말이든 뭔 상관이야. 존댓말 해도 되고 반말해도 되고, 그게 관계에서 그렇게 중요한 것인가. 그것부터 정리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쪼잔한 인성을 가졌기에 거릅시다. 보통 이런 새끼들이 자기 자신을 '형' '오빠'라고 부른다.

 



 3. 자신의 부모님을 '아버지' '어머니'라고 부르는 사람


  자기 자신의 부모님을 '아버지' '어머니'라고 부르는 사람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얘네들도 어렸을 때는 '엄~마' '빠'하면서 부르다 '엄마, 아빠'라고 불렀을 텐데 갑자기 지들이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어머니, 아버지'라고 호칭을 바꿔서 부른다.

  

 아버지, 어머니충 특) 엄마 아빠라고 부르는 사람 보면 '넌 나이가 몇 살인데' ㅇㅈㄹ함.


 심지어 '엄마, 아빠'라고 부모님을 부르는 사람들을 철이 덜 들었다거나 어딘가 모질라게 보기도 한다. 보통 '아버지, 어머니'라고 부르는 사람의 부모님이 그것을 원해서 시키는 경우가 많다. '이제 너도 어린아이가 아니니, 엄마, 아빠라고 하지 말아라' 하면서. 이런 집은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가정일 가능성이 높고 그 문화는 이 사람의 몸에 그대로 체화될 가능성이 높다. 즉, 아버지, 어머니라고 부모를 지칭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형, 오빠'라고 지칭하는 것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참고로 아빠한테는 '아버지' 이되 엄마한테는 그냥 '엄마'라고 차별하는 새끼들도 수두룩한데 호칭 통일 안 되는 사람들은 그냥 성차별주의라 보면 된다. 가부장적인 요소들이 척추 마디마디에 스며든 애들이니까 결혼 상대로는 거르면 된다.




 지금까지 호칭으로 사람을 거르는 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내가 다 알려준 거 같다. 사람 보는 제3의 눈을 가지게 된 것을 축하한다. 위에 해당되는 새끼들은 뭔 개소리냐고 발끈할 것이고 아니신 분들은 그냥 웃으며 넘길 것이다.'호칭'보다는 '사람'에, '존대' 보다는 '컨텐츠'에 집중하면 더 명확히 그 사람이 보인다. 호칭과 존대의 뒤에 숨지 않은 우리는 그제서야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뭔가 있어보이게 마무리 해보고 싶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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