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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갱 Jun 16. 2020

구린 핸드폰을 쓰면 좋은 3가지 이유

와인과 친구와 핸드폰은 오래될수록 좋다

 내 핸드폰은 구리다, 오래되고 액정도 깨져있는 아이폰 7이 내 핸드폰이다. 남들은 카메라가 2개니, 3개니, 100배 줌이다 뭐다 하는데 내 거는 카메라가 달랑 하나다. 그마저도 앞쪽 액정의 기스가 카메라를 그대로 지나가 필터가 자동적으로 적용돼서 이득이다. 12 PRO를 존버하고 있는 이 시국에 오래된 핸드폰이 너무 버벅거려 빡쳐서 구린 핸드폰을 좀 긍정적으로 써보고자 이 글을 쓴다.




1. 쿨해 보일 수 있다


 개인적으로 폰을 막 아끼면서 쓰는 애들은 좀 구린 거 같다. 뭐 폰 산지 얼마 안 된 11 pro충이나 갤럭시 20충들이 보통 그렇긴 하다. 케이스를 입히고 액정 필름을 붙이고 그것도 모자라서 그립톡, 그립링.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하지만 핸드폰이 구리고 쿨한 우리들은 완전 쌩폰으로 가지고 다닐 수 있다.


 상남자, 상여자 특) 쌩폰 가지고 다님


 나도 사실 얼마 전에 필름 떼고 케이스 벗겨봤는데 새 폰 만지는 거 같고 좋았다. 본연 아름다움이 드러나며 역시 팀 쿡 형님이 다 생각이 있게 만드신 거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정말 폰을 오래 쓰다 보면 갑자기 주변에서


 "와 이거 진짜 오랜만이다, 나 한 번 만져 봐도 돼?"


 하면서 주변의 무수한 관심을 받게 된다. 이 정도 되면 


 '이 아이는 힙지로 같은 아날로그 감성이 있는 아이로구나'


 하면서 갑자기 분위기 인싸 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핸드폰에는 별 관심 없는 아날로그 같은 이 사람... 좀 더 알고 싶어 진다.

 



2. 스마트폰 쓰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핸드폰이 개구리면 카톡을 하나 열라고 해도 백만 년 정도 기다려야 한다. 그러다 카톡 간신히 열어서 메시지 확인하고 유튜브로 넘어가려고 하면 지금 여름인데 약간 가을 올라고 하고 그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냥 핸드폰을 안 보고 마는 게 이득이다.

 하여튼 요즘 애들은 하루 종일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으니 문제야 문제. 길에서도 그렇고 지하철에서도 그렇고 핸드폰만 보고 있으니 눈 나빠지고 거북목 되고. 갈라파고스 섬에 핸드폰이랑 같이 넣어놓으면 나중엔 눈 나쁜 거북이로 진화하겠지.

 안 보면 또 안 보는 대로 살 수 있다. 강아지와 산책 갈 때도 핸드폰이 없으니 강아지한테 더 집중할 수도 있고 자기 전에 블루라이트의 공격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디지털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이 느낌은 11 pro 나 갤럭시 20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절대 알지 못한다. 지금은 쾌적하고 화면도 선명해서 핸드폰을 보면 살 맛나겠지만 그만큼 오프라인에서의 진짜 일상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진짜 하나도 안 부럽다.




3. 새로운 핸드폰에 대한 기대감을 가질 수 있다


 나는 좀 있으면 세상에서 제일 핸드폰을 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는 사람이다. 11 pro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이재용이나 도끼급의 부자가 아니라면 아마 한동안 새로운 핸드폰을 써야 할 것이다. 하지만 몇 개월 후면 나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핸드폰을 살 수 있게 된다. 11 pro 가지고 있는 애들 대갈빡을 12 pro로 부시고 다녀도 


'이게 그 말로만 듣던 12 pro냐'


 하면서 뚝뚝 떨어지는 선지 국물 한 손으로 막고 한 손으로는 내 12 pro 구경하겠지. 그러면 나는 


'야 피묻게 뭐하는 짓이야' 


하면서 핸드폰을 확 뺏을 거다. 그런 다음에 


'12 pro야 많이 놀랬지? ㅠㅠ 미안...' 


이렇게 달래줄 거다.

 나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는 놈이다. 너희같이 최신 핸드폰이 있는 것들의 오늘 하루는 핸드폰이 하루 더 낡아지는 날이겠지만 구린 핸드폰의 소유자들은 오늘 하루가 지나면 새로운 핸드폰을 만날 날이 하루 더 가까워져 온다. 네가 헛되히 보낸 오늘은 핸드폰이 구려지는 하루겠지만 누군가에겐 최신 핸드폰을 만날 날이 가까워 오는 것이다.



 지금까지 오래된 핸드폰을 쓰면 좋은 점에 대해 알아봤다. 나는 가끔 아이폰 7의 리뷰 영상을 유튜브에서 찾아본다. 


'화면도 역대급으로 밝고 사진도 정말 역대급으로 잘 나와요, 배터리가 정말 오래 가요'


 라는 리뷰 영상을 보면 참 격세지감을 느낀다. 그래 이 친구도 한 때는 최고의 폰이었는데.

 아이폰 7이 전성기를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있는 힘껏 살고 있는 모습은 오늘을 또 열심히 살아낸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는지 모르겠는 건 모르겠고 빨리 새로운 아이폰 나와서 폰 바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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