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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OL Mar 30. 2017

정해진 정답은 없다

여행 중에 그려본 나의 미래




Novi Sad, Serbia

노비사드 거리를 걷다 보니 유독 'NS2021'이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눈에 많이 띈다. 2021년 노비사드에 특별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 틀림없다. 아마도 문화 관광의 해, 방문의 해쯤 되겠지. 그럼 5년 후에 다시 올까? 5년 후, 그때 나는 무얼 하고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5년 후면 34살. 어느덧 30대의 절반에 접어들고 있겠다. 여행을 떠나오기 전에 생각한 30대 중반의 나는 당연히 서울 언저리 어딘가에 살면서, 당연히 한 남자의 아내,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평범하게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극히도 평균적인 30대 한국인의 삶. 단 한 번도 이 외의 삶을 그려본 적이 없었다.

그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다. 보통 다들 그렇게 살아가니까. 오히려 그런 평범한 것을 갖추지 못하면 루저 또는 이상한 사람 취급당하는 세상이었다. 우리의 삶은 세밀히 들여다보면 조금씩 다른 양상을 갖추고 있지만 크게 바라보면 별다를 것 없는 획일화된 삶이다. 그렇게 교육을 받았고, 그렇게 보고 듣고 자라왔으니까 어느덧 나도 모르게 그래야만 한다는 고정관념이 자리잡혀 있었던 것. 평범한 삶이 가장 이상적인 삶이라고 생각하며. 오히려 조금이라도 엇나가면 사람들은 나를 불러 세우고 '여기가 옳은 방향이야' 이라며 끌어당겼으며, 그게 아니면 '세상 물정 모르네. 언제 철들래?'라는 듯이 안쓰러운 얼굴로 바라보았다.




Novi Sad, Serbia

같은 이야기만 되풀이 되는 나의 울타리를 빠져나왔기 때문일까? 발칸 반도로 떠나와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또 수많은 삶을 들여다보면서 내가 품고 있던 생각들에 하나씩 의문점이 생기기 시작했다.

왜 꼭 한국에서 살아야 하는 거지? 지구 상에 200개가 넘는 나라가 있는데 꼭 한국에만 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왜 30살 그 언저리에 꼭 결혼해야만 하는 거지? 30대 후반, 40대에 결혼하면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런 사람들에게 실패자라고 낙인 도장을 찍는 건 왜일까?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는 삶이 왜 가장 이상적인 삶인 거지? 다른 삶은 행복하지 않은 것인가? 밤낮없이 치열하게 사는 삶을 왜 열정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거지? 힘을 빼고 살면 그건 이상한 일인가?

한 번 시작된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이어졌으며, 나의 고정관념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다르게 살면 왜 안 되는 건데? Why not? 을 외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5년 뒤 나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았다. 불과 1달 전까지만 해도 그 대상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을 뿐 남편이라는 틀, 아이의 틀, 그리고 무슨 직종인지 알 수 없을 뿐 한국 오피스라는 틀이 머릿속에 박혀 있었는데 이젠 정말 5년 뒤에 내가 어디에서, 누구와,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지 전혀 예상되지 않았다. 당연한 것들이 더는 내게 당연하지 않게 된 것. 다른 삶을 선택할 수도 있다.




Novi Sad, Serbia

물론 별다른 반전 없이 이전에 내가 생각해왔던 평범한 삶을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그것 또한 틀린 삶은 아니니까. 내가 정말로 그런 삶을 원하고, 행복하다 생각하면 그 선택은 옳은 것이다. 다만 그것이 옳은지 옳지 않은지도 모르면서, 30대에는 꼭 이래야만 한다는 틀을 만들고 싶지 않아졌다. Yes or No 둘 중 하나의 선택 보다는 여러 개의 보기를 나 자신에게 주고 싶어졌다. 다른 선택을 할 기회를. 그중에서 가장 나에게 알맞은 것,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정답일테니까.

남들보다 20대를 더 많이 방황하고 살았던 터라 30대만큼은 어느 정도 좁혀진 문에 안정된 삶을 살고 싶었는데, 나는 또다시 그 문을 활짝 열어 불안정함 속에 나를 빠뜨리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더 행복해지는 길이라면, 그것이 진짜 내 삶을 이루는 방법이라면 기꺼이 불안과 걱정을 끌어안아야겠지. 정해진 정답은 아무것도 없으니.





Novi Sad, Serb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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