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정리하며
여러모로 쉽지 않은 한 해였다. 특히 올해는 병원 신세를 많이 지었다. 남편의 갑작스러운 입원부터 시작하여 엄마의 수술과 입원, 시어머니 수술과 입원, 그리고 나의 건강 문제까지. 1년 사이에 이 모든 일이 일어난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나 역시 입원만 안 했을 뿐 병원을 오래 다녔고, 4월과 6월은 누워 있었던 시간이 더 길었다. 할 일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건강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던 무력감과 속상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평생 안 먹던 한약도 지어먹고. 다행히 효과가 좋아서 여름부터 차츰 회복했다.
늘 건강의 소중함을 잊고 살다가 잃고 나면 다시 생각이 난다. 올 한 해 나를 비롯해 가족들의 아픈 모습까지 보았기에 건강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더 이상 우선순위에서 뒤로 제쳐두고 살 수 없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달까.
그래서 요즘은 무얼 하든 무리하지 않으려 한다. 몸에서 보내오는 반응에 열심히 귀 기울이려 한다. 2022년 나의 목표는 몸무게 5kg 늘리기, 근육 늘리기, 건강한 식단, 충분한 수면 시간을 취하는 것이다. 내년에는 부디 모두 아프지 말고 건강했으면!
올해 초 첫 번째 신혼집을 떠나 두 번째 집으로 이사 왔다. 이사 오기 전까지만 해도 떠나기 싫다고 말했는데, 하고 나니 오히려 삶이 더 풍요로워졌음을 느낀다. 틈틈이 중랑천 산책도 하고,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땐 걸어서 카페 거리에도 가고. 동생 집도 가까워져 올해 동생과 엄마를 무척 자주 만났다. 덕분에 심심할 틈이 없었지. 확실히 동네가 바뀌니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크다. 오래된 동네 분위기를 고스란히 가지고 있지만 생활 인프라는 잘 구축돼 시간이 흐를수록 정이 드는 동네. 남은 시간까지 더 재밌게 지내보자!
이사하면서 가구와 물건들은 대부분 그대로 가져왔다. 다음 이사할 때 가구를 전면 교체할 예정이라 이번에는 큰돈 들이지 않고 소품으로만 인테리어 변주를 주기로 했다. 가장 고심했던 건 포스터. 처음엔 편집숍에서 구입하려고 열심히 살펴보았으나 이미 소비가 많이 된 이미지 거나 값이 많이 나가거나 둘 중 하나였다. 결국 여행 사진을 활용해서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다. 뛰어난 사진은 아니지만 의미가 담긴 포스터가 될 테니. 고심해서 골라 20장 정도 출력했다. 결과는 대만족! 내년에는 버전 2로 다른 여행 사진을 출력해 보고 싶다.
나의 티타임은 다기 세트를 들인 전과 후로 나뉜다. 이전에는 티백 위주로 간편하게, 차에 대한 탐구보다는 커피 대신 마시는 드링크 정도로만 생각했다면 다구가 생긴 이후로는 잎차 위주로, 노트에 기록까지 하면서 마셨다. 차에 대한 눈을 뜨게 해 준 매개체였달까. 관련된 책도 사보고, 티룸에 가서 차도 마시고, 새로운 차도 사보고, 온도, 시간 등 여러 가지 변주를 주며 우려 보기도 하고 차를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올해는 입문 정도였지만, 내년에는 좀 더 깊이 파고들고 싶다.
프리랜서로 일한 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계획하고 입문한 것이 아니라 얼떨결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는데, 그래서였을까.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진행하려다 코로나19로 엎어진 일들도 있었고, 마음처럼 되지 않는 일도 많았다. 그럼에도 잊히지 않는 프로젝트가 있다. 올여름 에디터로 참여한 카스 캠페인이다. 우연히 좋은 기회로 합류하게 되었는데, 올해의 가장 큰 즐거움으로 남았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을 위해 카스에서 준비한 캠페인으로 뜻깊은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현장에서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얼마나 힘든지 통감할 수 있었으며, 직접 기획한 프로젝트는 아니지만 그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어 기쁜 마음이었다. 내년에도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많이 만날 수 있기를!
올해의 잘한 일 중 하나는 블로그를 10년 만에 다시 시작한 것이지만 가장 아쉬운 일은 브런치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한 것이다. 상반기에는 건강 문제도 있었고, 하반기에는 다른 일에 마음이 묶여 있어 글을 쓸 수 있는 여유가 없었다. 새로운 나의 플랫폼, 블로그에 더 신경을 쓰기도 했고. 내년에는 브런치와 블로그 2개를 동시에 잘 꾸려가 보고 싶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시간 분배가 관건일 듯.
올해 시작한 또 하나의 새로운 SNS는 커리어리! 기록 습관 챌린지 시즌 1부터 시즌 3까지 참여하여 차곡차곡 글을 모아 왔는데, 그 이후로는 사용하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내년에는 활발하게 활동해 보고 싶은 마음. 더 이상 인스타그램을 안 하니 커리어리에 시간을 쏟아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
예전부터 듣고 싶었던 수업이 있었다. 한겨레교육 문화센터에서 진행되는 교정교열 수업. 신촌에 있어서 회사를 다니면서 수강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 기회만 엿보고 있었는데, 때마침 그때가 왔다.
수업을 듣고 싶은 건 잡지 에디터로 일을 하면서부터였다. 잡지 에디터는 책을 만드는 에디터와 같은 이름을 쓰고, 글을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일의 영역은 조금 다르다. 북에디터의 일은 글을 다듬고 만지는 교정교열 영역에 가깝다면 잡지 에디터는 취재를 하고 글을 쓰는 일이 많다. 교정교열은 전문가이신 선생님이 봐주셨기에 곁눈질로 배우는 정도였다. 선생님은 마감 며칠 전에 오셔서 빨간 펜으로 원고의 틀린 부분을 고쳐서 돌려주셨는데, 받을 때마다 놀랐다. 봐도 봐도 보이지 않던 틀린 부분이 이렇게 많았다니. 그래서 한때는 교정교열받은 원고를 모으기도 했다. 두고두고 보려고.
올해가 시작되면서 드디어 '북에디터를 위한 실무 강의'를 수강했다. 맞춤법과 띄어쓰기는 어느 정도 안다 생각했는데 오만이었다는 것을 깨닫기도 했고, 국어는 생각보다 더 심오한 영역인 것을 다시 한번 통감했다. 한자를 바탕으로 한 단어가 많다 보니 한자를 알아야만 규칙을 적용할 수 있는 것도 꽤 있었고, 불규칙적인 것도 많아 보통 일이 아니었다. 수업을 듣고 나서야 몇 주 과정으로 터득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럼에도 궁금했던 부분을 해소하기도 하고, 여러모로 도움이 되었다. 북에디터는 실무에서 어떤 부분으로 고민을 하고, 어려움을 겪는지도 알게 되기도 하고.
올해 일기장에 가장 많이 등장한 문장이다. 자주 이 문장을 써오긴 했지만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한 길로 들어설 때 사용하곤 했다. 올해는 조금 다른 의미다. 지난 몇 년 동안 커리어만큼은 목표와 방향이 또렷하다고 생각했다. 하고 싶은 것도, 이루고 싶은 것도 명확했고, 나는 나를 어느 정도 잘 안다고 생각해왔다.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들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을 뿐.
올해는 마음이 많이 갈팡질팡했다.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지 못해 방향조차 잡을 수가 없었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확고했던 나의 목표와 방향이 흔들리게 된 것. 물론 새로운 길을 발견한 것도 있다. 덕분에 너무 많은 선택지를 안고 있어 더 헤매었던 걸지도. 올해의 끝에 와서야 조금 정리가 되긴 했는데, 모르지 또 어떻게 변할지는. 일단은 가보자고.
올해는 여러 곳을 다녀왔다. 봄에는 경주에서 2박 3일을, 여름에는 부산에서 4시간짜리 여행을, 가을에는 속초에서 2박 3일의 시간을 보냈다. 코로나 덕분이다. 이렇게 국내를 둘러볼 수 있는 건! 코로나가 없었다면, 휴가는 무조건 해외에서 보냈을 테니. 작년에 이어 올해도 국내 구석구석 돌아다녔다. 3개 도시, 3가지의 여행은 우위를 가릴 수 없을 만큼 각자 다른 매력이 있어서 하나로 추리지 않고 함께 적었다. 한 해의 끝에 머무를 때면 늘 남편과 내년 여행지를 이야기하는데, 내년엔 둘 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지역과 처음으로 함께 여행 갔던 지역 두 곳을 후보로 올려두었다. 과연 어디로 가게 될까. 새로운 매력을 또 발견해낼 수 있기를!
그리고 한 줄로 적어보는
#올해의 드라마 : 미드 <더 볼드 타입>
#올해의 책 : 아티스트 웨이 by 줄리아 카메론
#올해의 영화 : 소울
#올해의 음악 : 볼콤 - 우아한 유령
#올해의 유튜브 : 숨 쉬는 고래
#올해의 플레이스 : 마이시크릿덴
#올해의 경험 : 클라우드 에잇 팝업스토어 전시
올해의 콘텐츠로 마무리를 지어본다!
Bye 2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