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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OL Jan 21. 2022

근육 키우는 일에 힘쓸 것

올해의 새로운 목표


2022년이 시작됐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가장 먼저 변화를 준 건 운동 루틴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적게는 주 3일, 길게는 주 5일 요가를 통해 몸을 풀어왔다. 1년 가까이 해왔지만 실력이 월등히 좋아진 건 아니다. 여전히 동작을 연결할 때마다 어딘가 부자연스럽고, 어려운 자세를 행할 땐 버티려고 안간힘을 쓰다 주저앉기를 반복한다.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올해 요가는 주 2일로 줄이고 나머지 3일은 근력 및 유산소 운동으로 채우기로 했다. 작년부터 해왔어야 했지만 미루고 미루다 결국 해가 바뀌고 나고서야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그동안 건강을 우선순위 뒷부분에 배치해두고 살아왔던 탓인지 작년부터 몸에서 이상 반응이 찾아왔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기력이 빠지고 면역력이 급격하게 떨어져 일상생활을 지켜가기 어려운 것이었다. 병원 약으로도 큰 차도가 보이지 않아 처음으로 한의원을 찾아가 오랜 시간 상담을 받았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 건강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진맥을 짚어본 후 선생님은 한약과 함께 2가지의 처방을 내려주셨다. 첫째, 근력 운동을 1시간씩 할 것. 요가도 좋지만 지금 내게는 근력 운동이 절실하다고 하셨다. 둘째는 육류 섭취를 늘릴 것. 이 또한 근육을 늘리기 위한 처방전이었다.


그땐 무엇보다 건강 회복하는 게 우선이었기에 선생님의 말을 따라서 근력 운동과 고기 섭취에 신경을 써왔다. 하지만 원점으로 돌아오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늘 해오던 게 아니다 보니 쉽게 길들여지지 않았다. 육류보다는 여전히 채소에 손이 더 자주 갔고, 아침에 일어나면 자연스럽게 홈트보다는 요가 채널에 접속하게 되었다. 생각한 것보다 한약 효과가 좋아서 금방 체력을 회복한 덕에 그를 핑계로 게으름 피우기도 했다.   


한의원에서 상담받던 날, 선생님께서 이런 질문을 했었다. "요가는 무엇 때문에 하는 것 같아요? 어떤 점 때문에 요가가 좋은가요?" 질문을 받자마자 조금 당황했다. 좋은 데 이유가 있을까. "그냥요. 저에게 가장 잘 맞는 운동 같아서요."라고 대답했는데, 한참 후에야 알았다. 질문의 의미도, 내가 진짜 요가를 좋아하는 이유도. 건강을 위해 운동 삼아한다고 생각했지만 요가는 내게 운동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요가의 또 다른 이름을 '동적 명상'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나는 몸을 움직이며 마음을 어루만지고 있었던 것이다.


"애쓰지 않아도 돼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보세요. 숨이 쉬어지는 곳에서 머무르세요. 지금 그게 나에게 가장 좋은 자세예요." "급할 거 없어요. 하다 보면 조금씩 나아져요. 자신을 믿어주세요."


몸을 움직일 때마다 한 마디씩 건넨 선생님의 말이 좋아서 요가에 더 마음이 이끈 건지도 모르겠다. 그 말은 일상의 나에게도 필요한 말이었으니까. 그런 시간이 더 필요했는지 근력 운동은 뒤로한 채 계속 요가 수련을 했다. 그 사이 계절이 몇 번 바뀌었고 마음도 조금씩 단단해졌다. 마음의 근육을 만들고 나니 몸을 단단하게 만들고 싶어졌다. 올해의 시작과 동시에 근력 운동을 추가하게 된 이유다. 기구를 사용할 체력은 안 돼서 맨몸 운동부터 하고 있는데,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안 쓰던 근육을 쓰는 건 꽤 불편하고 아픈 일. 그래서 더 정직하기도 하다. 몸을 움직여 운동한 만큼 근육이 붙고, 게을리한 만큼 빠지니 어떠한 부가 설명 없이도 몸을 보면 얼마나 성실했는지를 알 수 있다.


한평생 관심 없던 근육에 신경을 쓰고 있어서일까. 요즘 들어 근육이라는 단어의 이면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 동안 '근육=운동'이라고만 생각해왔는데 삶의 전방위에서 발견하게 됐다. 가장 최근의 발견은 피아노다. 어릴 때부터 취미로 피아노를 쳐왔지만 근육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건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다. 그동안 주로 쇼팽 왈츠, 드뷔시 아라베스크 등 서정적인 곡 위주로 쳐와서 몰랐던 나의 단점이 베토벤 소나타로 넘어가자 선명하게 드러났다. 힘을 싣는 동시에 속도감도 내야 하다 보니 손목이 널뛰기하듯 아래위로 흔들렸고 음은 소리가 되지 못한 채 허공으로 흩어져 버렸다. 손가락에 힘을 주지 않고 가볍게 쳐왔던 버릇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손가락을 눕히지 말고 세워서 건반을 눌러보세요." 선생님의 말에 따라 해 보았지만 이내 힘없이 무너져 버렸다.


"손가락에 힘을 뺀 채 눕혀서 쳐서 그런지 근육이 하나도 없네요. 피아노를 연습하는 이유는 결국 근육을 만들기 위한 거예요. 이렇게 치면 근육이 생길 수가 없어요. 바른 자세로 한 음 한 음 제대로 누르면서 쳐야 근육이 붙고 음악에도 힘이 실려요."


제대로 된 연주를 하기 위해선 결국 근육이 필요했다. 아무리 악보를 잘 읽어도, 감성 표현을 잘해도, 연주의 토대가 되는 근육을 만들어 놓지 않으면 원하는 소리를 낼 수 없다. 매일 조금씩 시간을 들여 바른 자세로 근육을 쌓아가야만 비로소 피아노 연주를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공식은 운동과 피아노 외에도 적용된다. 다도를 할 때도, 명상할 때도, 글을 쓸 때도, 일을 할 때도. 결국 산다는 건 계속해서 근육을 만들어 가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올해를 기점으로 '근육을 단련하는 일'에 시간을 쏟아붓기로 다짐했다. 몸부터 시작해서 일, 취미 생활, 사람과의 관계까지도.


근육은 결코 하루 이틀 만에 완성할  없다. 지름길도 없고, 페이크도   없다. 오로지 시간의 축적으로만 증명할  있다. 다행인 점은 정비례한다는 사실이다. 시작점에서는 언제 근육이 붙을까 싶지만 시간이 쌓이면 쌓일수록 근육이 단련되어 어려웠던 부분도 점점  능숙하게 해내는 모습을 발견할  있을 것이다. 자라난 근육은 부스터 역할을 하여 2시간 걸리던 것도 1시간 이내에 해낼  있게  것이다.


올 한 해가 끝날 때쯤 나는 어떤 것들을 지금보다 더 능숙하게 해낼 수 있을까. 시간에 맡겨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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