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성장시킨 만남들의 기록
올해 초에 예기치 않게 북클럽 하나를 진행하게 되었는데 달에 한 권의 책을 읽고 월말에 온라인으로 만나는 모임이다.
북클럽을 리드해 달라는 부탁은 나의 새해 계획에 전혀 없었던 것이라 당황스러웠지만 부탁해 주신 분의 확신과 영성을 마다할 수 없었다.
나의 전형적인 거절 방법인 고질적인 회피와 겸손을 가장한 숙고를 단번에 묶어버리고 꼼짝없이 순종하게 만드는 몇 안 되는 분들 중 한 분의 부탁이었다.
나는 하나님과 친한 분들이 뿜어내는 거룩한 권위를 사랑한다.
그들의 부드럽지만 단호한 제안에는 강압이나 부담이 아닌 격려와 성장이 담겨있다.
자리를 지키려는 억지스러운 권위들과 달리 영성으로 무장된 겸손한 권위는 나를 안정되게 하고 그들 곁에서 배우고 싶게 만든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연초에 시작하게 된 북클럽이 여름을 지나 하반기를 맞았다.
상반기에 읽은 책들 중 하나인 ’ 모험으로 사는 인생’은,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만난 책들 중 단연 인생의 책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책이다.
인격 의학의 창시자인 폴 투르니에는 오랫동안 고여있던 내 사고와 영적 지경을 우주적으로 확장시켜 주었다.
우주적 확장이라고 명명하고 나니 너무 거창한가, 싶기도 하지만 나는 실제로 나의 세계관이 대기를 뚫어버린 기분을 느낀다.
여름을 지나면서 ‘모험으로 사는 인생‘으로 또 다른 북클럽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 또한 나의 의지는 아니었다.
책을 통한 내 관점의 확장은 감추려 해도 감출 수 없는 것이어서 위에서 언급했던 ’거룩한 권위’를 가진 몇 안 되는 분들 중 또 다른 한 분이 내 변화를 눈치채고 ’그 책으로 북클럽을 함께 해 보자 ‘고 제안하셨다. 그렇게 의도치 않게 상반기에 모험으로 사는 인생을 두 번 읽게 되었다. 두 번째는 더 좋았다.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책을 쓰다듬었다. 책을 끌어안고 진한 여운을 오래도록 느꼈다.
훗날, 저 천국에서 폴 투르니에를 만나면 주절주절 감격에 겨워 감상평을 쏟아내리라.
폴 투르니에의 다른 책 ‘인생의 사계절‘에는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사건이 되는 타인과의 만남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 만남이란 단순히 인간 전체와의 만남이 아니라, “너”라고 하는 상대와 인격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특별한 만남을 의미합니다.
이런 만남은 변화를 촉진하는 움직임이자 내적 반향을 일으키는 사건입니다.
이제 인간은 더 이상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회 공동체의 일원으로, 부단히 자신을 형성해 가는 존재로 바라보고 연구할 대상입니다
심리학자들은 자아 개념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인물을 가리켜 ’ 중요한 타인‘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나의 인생을 돌아보았을 때에도 중요한 전환의 시기에는 언제나 ‘만남’이 있었다.
의미 없는 만남은 없다. 돌아보면 그 어떤 만남이든 의미가 있고 재해석될 수 있지만 그중 유독 나를 성장시킨 만남들이 있었다.
그런 만남들을 모두 시간 속에 희석시켜 버리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에서 만난 중요한 타인들을 기록해 보려 한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그들과의 만남을 상기하는 것은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내면의 작업이자 감사를 잊지 않게 하는 중요한 장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