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되지 않는 사람들의 비밀
나는 원래 걷기 예찬자였다.
내가 사는 채플힐은 언제든 뛰어들 수 있는 초록의 숲이 문 밖 어디든 펼쳐져 있다. 가뿐 숨 없이 흐느적 걷는 것이 나의 휴식이었다.
때론 이웃과 함께 걷기도 했고 친구 몇을 불러내어 새로운 걷기 코스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걷기가 일상의 중요한 루틴으로 자리 잡고 나니 누굴 만나도 걷는 것의 효능을 선전하는 예찬자가 되었다.
걷기는 나에게 금전적인 득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내가 가입한 보험회사에서 걷기를 적극적으로 장려했는데 하루에 만 보를 걸으면 10점 포인트를 쌓을 수 있었다.
포인트가 쌓이면 연말에 현금으로 환산하여 기프트카드로 돌려주었다. 그 보상은 나에게 큰 동기가 되었다.
하루에 만 보를 걸으려면 한 시간 반 정도가 소요되었다. 아침에 걸음수를 다 채우지 못하면 오후에 나머지를 채웠다.
아이가 타고 오는 스쿨버스가 동네 입구에 들어서며 부릉 엔진 소리를 내면 나는 그 동선을 앞서 걸으면서 버스 기사와 인사하곤 했다. 우리 동네에 들어오는 장애인 전용 스쿨버스에는 내 아이 한 명만 탔다.
우리 동네는 2년 전부터 스쿨버스 운행을 하지 않는 구역으로 지정되어 모든 아이들이 걷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부모의 라이드에 의지해 학교를 다녔는데 우리 아이는 장애학급의 특권으로 그 큰 노란 버스를
혼자 타고 다녔다. 버스 기사는 매일 버스를 기다리며 걷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반갑게 웃어주었다.
나이가 들면서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장애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체력적인 한계에 자주 부딪힌다. 젊을 때에는 잠깐만 누웠다 일어나도 금세 회복되었는데 이제는 한번 누우면 몸을 일으키기가 천근만근
힘에 부친다. 40대에 접어들면서 남편과 나는 경고 내지는 다짐으로 서로를 독려했다.
“우리는 앞으로 체력적으로 절대 늙으면 안 돼. 우리는 죽을 때까지 45살을 유지하자! “
그 결연함에 긁적, 하고 머쓱한 것은, 나는 30대에 이미 60대의 체력으로 겨우 살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관절들이 삐그덕 거렸다. 자주 발목을 접질렸고 잠깐 낮잠 사이에도 가위에 눌렸다. 아이는 점점 무게와 길이를 키워가며 엄마를 뭉개버릴 덩치가 되어 가는데 나는 자꾸 앞으로도 뒤로도 넘
어졌다.
얼마 전 지인들과 대화하던 중, 번아웃을 겪지 않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 있었다. 내 주변 사람들 중에 번아웃이 오지 않는 것 같은 두 명이 떠올랐다. 그들의 공통점이라...
맞아, 그 둘은 모두 아침에 달리기를 해.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그들은 새벽에 러닝을 위해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갔다. 한 명은 일주일 내내 사람들을 만나 격려하고 지원하는 상담자 사역을 하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는 파워 에너자이저였다. 나는 무릎을 탁 쳤다.
그래, 그들의 지치지 않는 전투력은 달리기에서 시작되는 거야!
물론, 다른 요소들, 일테면 타고난 긍정적 사고라든가 영적세계와의 친밀감 같은 복합적인 작용의 결과이겠지만 일단, 내 눈에 보이는 ‘따라 할 만한 ‘ 요소는 달리기였다.
나는 그날로 달리기에 입문했다.
두득, 수시로 소리 내는 무릎 관절이 걱정되었지만 이런저런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에 의하면 달리기가 무릎 관절을 마모시킨다는 건 지나친 억측이었다.
나는 가볍게 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3분을 넘기지 못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몸소 체험하면서 ‘이게 맞아?‘ 의심도 들었다. 그렇게 몇 날이 지나고 이제 제법 호흡이 안정되었다.
1마일(약 1.6킬로미터)은 멈추지 않고 달릴 수 있는 수준으로 올랐다. 심지어 재미도 있었다. 심장 박동은 최대 178까지 뛰어올랐다. 땀으로 등까지 젖는 단계가 되자 전에 없던 희열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낮잠을 자지 않고도 오후까지 버티는 체력으로 변했다. 이건 정말 달리기의 효능인 것일까?
[달리기의 모든 것]이라는 책을 완독한 지인 한 분이 달리기는 에너지드링크를 마셨을 때의 각성 효과 보다 몇 배의 지속 효과를 가진다고, 작자의 말을 빌려 검증해 주었는데 그 덕에 나의 변화는 달리기의 효능이 맞는 것으로 확증되었다.
일주일에 이틀, 많게는 3일을 달리고 있다. 나는 이제 걷기 예찬자에서 달리기 예찬자가 되었다.
60대의 체력으로 늘상 빌빌대던 내가 부디 40대의 체력으로 회춘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