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후감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lwin KIM Nov 03. 2016

성공하려면 꼭 '혁신'해야만 하는걸까?

도서 위클리비즈 인사이트 미래의 목격자들


 이 책은 조선일보 비즈니스 섹션 WeeklyBiz팀이 스티브 잡스에게 혁신가의 딜레마라는 이론으로 영감을 준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W-쉐라톤-웨스턴 등을 보유한 프리츠 반 파센 스타우드 회장 등 34명의 글로벌 비즈니스계 '대가'들을 만나 금융위기 이후 오늘날에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게 된 비결과 세계경제에 대한 저마다 다른 통찰을 담은 인터뷰를 소개한다.


 구성은 (리더, 생각, 경제, 혁신)의 미래라는 4부로 이뤄져 있으며 각 부분이 독립적이기 때문에 필요한 부분만 골라 읽어도 책을 이해하는데 지장이 없다. 인터뷰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독특한 방식으로 몰입도가 높아 마치 현장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기분이 들 정도로 생동감이 느껴졌다. 각 챕터마다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책이 외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제1부-
리더의 미래

짐 콜린스

사진출처 : bio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 기조가 이어지는 와중에 AirBnB, Toss 등이 지각변동을 일으키며 성장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혁신해야 한다'는 것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


 따라서 다른 누군가와 차별화되고 눈부신 과업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이처럼 기발한 아이디어를 발현해 비즈니스 모델과 업계의 판을 혁신해야 한다는 것에 모두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경영사상가 짐 콜린스는 기업이 성공하기 위한 터닝포인트는 혁신보다는 '광적인 규율(fanatic discipline)'에 있다고 말한다.


 무너져가던 애플이 되살아난 것도 스티브 잡스가 자신의 원칙을 적용한 규율을 바탕으로 조직을 경영했기 때문이다. 조너선 아이브 등 혁신을 이뤄내는데 필요한 자원이 이미 애플 내부에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콜린스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짐 콜린스는 당신의 비즈니스가 잘 돼가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늘 칼 끝에 서있다는 심정으로 긴장을 늦추지 말 것을 강조한다. 그가 2009년 펴낸《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위대한 곳'으로 소개된 11개 기업 중 일부가 파산하거나 경영난을 겪었고, 다른 저서에서 소개된 '비전 기업'들 역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점을 예로 들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일이 뭔가 잘 풀리는 것은 자신 덕분이고, 따라서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어느 정도 자신감을 불어넣어 줄 수 있지만 타박상에 그칠 일을 골절상으로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에 늘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겸손해야하고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



-제2부-
생각의 미래

제임스 다이슨

사진출처 : standard.co.uk

 제임스 다이슨은 '영국의 애플'로 불리는 다이슨의 창업주로, 날개 없는 선풍기,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 등으로 기존 산업의 타성과 고정관념을 깬 제품으로 영국을 넘어 전 세계 가전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1980년대 세계 최초로 먼지봉투가 필요 없는 청소기를 발명했던 그는 기업에 특허를 팔고 본업인 디자이너로 돌아가려 했으나 기업들이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는 시장가치가 없다'는 말에 직접 회사를 세워 제품을 출시한 뒤 127년간 이어져온 선풍기의 틀을 깨고 이제는 로봇 청소기까지 준비하고 있다.


  엔지니어링과 디자인이 서로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20세기적인 사고인 만큼, 다이슨은 개발과 디자인, 연구를 통합적으로 진행해 각 분야가 조화를 이뤄 제품이라는 산물을 만들어 내도록 하고, 신입사원들이 출근 첫날 다이슨 청소기를 직접 분해 조립하는 스트립 앤드 빌드 행사를 실시한다.


 그는 직원 채용에 있어서도 독특한 방식을 적용한다. 만약 개발/디자인 분야의 인재를 채용할 때 아예 경험이 없는 직원을 뽑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직원 교육비용이 크게 든다 할지라도 선입견이 없고 늘 호기심으로 똘똘 뭉쳐 스스로 자신의 일을 탐험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는 것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다이슨의 실패에 대한 철학이다. 2016년 70세가 다되어가는 나이 중 40여 년 동안 실패의 연속이었다고 회상한 그는 엔지니어와 과학자의 삶에 실패란 늘 따라다니는 것이고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나 자신이나 누구나 모두 실패를 겪고 있기 때문에 '사소하거나 중대한 일'에 좌절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제3부-
경제의 미래

래리 핑크

사진출처 : businessinsider.com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경제는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않는다. 하드웨어와 핀테크는 중국이, 소프트웨어는 인도가 우위를 점하기 시작하면서 IT강국이라는 한국이 내세울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고 저자는 전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번 장에서 소개된 대가들은 '기본으로 돌아갈 것'을 강조한다.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로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라는... 말로는 참 쉬운데 쉽게 와 닿지 않아 블랙록 자산운용사를 세운 래리 핑크 회장을 소개하려고 한다.


 래리 핑크와 그가 이끄는 회사는 2009년 금융위기 이전까지는 평범했었다. 하지만 미국의 월가가 금융위기의 구렁텅이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을 때 급속도로 늘어난 부실자산들을 처리해나가며 몸집을 키워 나아 급기야 CNN이 '월가를 구할 수 있는 사나이'로 래리 핑크를 소개하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본래 채권 트레이더로 일하던 그는 MBS 시장을 개척한 선구자로 평가받아 28살 최연소의 나이에 임원이 되는 등 인생기로가 훤했지만 1986년 금리의 방향을 잘못 예측해 1억 달러의 손실을 내며 아무도 자신을 존중해주지 않자 회사를 떠났다.


 그 이후 18개월 동안 자신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고민 한 끝에 자신의 실패를 되돌아보며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춘 블랙스톤을 창업을 했고, 92년 블랙록으로 사명을 개명해 오늘날 진정한 바위가 되었다.


 블랙록이 여타 기업들과 다른 점은 창업 초기부터 직원의 25%가 리스크 관리업무를 할 정도로 한 우물만 파 기본에 집중해 성공했다는 점이다. 덕분에 전 세계에서 유일한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고 9조 달러가 넘는 돈을 굴리며 전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 국내의 삼성생명 등 보험사에서도 블랙록의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 혹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초점을 맞춰 최선을 다하면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제4부-
혁신의 미래

피에노 안티노리

사진출처 : antinori.it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와인 명가 안티노리 가문은 26대에 걸쳐 600년 이상 가업을 이어와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가족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고 기업의 평균수명이 사람 수명만도 못한 격변의 시대에 어떻게 미국이 태어나기도 전에 시작한 사업을 오늘날까지 이어올 수 있었을까? 안티노리 가문의 사주인 피에노 안티노리 후작은 가문의 뿌리 깊숙이 박혀있는 핵심가치 5가지를 소개했다. 열정, 완벽함 등 누구나 예상 가능하고 뻔한 내용이었지만 '인내(Patience)'를 소개할 때는 사뭇 다른 내용에 신선한 기분이 들었다.


 와인 비즈니스는 경제변수보다 대자연에 의한 영향을 많이 받는다. 한 해 수확한 포도의 질이 떨어지면 1년, 혹은 10년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고 어떨 때는 기후 이상으로 그간 키운 농작물을 모두 말아먹을 수도 있다. 그렇게 힘들게 포도를 수확하고 나서 드디어 와인을 제조한다. 의도하는 맛이 10년 후에 나올지도 모르지만 그 미래를 상상하며 맛을 디자인하는 것을 들면 와인은 고도의 예술이다. 성공의 타이밍을 잡기 위해 조급증이라는 우를 범하는 의사결정권자들이 눈여겨 볼만한 대목인 것 같다.


 안티노리 후작은 전통과 혁신, 양립하기 어려운 두 가지를 융합하기 위해 남들이 모두 가는 편한 길을 스스로 변하고 신천지를 개척해내는 빛나는 성취를 이뤄냈다. 기존 이탈리아 와인산업의 위상이 무너져가는 것을 본 그는 전통적인 와인 제조법과 규정을 무시하는 관습의 탈피로 하위등급 판정이라는 불이익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스탠더드를 접목시킨 '티냐넬로'를 출시해 최고급 와인으로 전 세계 와인 애호가들에게 인정받게 되었다.



 누군가 이 책을 내게 한 줄로 간단하게 요약하라고 한다면 '우리가 다니고 있는 직장이 얼마나 후졌는지 느끼게 해주는 책'이라 평하고 싶다. 그만큼 직원을 위한 복지, 일과 삶의 균형과 자아실현 등 우리가 꿈꾸는 이상을 갖춘, 소위 말해 잘 나가는 회사들이 소개되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 등 해운업 구조조정 여파로 고용시장이 떠들썩한 가운데 갈수록 20대 청년 실업률이 높아지고 그에 대한 대안으로 마지못해 창업을 선택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이들은 무엇을 무기로 남들과 갭을 벌여야 할지 고민할 것 같다.


 이 책은 34가지 각기 다른 이론으로 채워진 경영서이기도 하다. 만약 가슴에 와 닿는 에피소드를 찾게 된다면 그와 관련된 자료를 찾아 모조리 읽어보자. 당신이 겪고 있는 복잡한 문제의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책 읽고 만든 인포그래픽, 카드뉴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