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수업 세 번째 날
수업 전날(목요일)에 기다리던 티셔츠가 도착했다.
입어보니 신축성도 좋고 통기도 잘돼 요가가 더 잘 될 거 같았다. “운동은 템빨”이라는 말이 있던데 템빨 좀 받았으면 좋겠다.
세 번째 수업날(금요일) 역시 일찍 도착했다. 차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다 수업 시작 15분 전에 엘리베이터를 타러 갔다. 여러 명이 타고 올라가는데 다들 1층에서 내리고 어떤 여자분과 나만 남았다. 슬쩍 쳐다보니 요가 선생님 닮았는데 엘리베이터 버튼을 보니 수업이 있는 3층뿐만 아니라 4층에도 불이 들어와 있었다. ‘어? 요가샘이 아닌가?’ 괜히 인사했다가 분위기 어색해질 것 같아. 최대한 다소곳한 자세로 서 있었다. 수업이 있는 3층에서 나는 내리고 그분은 4층으로 갔다.
수업 시작하기 몇 분 전 선생님이 들어왔는데 아까 그분이 맞다. ‘아 인사할걸…’ 예의 없는 학생이 된 기분이다. 4층에는 강사 준비실이 있었나 보다.
이전과 비슷하게 뒤쪽 구석에 매트를 깔고 세 번째 수업을 들었다. 가부좌를 틀고 호흡하는 시간에 이전 시간에 배웠던 내용들을 떠올려 봤고 H가 했던 말도 명심하려 했다. “선생님, 호흡이 중요해요. 힘을 쓰는 동안에도 계속 숨을 쉬어야 해요.”
계속 호흡을 하려 노력해서 인지 수요일보다는 쉬웠다. 하지만 시작할 때는 간단해 보이던 동작도 그 자세를 오래 유지하면 힘들어지고 땀이 났다. 준비해 간 수건이 요긴했다. 중간중간 땀을 닦으니 훨씬 집중도 잘되고 저번보다는 여유가 있었다.
요가 수업의 가장 좋은 때는 선생님이 “이제 등을 매트에 대고 최대한 몸에 힘을 빼세요“라고 말하는 순간이다. 다른 생각은 들지 않고 개운함과 함께 새로운 힘이 솟아나는 것 같다. 이번에도 요가샘을 제대로 따라 하지 못하는 동작들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수업 끝나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나이 들어 뭔가를 시작하는 것에도 장점이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것은 내가 서툴 것을 예상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다 그래!”라고 오랜 세월 주변 사람들에게 말해주다 보니 나 스스로에게도 ‘처음에는 원래 잘 안 되는 거야’라고 말하고 있었다. 살면서 만난 수많은 실패와 충고들이 새로 하는 도전에 힘이 되고 있다.
H의 또 다른 충고를 떠올려 이번에는 끝나고 바로 샤워장으로 가지 않고 한 시간쯤 지나 몸을 씻었다. 이유가 궁금해져 검색을 좀 해봤다.
https://www.myyogatips.com/should-you-shower-before-or-after-yoga/
이 사이트에 따르면 요가하기 앞뒤로 한 시간 동안에는 따뜻한 샤워를 하지 않는 게 좋다고 한다. 따뜻한 물은 피가 내부의 기관에서 피부 쪽으로 돌게 만들어 요가의 효과를 떨어뜨린단다. 온수로 비눗물을 씻어내고 찬물로 마무리하니 좀 춥긴 했지만 건강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다음 주 월요일도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