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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숨 Jun 29. 2022

아이의 이타성, 우리의 이타성

샤워를 마친 후, 수건이 없을 때 "여보, 나 수건 좀 줘"하고 남편을 부른다. 그럴 때, 아이는 "내가 내가"라며 자신이 수건을 건네주길 바란다. 남편은 "그래, 사랑이가 엄마를 도와주자."라며 아이의 의욕을 거들어 준다. 작은 주먹으로 노크하는 소리를 듣고 문을 살짝 열면, 자랑스러움과 뿌듯함이 묻어있는 손으로 아이는 수건을 내게 건네준다. 욕실 안에서 수건을 찾는 분주한 소리를 듣는 것은 사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수건을 건네주는 일뿐만 아니라, 무거운 짐을 들고 갈 때 혹은 무엇인가 잘 되지 않을 때 아이는 자신이 도와주겠다며 나선다. 사실 큰 도움은 되지 않지만 아이가 할 수 있는 정도를 하게 만들어 준다. 가령 엄청 무거운 짐들 중 500ml 생수 한 병을 아이에게 들어달라고 부탁하며 아이의 도움에 고맙다는 표현을 한다. 그러면 아이 입장에서는 가볍지 않은 거라 자신의 도움에 뿌듯함을 느끼며 "엄마, 제가 이걸 들어주어서 고맙지요?"라고 확인하기도 한다. 



이러한 아이의 모습을 지켜보며 다른 사람을 도우려는 인간의 "이타성"은 타고나는 것이 맞겠다고 다시금 생각해 본다. 조금 복잡하게, 남을 도우면서 받는 주변의 칭찬과 긍정적인 반응, 이타적인 행동을 함으로써 가족이라는 그룹에 소속되는 이득, 자신이 힘을 확인하는 우월감과 자신감 등 이득이 있어서 하는 이기성에 의한 행동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아이는 다른 사람을 돕는 것에 기쁨을 느끼도록 준비되어 있는 존재라고 나는 간단히 믿는다. 



Photo by Anna Kolosyuk on Unsplash



맑게 빛나는 아이를 바라보며 다른 사람을 도우려는 특성과 그것에서 누리는 기쁨을 아이가 온전히 지킬 수 있게 되기를, 그리고 그것을 돕는 좋은 부모, 좋은 환경이 되어 줄 수 있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나와 이 세상 모두의 이타성에 대해서도 다시 상기해 본다. 



'맞아, 사람들은 서로 도우려고 하지. 사람들은 사실 모두 다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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