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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Jul 19. 2023

내가 죽어도 괜찮은 하루


"오늘 같은 날은 내가 죽어도 괜찮겠어."


말을 하다가 뜬금없이 가슴이 죄어오거나, 갑자기 회사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데 눈물이 나도 모르게 주르륵 흘러 모니터 안으로 어깨를 한껏 말아 숙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대체 기분이 왜 이럴까, 끊임없이 생각하던 어느 날의 아침, 겨우겨우 눈을 뜬 그 아침에 나는 불현듯 죽음을 생각했다.


'죽고 싶다'는 마음은 초중고를 거치면서 차곡차곡 쌓여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던 마음이었다. 엄마의 죽음을 생각하기에도 너무 버거웠기 때문이다. 내 마음을 죽음으로 덮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가을부터 몰려왔던 그 감정의 파도를 끊임없이 벗어나려 해변으로 달리고 있었지만 어느 정도 도망갔다고 생각하면 어푸, 바닷물이 몰려왔고, 다시 그 바닷물을 벗어나 또 3층 건물쯤에 숨어있으면 파도는 그 정도는 우습기라도 한 듯 내가 있는 감정의 대피소를 와르르 무너트리면서 찾아왔다. 이 감정이 파도가 아니라 해일인가 보다 깨닫는 순간, 더 이상 나의 힘으로는 부족하다는 대피소의 경보가 울렸다. 그리고 내 발로,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에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았던 병원을 찾아가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자살유가족이자 생존자인 내가 우울과 불안을 마주하며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가족의 죽음에 자신을 탓하며 몰아세우고 있는 또 다른 많은 '우리'에게 전달하고 싶은 나의 나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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