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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네르 Jan 11. 2024

관계의 전략,

전쟁터에서의 총알, 의사소통

4월 즈음이 되면 사생대회가 열렸다. 강남에서 학교를 다닌 나는 '서울대공원'에서 열린 사생대회를 한 해 걸러 한 해 참가할 수 있었다. 매해 참가하지 못했던 이유는 새 학기 몸살을 '헤르페스'로 심하게 앓았기 때문이다.


새 학교, 새로운 학년, 학기, 새 직장... 우리의 인생은 새로운 공간과 사회로 우리를 이끈다. 그리고 그곳에서 전에 알지 못했던 사람들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만약 기존에 형성이 되어 있던 관계라면, 나의 생각과 행동이 상대에게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질 지에 대한 에너지 소모가 적을 것이다. 하지만, 전혀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면 오해를 일으키지 않도록 초반 이미지 형성과 관계를 가꾸어 가는데 많은 노력이 뒤따르게 된다.


대화를 통해, 글을 통해, 때로는 눈짓과 몸짓, 목소리 등 비언어적인 방법으로, 심지어는 입고 있는 의상, 옅게 뿌린 향수, 공간을 꾸미는 방식을 통해서도 그러한 뜻을 전달할 수 있다. 결국, 의사소통이란 사람과 사람이 상호작용을 하기 위한 기본 중의 기본이 된다.


사람은 보통, 타인과의 관계를 가정에서 형성하게 된다. 어머니, 아버지, 형제자매들. 하지만 이 자연스러운 가족 내 관계마저도 그냥 얻어지지는 않아서, 어린 시절, '왜 우리 집 가족들조차 내 마음을 이렇게 몰라주는 것일까'하는 고민은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아무리 가까운 관계라 해도, 내가 아닌 이상 나를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기에 우리는 스스로의 의사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상대방의 의사를 이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먼저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내 마음이 어떤지 살펴보고, 남의 처지가 되어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며, 되도록 효과적으로 의사를 전달할 방식을 찾는 것, 의사소통은 어려서부터 일생을 통하여 연습하는 과정이다.


가족과 친구 같은 인적인 관계에서도 최소한의 의사전달을 위해 의사소통 전략이 필요한데, 하물며 타인들이 모여 공통의 목적을 달성해야 하는 조직에서는 어떨까? 조직에 속한 개개인마다 타고난 성격 혹은 훨씬 후에 갖게 된 행동적 특성이 있겠지만, 조직은 이 모든 것에 개별화하여 대응해 주지 못한다. 조직은 이 집단 내의 구성원들이 최소한의 공통적 기준을 갖고, 거기에 부응하는 의사소통 방법을 사용하여 조직의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해 주기를 기대한다. 조직 내에 적절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져 구성원들이 서로 공감한다면, 팀워크가 좋아지고 그로 인해 사기가 높아져 능률과 성과도 한층 향상될 것이다. 예를 들어, 학생과 교수가 학습에 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면, 친구들 간에 나누는 대화와는 다르게 상대방에게 서로의 원하는 바에 대해 핵심을 명확하게 표현해 주기를 바랄 것이다. 과제물로 리포트를 한 건 쓴다고 해도 내 생각의 흐름대로 쓰기보다는, 주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관련된 내용들을 구조적으로 논리 정연하게 정돈하여 제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제 여러분이 학교 졸업 후 병원에 취직을 하게 되면, 간호사들이 환자를 돌본 상황의 진행과 결과를 말이나 기록을 통해 보고할 때 갖춰야 하는 최소한의 형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조직 내 의사소통의 방식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조직 구성원들은 회의나 일상적인 업무 진행 과정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일에 대해 소통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상사나 동료, 부하 개개인이 서로 잘 알고, 개인에 맞춰주기는 쉽지 않다. 각자가 다양한 사회적 경험과 사회적 지위를 갖고 있으므로 똑같은 내용을 제시하더라도 각자 다르게 받아들이고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조직은 직장 내 의사소통 방식에 대해 명시적이거나 혹은 간접적으로라도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하고-보고서 양식 표준화 등- 적절한 의사소통 방식을 장려하고 있다.


사실,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배워온 기본적인 사항들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스스로를 잘 살펴 생각과 느낌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상대방의 입장에 공감할 수 있으며, 하고자 하는 말을 상황과 상대방에 따라 적절하게 표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집단 내에서 의사소통해야 할 구성원과 관계가 더 다양해지면, '적절한 표현'에 대해 고려해야 할 사항들도 더 많아질 것이다. 수평적 의사소통, 젠더 관점의 도입, 존중하는 말하기... 오늘날 많은 조직들은 조직 내 구성원들의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보장하는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실질적인 업무개선을 위한 것만큼이나 많은 노력을 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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