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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글 Sep 08. 2019

밖에서 국수를 먹는 사람




겨울이 남기고 간 매서운 바람이 잦아들 때쯤 따스한 햇빛을 따라 거리로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직은 찬 기운으로 윗옷을 껴입었지만 겨울 보단 느긋하고 뚜렷한 걸음걸이다. 나도 그중에 한 사람으로 거리의 흐름에 맞춰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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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걸었을까 오른쪽 골목이 점점 가까워지면서 모퉁이 바로 건너편 국숫집이 보이기 시작한다. 국숫집은 손님이 붐빌 때 밖에서 손님들이 편하게 기다릴 수 있도록 가로 의자 두 개가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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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야가 국숫집 오른쪽 끝까지 볼 수 있게 되자 긴 의자 끝 한 남자가 앉아 있다. 그의 손에는 국수 그릇과 젓가락이 들려 있고 무릎에는 쟁반과 반찬이 놓여있다. 그는 머리를 최대한 그릇에 붙인 채 아주 작은 움직임만으로 느긋한 식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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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발처럼 길게 풀어헤쳐진 머리카락과 울분을 참지 못해 터진 신발, 품이 어긋한 옷차림.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모습과 사뭇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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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이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이라면 그는 사회에 대한 순응과 반항이 얽힌 심오한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의도성을 보이기 위해 안이 아닌 밖으로 나가 사람에게 가장 친근한 모습 중 하나인 식사를 선택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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