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를 끌고 내리막길을 걸어간다. 파란 수레에 꼬이고 엮인 고무줄은 자신이 어디로 끌려가는지 모른다. 자기가 할 일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고도 가파른 내리막길을 걸어가는 속도감에 취해 멍하다. 수레는 익숙한 듯 걸음걸이에 맞춰 지면을 지탱하며 굴러간다. 그럼 수레도 수레를 끄는 사람도 서로에게 기대어 내리막길을 거침없이 내려간다. 한 걸음에 하루의 시간이 있고 재빠른 걸음일수록 다음날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_
짧은 찰나 창밖으로 지나가는 수레를 끄는 사람. 걸음걸이는 엉성한데 누구보다 발 굴리는 속도가 빠르다. 절뚝거림도 아니고 뒤뚱거림도 아니다. 쿵쿵 바닥으로 끌어당기는 중력을 거스르는 걸음이다. 그래서인지 내게 안쓰러움과 책임, 용기가 떠오르고 내가 내딛는 걸음에 가벼움을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