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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글 Aug 14. 2022

가장 어둡고 밝은 사적인 밤의 생각을 흘려보낸다



좋아하는 싱어송라이터가 있다.

사진촬영으로 알게 됐는데 기타를 치며 차분히 노래하는 모습이 매력적인 사람이라 생각했다. 당시 기억이 맞는다면 초록색 옷을 입고 노래를 불렀는데 여름의 푸릇한 모습과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부른 노래는 <달이 나만 따라오네>로 가사의 내용을 요약하면 아무 생각 없이 걷는 날이 마치 달이 떠오르는 것처럼 누군가가 계속 떠오른다는 의미다.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그녀의 생각과 가사, 멜로디 선율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고 3년 동안 플레이리스트에 빠지지 않는 노래다.


가사처럼 내게도 아무 생각 없이 잊히지 않고 떠오르는 달이 있다. 어이없이 자꾸만 신경 쓰인다. 짙은 그림자처럼 원하지도 않는데 문득 떠오른다.


그럴 때마다 고백하건대 감미로운 노래처럼 차가운 달이더라도 나는 포근히 품어 줄 수 있을 것만 같은데, 희망과 기대, 가능성이라는 말을 빌려 반짝일 다음을 함께할 수 있을 것만 같은데 그럴 수가 없다.


그래서는 안 된다.






달은 떠오르면 다시 저물기 마련이다. 반복될 순 있어도 달에게 명명될 의미는 번쩍이는 천둥처럼 금방 바뀔 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떠오르고 저무는 일로 감정을 소모해서는 안 된다.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다가왔다 떠나갈 것을 이해하고 흘려보내야 한다.


대신 밤이 될 때 낮 동안 쌓인 어젯밤 달의 기억을 어둑해서 보이지 않을 암흑 속으로 먼지처럼 털어버려야 한다.


그래야지만 다음 달이 찾아와도 지난날의 기억에 매달리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받아낼 수 있는 공간을 가질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오늘은 가장 어두면서 밝은 사적인 밤에 일주일의 생각을 흘려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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