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개념을 의심하기

꼬리찾기 #16

by 나말록

'나'는 언제나 다른 사람보다 소중하다. 그래서 내 생각과 관점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게 당연하다. 단체 사진이 나오면 제일 먼저 찾는 사람은 친한 친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다. 누구는 자식을 위해서 목숨도 바치기도 하고 누구는 타인을 위해 희생하기도 하지만 그 모든 이타적인 행위는 결국 자기 자신의 신념과 생각을 따른 결과이지 다른 사람의 생각을 따른 것이 아니다. 설령 다른 사람의 생각을 따른다고 해도 그것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것은 나의 결정이고 선택이다. 언제나 ‘나’의 생각이 우선이고 ‘나’의 선택이 가장 중요하다.


심적으로는 그렇다고 해도 앞서 살펴본 것처럼 한 걸음 물러서 보면 ‘나’가 다른 사람들의 관점이나 생각 보다 우위에 있어야 할 당위성은 어디에도 없다. 현실에서 누군가의 생각이 남들에 비해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그가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지 당위성이 있어서가 아니다. 영향력이 아무리 커도 당위성이 생기지는 않는다. 지구상에 80억의 ‘나’가 존재한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에 그렇다.


‘나’는 관점의 차원에서는 관찰자의 특별한 지휘를 갖지만 그 역시 하나의 대상으로 존재한다. 당신의 꼬리를 옆집 남자에게 옮기면 당신은 바로 ‘너’가 된다. 옆집 사람이 나에게 ‘너’이 듯, 그에게 나는 ‘너’다. 이렇게 ‘나’라는 것도 이리저리 옮겨 쓸 수 있는 개념이다. 앞서 예를 들었던 ‘학교’와 똑같다. 하지만 학교와는 달리 ‘나’는 그것이 지칭하는 몸이 명확하게 있는 것만 같다. 그러나 ‘나’에 대한 생각은 ‘나’라는 개념을 기초로 쌓아 올린 개념의 덩어리다.


‘나’라는 개념에 덕지덕지 붙은 고정관념은 무게가 꽤나 많이 나간다. 나는 이러이러한 사람이다. 나는 홍길동이다. 나는 이런 얼굴을 갖고 있다. 나의 성격은 이렇다. 나는 몇 살이다, 나는 돈이 많다. 나는 능력이 좋다. 나는 불쌍하다. 나는 노래를 잘한다.. 등이 사실은 모두 고정관념이다. 진실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럴 리가요. 제가 아는 나에 대한 이야기는 모두 사실입니다.”


앞의 설명을 들으면 누구라도 당장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내가 알고 있는 나의 이야기가 모두 사실이 아니라니, 이런 과격한 말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이원적 관념의 끝판왕은 그 이름에 걸맞게 진실을 보지 못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장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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