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라는 기준

꼬리찾기 #15

by 나말록


지금까지는 직접적인 비교와 그 변형된 형태들을 살펴봤다. 대상에 초점을 맞추면 꼬리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반대로 의도적인 꼬리의 움직임을 통해서도 대상의 존재감이 변한다는 것을 살펴봤다. 대상의 1:1 비교는 물론 1:∞ 의 구조를 갖고 있는 콘텍스트에서도 꼬리의 메커니즘은 동일하다는 것도 살펴봤다.


이 모든 **꼬리의 작용은 기준의 또 다른 이름이다.** 기준은 단일한 무엇일 수도 있고 다수의 무엇일 수도 있으며, 혹은 그저 환경이나 상황을 같은 것 일 수도 있다. 이런 기준이 바뀌면 모든 것이 바뀐다.** 위치, 크기, 모양, 감촉, 가치 등, 말 그대로 모든 것이 바뀐다. 단, 하나도 바뀌지 않는 것이 없다. (실상을 알기 위한 힌트는 사실 이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


그런데 지금까지 다루지 않은 가장 중요한 기준이 하나가 있다. 객관과 객관의 관계를 줄곧 지켜보던 원초적 기준, 바로 ‘나’라는 기준이다. 나를 기준으로 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해 보인다. 언제나 경험은 나의 경험뿐이고 내가 보는 풍경일 뿐이고 생각은 내 생각이 가장 중요하며 관점은 언제나 나의 관점을 기준으로 세상을 본다. 센서를 장착한 로봇처럼 세상을 더듬어 파악하고 있는 나는 언제나 세상과 경험의 중심이라고 주장한다.


기준으로서 ‘나’


세상에 태어나면서 누구나 하나의 기본적인 기준점을 갖고 삶을 시작한다. 인간에게 가장 원초적인 기준인 ’나’다. 나를 중심으로 모든 정보를 받아들이고 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나의 귀로 소리를 듣고 나의 생각으로 세상을 판단한다. 이런 ‘나’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절대적인 기준처럼 느껴지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세상에는 그런 ‘나’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나’가 세상에 하나뿐이라면 그것으로 기준을 잡으면 될 일이지만, 글을 쓰고 있는 2023년 기준으로 세상에는 약 80억 개의 ‘나’가 있다고 한다. 그 많은 ‘나’의 관점과 이해관계를 생각하면 세계가 이 정도 분쟁만으로 버티고 있는 것이 어찌 보면 기적일 정도라고 생각해야 할까.


우리는 과연 이 수많은 ‘나’ 중에서 유독 쓸만하고 중요한 ‘나’를 찾아내거나, 혹은 서로 간의 합의를 통해서 대표적인 하나의 ‘나’를 골라내는 것이 가능할까?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까지 살펴본 바로는 객관적이고 절대적 기준은 찾을 수 없었다. 이성적으로 보면 ‘나’라는 기준 역시 임의적이고 유동적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미 육체와 함께 굳어진 관점을 포기하는 건 더더욱 어려워 보인다. 마치 나의 시각을 다른 사람의 시각과 맞바꾸는 것만큼이나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자기중심적 생각에서 타인 중심으로 확장해 온 흔적이 인간의 역사에서는 자주 발견된다. 이것은 이타적인 모습으로 자주 드러난다. 국가를 위해서 목숨을 바친다거나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내 몸처럼 돌보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런 이타적인 행위도 ‘나’의 테두리를 벗어난 행위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 또한 ‘자기만족’이란 측면에서 자기 중심성을 벗어나 있지 않기 때문이다.


수많은 ‘나’ 속에서 어느 하나 더 중요하거나 덜 중요한 ‘나’는 없다. 이런 ‘나’의 평등성 안에서 벌어지는 관점의 주도권 경쟁은 대부분 비슷하다. 다음의 짧은 이야기는 그 전형적인 패턴을 보여 준다.


머나먼 우주의 어느 행성에 인간 보다 고정관념이 느슨한 생명체가 마을을 이뤄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 중심에 아주 커다란 사각뿔 조형물이 세워졌다. 그 주위로 주민들이 모여들었고 조형물에 대해 하나 둘 얘기하기 시작했다. 어떤 주민은 밑이 평평한 삼각형 모양이라고도 하고 또 어떤 주민은 밑이 뾰족한 삼각형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각자의 묘사가 모두 조금씩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주민들은 당황했다. 분명 같은 조형물인데 왜 다르게 말할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무리 중에 가장 똑똑한 주민 하나가 나서서 그 이유를 찾아내고 정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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