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와 꼬리

꼬리찾기 #14

by 나말록

세상에는 악당이 존재한다. 당신에게도 당신을 괴롭히는 그 악당이 있을 것이다. 직접적인 해를 끼친 사람도 있고, 별다른 이유 없이 그냥 밉살스러운 사람도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받는 스트레스의 상당 부분은 바로 이런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사람이 너무 좋아서 괴롭고, 사람이 너무 미워서 괴롭다. 좋으면 좋은 대로, 미우면 미운 대로 고통은 찾아온다.


보통 우리는 이런 고통의 원인이 '그 사람' 자체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 이것은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문제다. 분명 나쁜 사람인데 왜 저 친구는 그를 좋아하는지 이해할 수 없을 때가 있다. 반대로 내 눈에는 참 괜찮은 사람인데 왜 다들 싫어하는지 영문을 모를 때도 있다. 사람은 그대로지만 관계에 따라 좋은 사람이 되기도 하고 나쁜 사람이 되기도 한다. 관계는 언제나 혼자 맺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 이상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며, 그 모든 관계에는 반드시 '나'가 포함된다. 우리가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바로 이 관계의 문제를 '저 사람 하나'의 문제로만 좁혀서 보는 것이다.


손바닥을 손으로 치느냐, 북을 치느냐, 책상을 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소리가 난다. 그 소리가 바로 관계의 결과다. 종소리가 울리는 것은 단지 그것이 종이라서가 아니라, 종을 두드리는 무언가와 함께 그 소리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손으로 종을 살며시 감싸 쥐면 우리가 익히 아는 맑은 종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이 하나의 사실만으로도, 이것이 어느 한 대상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문제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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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관계의 문제는 앞서 살펴본 기본 모델로도 설명할 수 있다. A를 나라고 할 때, B는 나와 관계 맺고 있는 상대방이다. A와 B는 서로 독립적으로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만들어진다. 관찰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 역동이 선명하게 보이지만, 정작 내가 그 관계 안에 있을 때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상대방에 대한 나의 평가가 나와 무관하게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나'라는 가장 중요한 변수를 간과하는 것, 그것이 큰 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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