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과 꼬리

꼬리찾기 #13

by 나말록

상식은 널리 알려진 지식이나 보통 사람들이 공통으로 갖고 있는 관념을 말한다. 누구나 당연히 알고 있으며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여겨지는 생각들이다. 물은 아래로 흐른다. 낮에는 태양이 뜨고 밤에는 진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춥다. 이런 상식들은 일상에서 진리에 버금가는 신뢰를 받으며, 사회적으로 유용한 기준점이 되고 다양한 문화가 그 위에서 형성된다.


그러나 아무리 광범위하고 견고한 상식이라 해도, 그 지위는 어디까지나 임시적이다. 통상적인 이해라는 것이 절대적 진리와는 다르다.



경기장의 규칙


상식의 임의성을 이해하는 데 가장 좋은 비유는 스포츠 경기의 규칙이다. 골대에 공을 넣으면 점수를 얻고, 점수가 높으면 이긴다는 규칙은 경기장 안에서만 유효하다. 경기가 끝난 뒤 아무리 많은 골을 넣어도 아무도 환호하지 않는다. 골을 넣는 행위 자체는 동일하지만, 인식과 평가는 전혀 달라진다. 상식도 이와 같다. 누구나 알고 있다고 가정하는 이 전제는, 사실 특정한 시간과 공간 안에서만 작동하는 약속에 불과하다.


상식은 얼마나 오래되고 견고 한 지와 무관하게 언제나 임시적이다. 이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역사가 뒤집어온 상식들이다.



상식이었던 것들


19세기 중반, 유럽의 병원에서는 의사들이 수술과 수술 사이에 손을 씻지 않는 것이 당연했다. 당시 의사의 손은 많은 수술을 해온 경험의 증표였다. 그런데 오스트리아의 젊은 의사 이그나즈 제멜바이스는 이상한 사실을 발견한다. 의사가 분만을 도운 산모의 사망률이, 산파가 도운 경우보다 열 배 이상 높다는 것이었다. 원인을 추적한 그는 의사들이 시체 해부 직후 손을 씻지 않고 바로 분만실로 들어간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손 소독을 의무화하자 사망률이 극적으로 줄었다.


그러나 동료 의사들은 그를 조롱했다. '의사의 손이 환자를 죽인다'는 주장은 당시의 상식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었다. 결국 그는 학계에서 배척당하고 정신병원에 수용되어 생을 마감했다. 그의 사후에야 비로소 세균의 존재가 증명되었고, 그는 복권되었다.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손 위생이라는 상식은, 불과 150년 전에는 한 사람의 삶을 파멸시킬 만큼 위험한 비상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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