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마케터가 되고픈 취준생, 대학생을 만날 때마다 몇 가지 공통된 질문을 받는다.
그 중 6가지만 추려 봤다.
지난주 경희대학교 학생들 대상 디지털 마케팅 입문 교육을 하고 왔는데 역시나 비슷한 경험이었다. 사실 취준생이기도 한 그들에게 어떻게 전달해야 더 와 닿을까? '전달하는 방식'에 많은 고민을 했었는데.. 그들이 더 궁금해하고 알고 싶은 건 따로 있었다.
1. GAIQ, 검색광고 자격증 등 관련 자격을 취득하면 입사하는데 유리한가?
> 동일 조건의 경쟁자를 두고 본다면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게 당연히 유리하다. 하지만 자격증은 자격증일 뿐, 실무를 전혀 해보지 못한 입장에서 취득한 자격증은 무용지물이란 것. 실무자라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얼마나 더 성의를 보였느냐의 개미 똥구멍만큼 가산점 정도 줄 수 있는. 딱 그 정도.
2. 취준생이라 경험이 없는데 데이터 분석이나 그로스 해킹을 접목한 사례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 하나.
> 없으면 이야기 안 하면 된다. 그런데 무언갈 분석하고, 개선하는 행위가 꼭 마케팅 범주안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매년 대학생 MT참여율이 저조해지고 있다고 치자. 그중 1학년 여학생 참여율이 가장 두드러지게 저조하다는 걸 파악할 수 있었고, 그 불안요소를 해결해줄 수 있는 몇 가지 보완재를 마련한 뒤 결과적으로 기존보다 높은 참여율을 이끌어 냈다면 이거야말로 해피엔딩 아닌가. 그렇다고 자소서에다가 이 이야기를 그대로 옮겨 적진 말자. 어리석은 짓이다. 몇 마디 이야기해보면 금방 탄로 날뿐더러 이 바닥 생각보다 좁다 ㅎ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맹점은 내 신분에 대한 제한사항이 아니라 잘 찾아보면 사소한 불편을 해결할 만한 대단한 일들이 주변에 꽤 있다는 거다. 이때 필요한 건 관찰력이다. 면접관은 당신이 얼마나 대단한 일에 참여했느냐 보단 문제를 발견하고 풀어나가는 방식에 관심이 있다.
3. 대외활동이나 기본 스펙이 대부분 비슷한데 여기서 무엇을 더해야 할까.
> 사실 난 이 질문이 나올 때마다 숨고 싶다. 마땅한 답변이 없거니와 나의 20대와는 다를 테고 나부터가 내세울만한 스펙이 1도 없기 때문이다. 무언가 솔루션을 기대했다면 정말 미안하지만.. 내 대답은 깊은 공감과 묵묵한 응원이다. 나 역시 취업난에 허덕이는 세대를 관통했으나 지금의 취준생들은 그 어떤 때보다 더 치열하다. 그리고 누구보다 상향 평준화된 스펙과 능력치를 보유하고 있다. 태어난 타이밍이 안타까울 뿐. 하지만 그렇다고 신세한탄만 할 수는 없다. '나음보다 다름' 이란 도서 제목처럼 또 다른 결핍을 채울 수 있을 만한 '다름'을 나에게서 계속적으로 발견해야 한다. 마치 수능이 끝난 후 대학 합격이란 정점에 달해 모든 것이 해방되는 느낌을 받다가 졸업시즌에 엄청난 초조함에 휩싸이는 것처럼 이 문을 열고 나가면 또 다른 문이 기다리고 있다. 점점 더 냉정하게 자기 증명해야 하는 문을 마주하고 열어가야 한다.
4. 입사하면 가장 많이 하는 일이나 다루는 툴이 무엇인가.
> 이건 기업 규모와 포지션에 따라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료조사나 단순 보고서 작성을 많이 하게 된다. 그 외 종종 잔심부름도 하게 되고, 예정됐던 일, 반복되던 일 외에도 스팟성 업무는 항상 주변에 도사리고 있다. 주로 다루는 툴은 단연 엑셀과 ppt다. 이 두 가지만 있으면 거의 모든 문서작업은 무적이 된다. 헌데 예상외로 '포토샵'을 쓰는 마케터가 꽤 많다. 이건 미적 감각까지 뛰어나서가 아니라.. 기다리다 지치거나 답답해서 직접 배워서 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스타트업이나 규모가 작은 기업 내 부족한 디자이너 자원에 기인한다. 하지만 어떻게든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더라.
5. 신입으로서 잘 성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혹은 선임에게 인정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 그전에 성장을 하고 싶은 이유를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왜 내가 성장하고 싶은지, 그것이 스스로에게 얼마나 오랫동안 내 삶의 동기가 되어줄 수 있는지부터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선임된 입장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후임은 태도와 학습효과가 좋고, 본인 업무에 생각을 담을 줄 아는 후임을 좋아한다. 간혹 신입들에게 똑같은 보고서 작성을 시키더라도 문제없이 잘 해내지만 루틴 업무처럼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사람은 그 와중에 튀는 데이터를 발견하고 그에 대한 원인을 다방면으로 고민하여 나름대로의 가설이나 논리를 코멘트로 함께 전달한다. "보고서 데이터 중 이러이러한 부분에 문제가 있어 보여 확인해보니 요런 원인 같은데 제 생각이 확실치 않아서 말씀드립니다." 라는 한 줄 코멘트는 선임이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몇 가지 옵션 중 하나를 걷어내 준 셈이다. 이러한 신입들은 하나를 가르쳐주면 둘셋을 소화하는 편인데.. 솔직히 가르쳐주지 않아도 지들 알아서 어떻게든 성장하더라.
6. 마케팅 비전공자인데 취업에 불리하지 않을까.
>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케바케이지만 내 경험이나 주변의 대다수 전문가들을 보면 전공따윈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특히나 요즘은 너무나 빨리 그리고 자주 바뀌는 디지털 환경이라 누가 더 민첩하게 반응하느냐가 훨씬 중요해졌다. 아직까진 대부분의 대학교 전공수업이 이런 환경을 적시적으로 따라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실무자들도 모여서 이야기하면 모두 다 동감하는 이야기들이고 그래서 전공자들에 대한 기대치가 딱히 없다.
전공자의 유무보다 마케팅을 잘할 수 있는 기질과 정답보단 해답을 찾아나갈 줄 아는 사람인지, 그걸 훨씬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걸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게 내가 경험하면서 변화시킨 내용들. 그게 대외활동이든 인턴십이든 아르바이트든 뭐든 상관없다. 대부분의 취준생들이 이력서나 자기소개서에 추가하는 활동은 많지만 대부분 경쟁력이 낮은 이유는 그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고, 어떤 인사이트를 얻었으며, 결과를 내기까지 어떤 시도를 직접 해봤는지가 중요한데 안타깝게도 참여 자체에 의의를 둔 탓인지 이러한 스토리텔링이나 자기 표현력을 보였던 경우가 참 드물다.
입장 바꿔 놓고 생각하면 된다.
당신이 누군가를 채용해야 하는데 하나같이 처음 본 사람이라면 무엇을 생각하고 봐야 하는지.
여기까지가 공통된 질문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인 답변이다.
이제 내가 받은 공통된 느낌을 정리해보자면 그들은..
- '디지털 마케터' 직무 이상으로 '취업' 자체에 간절한 목마름이 있었다.
- '디지털 마케팅'이라는 무형의 직무에 대하여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은 것에 답답함을 느끼는 것 같았다.
- 마케팅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 가득한 친구가 있는 반면, 시류에 휩쓸려 막연한 간판을 원하는 친구도 있었다.
- 생각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퍼포먼스 마케터', '데이터 분석', '그로스 해커' 등 몇 가지 용어에 꽂혀 있었다.
- 퍼포먼스 마케팅은 숫자를 잘 다뤄야 하고, 콘텐츠 마케팅은 크리에이티브 능력이 좋아야 한다는 이분화된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다음엔 내가 공통적으로 느낀 위 사항에 대하여 지극히 주관적인 내 생각을 써볼까 한다.
확실한 건 듀얼 모니터에 현란한 분석 툴과 KPI를 번갈아보며 메일을 작성하는 와중에 한쪽 어깨로 클라이언트와 통화를 하는 멋진 모습은 생각처럼 자주 일어나진 않는다는 것이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