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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을지 May 23. 2023

강의에서 배운 대로 했는데 왜 마케팅 성과는 똑같을까?


얼마 전 '왜 우리 회사 마케팅은 배운 대로 안될까' 란 제목의 뉴스레터를 보았다. 흥미로운 주제와 내용이었고, 핵심은 회사 규모에 따라 시도할 수 있는 마케팅 범위와 빈도수가 다르기 때문에 원하는 결과에 수렴가능한 확률 또한 다르다는 내용이었다.

나 또한 강사로서, 그리고 수강생으로서 범위를 좁혀 다시 질문해 봤고 그에 대한 내 생각은 다음과 같다.



Q. 책이나 강의를 통해 배운 대로 했는데 왜 우리 회사 마케팅 성과는 그대로일까?


1. 나한테 꼭 맞는 사례가 드물다.


- 강의하면서 많이 들었던 피드백 중 하나가 "다른 서비스의 사례도 많이 있었으면 좋겠어요"였다. 제공하는 서비스에 따라 수요와 공급 비중이 다르고, 고객군도 다르며, 시장 성숙도 역시 다르다. 아무래도 수강생 입장에선 산업별/업종별 교육이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많은 교육들이 범용성 있는 커리큘럼과 주제를 다룬다. 이유는 주제 및 수강 대상을 너무 세분화하면 모객이 어렵고, 이는 수익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교육기관도 엄연히 수익을 내야 하는 영리 기업이다. 이럴 땐 나름 세분화된 오픈카톡방을 운영하는 #아이보스 나 #오소마 같은 곳을 이용하여 관련 있는 질문을 하고 그곳에서 집단지성의 도움을 받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2. 배운 대로만 하기 때문이다.


- 너무 변화가 빠른 세상이고 한 두 가지 성공 사례를 일반화시킬 수 없다. 유료 강의를 수강한다고 해서 정답을 알 수 있는 게 아니다. 비용을 지불하고 강사의 축적된 경험치를 사는 행위라고 보는 게 바람직하다. 분명 동일한 내용을 전달했음에도 이를 적용하는 방식과 시도 횟수에 따라 차이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있다. 배운 대로만 하는 사람과 배운 내용을 잘 적용하는 건 하늘과 땅 차이다.


3. 목표 도달 과정 중 필수적으로 타 부서와의 협업이 존재한다.


- 한 팀에서 비즈니스 전 과정을 소화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대부분 조직에서의 성과는 각자 전문 영역을 담당한 자원들의 합과 곱으로 이루어져 있다. 새로운 프로모션을 기획하더라도 최전선에서 고객을 맞이하는 영업팀, CS팀과의 이해관계가 발생하기도 한다. 앱/웹 내 새로운 기능을 구현하거나 성과 추적을 위한 스크립트 코드 한 줄 삽입하는데도 사내 배포 일정 및 내부 엔지니어의 업무 우선순위로 인해 뒤로 밀리기 십상이다. 생각해 보면 각자 제 위치에서 자기 일을 우선적으로 잘 해내고 싶은 맘이 크기 때문이다. 서로 간 대립각이 발생하는 상황이 종종 나타나면 어느 순간 적당히 타협하기 시작한다. 처음엔 그럴듯한 마케팅 액션 플랜이 수립되어도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지는 지점이 이 구간이다.


4. 의사소통 스킬은 정말 중요하다.


- 위와 같은 상황 때문이라도 평소 의사소통 스킬은 정말 중요하다. 단순 애티튜드의 관점 보단 일이 되게 만드는 '설득'과 '파이프라인' 역할이 필요하다. 가장 안타까운 상황은 커뮤니케이션 미스로 같은 일을 두 번 이상 해야 할 때다. 가령 마케터 입장에서 수집 및 분석하고 싶은 데이터가 있다. 어떤 조건에서, 어떤 항목들을, 어떤 형태로 왜, 수집하고 싶은지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엔지니어와 소통해야 하는데 이러한 소양을 갖추지 못하면 모두가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인다. 겨우 겨우 진행이 되더라도 불필요한 데이터 or 잘못된 데이터를 수집하게 되어 그동안에 쌓인 데이터들이 무의미해지는 경우도 종종 목격하는데 이렇게 방치된 기간이 길어질수록 기업 입장에선 상당한 리스크다.


물론 전문 지식이 부족해도 의사소통을 하는 방법은 있다. 날 것의 형태여도 좋으니 왜(why) 이걸 해야 하는지에 대한 배경 설명과 자신의 논리에 집착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표현하는 것이다.


5. 그러려면 얼마나 잘 해내고 싶은가에 대한 자기 의지와 도메인 지식이 중요하다.


- 이쯤 되면 의사소통을 위해 내가 어디까지 알아야 하나.. 갑갑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내 경험 상 결국 문제를 더 해결하고 싶은 사람이 타의 영역을 조금씩 넘나들면서 질적 성장을 이루는 걸 봐왔다. 이를 위해선 이런 부분까지 감내할 만큼 자신이 속한 서비스의 시장과 도메인 지식이 필요한데 이러한 과정 또한 녹록지 않으며 어떨 땐 고통스럽기까지 한다. 그래서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이 일을 얼마나 성공시키고 싶은지, 해결하고 싶은지 자기 의지가 중요하다.


6.  학습 효과가 좋은 교육 수강 타이밍은 따로 있다.


- 교육은 모르는 게 많을 때보다 적당히 아는 시점에서 수강하는 게 학습 효과가 훨씬 좋다. 가장 추천하는 타이밍은 실무를 하고 있지만 본인 업무에 확신이 없거나, 개념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이 실제와는 많이 달라 원인을 알고 싶거나, 당장 회사에서 맡은 업무를 소화해내야 하지만 자신 없을 때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데 언젠가 도움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교육을 듣게 될 경우 절반도 이해하지 못하거나 정작 필요할 땐 시간이 많이 지난 뒤라 다시 수강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가끔 기업 교육 출강을 하면 간혹 질문의 퀄리티가 남다른 분들이 있다. 질문이 뾰족할수록 얻을 수 있는 가치는 커진다.



p.s

내가 강의를 하면서 가장 크게 배운 것.

- 타인의 눈높이에 맞춰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 그건 모르는 것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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