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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야 Nov 04. 2018

프롤로그 - 졸업, 글쓰기의 시작

졸업한지 어느덧 반년이 훌쩍 넘었다. 

이제 대학생이라는 단어는 나에게 낯간지럽고 이질적인 대상이 되었고, 개강날의 캠퍼스가 뿜어대는 설렘과 강의실을 향해 뛰어가던 분주한 움직임들도 더이상 나의 것이 아니었다. 모든 게 당연하게 느껴지던 대학생활의 사소한 것들이 졸업하고 나서야 소중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졸업하고 쉬고 있기에 더 그렇게 느끼는 걸지도 모르겠다. 


내가 겪고 느낀 대학생활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고 느낀 건 꽤 예전, 그러니까 학교를 다닐때부터의 일이지만, 졸업하고 나서야 글을 쓸 시간이 생기게 되었다. 아니 어쩌면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걸지도. 대학을 다닐때부터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면, 그 외의 것들을 잘 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일까, 미루고 미루고 미루고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이제서야 쓰게 된다. 이제 대학생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 당시의 생경한 느낌들은 많이 풍화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제 대학생이 아니기 때문에 대학생이었던 나의 모습을 제3자의 관점에서 낯설게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이 흐릿한 기억이나마 살려서 대학생활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한 때 뜨겁게 사랑했던 애인이 있었다. 서로 없으면 못 살것 처럼 뜨겁게 연애했지만, 얼마 되지 않아 그녀는 고시공부를 하게 되었다. 결국 힘든 시기를 반복한 끝에 그 사람을 보내야만 했다. 시간이 흘러 졸업한 후 또 뜨겁게 만나던 사람이 있었다. 그녀 역시 대학생이었지만, 또 다시 고시공부 때문에 그녀를 보내게 되었다. 이번에는 갑작스럽게 통보받았기에 더욱 충격이 컸다. 이렇게 고시 공부는 소중한 인연들을 잔인하게 끊어 놓았다. 그렇게 두 번째로 고시 때문에 연인을 떠나 보내고 나서야,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빨리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세대가 어떤 구체적인 아픔을 갖고 있고, 어떻게 우리의 대학생활을 힘겹게 보내고 있는지를 알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우리가 매체에서 보고 접하는 대학생활의 모습은 웃음 코드로 승화할 수 있는 부분만 부각되는 경우가 많다. 혹은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대학생활을 획일적으로 포장하려는 시도들이 대부분이다. 어쩌면 내 글도 그렇게 되어버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시대가 어떤 시대고,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보여주고 싶다. 물론 아픈 부분만 부각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저 복잡하고 치열했던 대학생의 일상들을 덤덤하게, 최대한 자세하게 복기해볼 것이다. 마치 문학작품을 보고 그 작품이 쓰여진 시대의 모습을 알수 있듯이, 내 글이 2010년대 우리 세대의 시대상을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이 된다면 좋을 것 같다. 모든 것을 다 담을 수는 없더라도! 


청춘이라는 단어로 퉁치기엔 우리의 젊음은 너무나도 디테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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