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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야 Jun 11. 2020

3화. 그 많던 대학생 밴드는 어디로 갔을까?

낭만이 사라진 시대의 음악에 관하여

밴드 활동은 음악을 좋아하는 몇몇 대학생들의 로망 중 하나다. 악기를 직접 손으로 만지고 두드리며 연주할 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은, 전자기기가 넘쳐나는 요즘의 세상 속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그 특유의 손맛을 선사한다. 또 무대 위에서 사람들에게 주목받으며 나다움을 표출하는 것은, 그 무대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일 것이다. 나 역시도 재수를 할 때, 인디 음악을 들으며 ‘대학에 가면 꼭 음악을 할거야’라는 다짐을 하면서 공부했던 기억이 난다. 그 다짐대로 대학 다니는 내내 음악을 하면서, 길거리에서 버스킹을 하고, 밴드 동아리에서 소중한 친구들을 만나고, 기억에 남는 공연을 하며 대학 생활을 채웠었다. 학기말이 다가갈수록 과제와 발표, 시험에 대한 압박이 있었지만, 그 압박을 받는 틈틈이 공연을 위해 합주하며 스트레스를 풀던 시간들이 있었고, 공연을 마친 날 그 모든 압박이 해소되고 밤새 술 마시며 뒷풀이하던 시간들은 지금 다시 상상해도 행복한 나날들이었다. 


졸업 전 마지막 동아리 정기공연 사진. 드럼을 치면서 마지막학기의 압박과 스트레스를 해소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사실 나의 로망은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밴드를 결성해, 홍대 인디씬에서 활동하며 청춘을 노래하는 아티스트가 되어보는 것이었다. 투잡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한 때의 즐거운 꿈이었다고 할지라도, 그런 무대위에 서고 음악을 발매하며 몇몇 대학생들이 내가 만든 음악을 들어주는 것에 대한 꿈이 있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국 그러한 음악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 온전히 사회의 탓을 할 수는 없을 만큼 게으르기도 했지만, 그 게으름과 의욕부진의 기저에 거대한 사회적 압력이 자리잡고 있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나와 같이 평범한 4년제 대학을 졸업한 후 아티스트가 된 밴드가 많았고, 그들이 공유하는 고유한 코드가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졸업한 연세대학교는 음대인가 싶을 정도로 아티스트를 정말 많이 배출한 학교였다. 김광진, 윤형주, 박진영, 짙은, 못, 데이브레이크, 권정열, 호란, 박새별, 김동률 등등…. 지금 생각해보면 참 호기로웠지만 나는 그들의 계보를 잇고 싶었다. 어쩌면 이 학교안에 음악인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문화가 있을 것이고, 그러한 유산을 학습하게 된다면 음악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의 가장 큰 음악적 롤모델은 ‘브로콜리 너마저’였다. 가창력과 악기 실력이 대단히 뛰어난 밴드라고 볼 수는 없지만, 대학생 밴드만이 보여줄 수 있는 몽글몽글한 감성이 있었고, 나 또한 이런 노래를 만드는 밴드를 이끌고 싶었다. 


그 어떤 신비로운 가능성도
희망도 찾지 못해 방황하던 청년들은
쫓기듯 어학연수를 떠나고

꿈에서 아직 덜 깬 아이들은
내일이면 모든 게 끝날 듯
짝짓기에 몰두했지

난 어느 곳에도 없는 나의 자리를 찾으려
헤매었지만 갈 곳이 없고
우리들은 팔려가는 서로를 바라보며
서글픈 작별의 인사들을 나누네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 해
넌 행복해야 해 행복해야 해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잊지 않을게
잊지 않을게 널 잊지 않을게

-브로콜리 너마저 2집 <졸업> 수록곡 ‘졸업’-


그러나 요즘은 이런 밴드를 찾아보기 힘들다. 밴드 음악 자체가 쇠퇴하고 있는 현상은 차치하고 보더라도, 4년제 대학을 나온 학생들이 그들만의 젊음과 패기로 만들어낸 음악은 더이상 멜론이나 유투브같은 대중 매체에서 찾아볼 수 없다. 사실 예전에는 이러한 ‘대학생 감성’을 지지해주는 경제적, 문화적 기반이 많았다. 가장 대표적인 대학생들의 아티스트 등용문은 역시나 ‘대학가요제’일 것이다. 기성가요계와 대비되는 캠퍼스의 신선함과 젊음, 청춘의 감성을 노래하던 축제였고, 가장 예전에는 샌드페블즈, 신해철부터 비교적 최근까지는 랄라스윗, 데이브레이크 등이 이 가요제를 통해 아티스트로 거듭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대학가요제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더불어 존폐여부에 대한 논쟁이 있었으며, 결국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으로 이어지다 2013년을 끝으로 폐지되었다. 비록 2019년에 다시 부활했지만, 부활했는지 아는 사람도 없을 만큼 이슈몰이에 실패했다. 


대학가요제의 상징적인 인물 중 하나인 고 신해철 (출처-한겨레)


또한 꼭 대학가요제 출신이 아니더라도, 4년제 대학을 다니다 음악을 하게 된 밴드도 있었다. 페퍼톤스, 장기하와 얼굴들, 브로콜리 너마저, 못 등등.. 그들의 음악은 대체로 기성가요의 차별점이 있었다. 이러한 밴드 역시 2010년대를 마지막으로, 더이상 나타나지 않게 되었다. 음악은 늘 시대에 따라 트렌드의 변화와 소멸을 거듭해왔으며, 이러한 음악이 사라지는 것 역시 시대의 변화에 따른 결과물일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거듭 강조하는 ‘대학생 감성’ ‘청춘 감성’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아래는 대학가요제에서 사실상 마지막 반향을 일으켰던 밴드 EX의 ‘잘부탁드립니다’의 노래 가사이다.


안녕하세요 적당히 바람이 시원해 기분이 너무 좋아요 유후
끝내줬어요 긴장한 탓에 엉뚱한 얘기만 늘어놓았죠 바보같이
한잔 했어요 속상한 마음 조금 달래려고 나 이뻐요? 히
기분이 좋아요 앗싸 알딸딸한 게 완전 좋아요 몰라요

이 정도로 나왔어도 즐겁잖아요 한번의 실수쯤은 눈감아 줄 수는 없나요 

나나나나나나나나 노래나 할까요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It's a beautiful day

-EX 1집 <Tell the Story> 수록곡 '잘부탁드립니다'-


이 곡은 면접에 떨어지고 난 심정을 노래로 표현한 것이다. 그들이 20대로서 느끼는 감성을 그대로 노래로 표출한 것이다. 이것이 대학생 감성, 청춘 감성이다. 비록 가창력이, 악기 실력이 부족할지라도, 그들이 겪는 감정을 가사로 나타내는 것은 아무리 창법이 뛰어나고 악기를 잘 연주하는 아티스트더라도 쓸 수 없는 가사인 것이다.


대학가요제 당시의 EX의 모습. 이들의 곡 '잘 부탁드립니다'는 인터넷 인기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하며 많은 인기를 얻었다 (출처-전자뉴스)


하지만 이제는 제2의 신해철, 이상미를 더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런 밴드가 탄생 할 수 있는 토대가 없고, 더 이상 대학생들이 그런 감성을 스스로 표출할 만큼의 고유한 코드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설령 그런 노래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더이상 대중들에게 소비되지 않는 시대가 된 것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사실 대학가요제와 대학문화의 몰락에 대해 다룬 글은 상당히 많다. 여러 글들이 지적하는 공통의 문제점과 더불어, 내가 학교를 다니면서 직접 몸으로 느낀 점을 같이 풀어보고자 한다.


우선 음악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이 이전보다 전문화된 점을 꼽을 수 있다. 실용음악을 가르치는 학교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전공자 역시 늘어났고, 전문적으로 아티스트를 육성하는 기획사가 늘면서 상대적으로 평범한 대학생을 아티스트로 성장시킬 유인이 낮아진 것이다.


90년대 이후 SM엔터테인먼트 등 대형가요 기획사들이 설립돼, 가수 데뷔를 위한 전문적인 창구가 하나 늘었다. 효과도 '대학가요제'와는 차원이 달랐다. '대학가요제'의 경우 수상 뒤 MBC 가요프로그램 등에 출연하는 특전이 전부였다. 하지만 기획사는 전문적인 서포트를 통해 H.O.T·젝스키스·신화 등 아이돌 그룹을 척척 키워냈다. 가수가 되기 위해 대학생이 되기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출처-"[심층기획] ‘대학가요제’ 37년만 폐지…연예계 산업화의 수순?" 중앙일보)                                         


오디션 프로그램의 난립 역시 주 원인이 되었다. 일회성으로 끝나는 대학가요제와 달리 아티스트의 오디션부터 최종 우승까지 시청자와 함께하는 과정, 재미를 극대화하는 (그래서 때로는 자극적이기까지한) 편집과 여기서 나오는 다양한 인터넷 밈들은 상대적으로 대학가요제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렸다. 대학가요제가 폐지된 2013년과, 오디션 프로그램이 난립한 2010년대가 시기적으로 맞물리는 것은 우연한 일치가 아닐 것이다. 


2010년대 이후 우후죽순 등장한 오디션 프로그램들. 협력과 화합의 프로그램은 시대의 뒤편으로 사라지고, 그 자리를 경쟁의 논리가 차지하게 된 것이다


참가자의 실력 저하 및 독특성 상실 역시 대학문화의 종언과 대학가요제의 폐지에 한몫한다. 참가자들의 기본적인 수준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대중 음악의 기술적 수준과 대중들의 눈은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대학가요제의 음악이 아마추어같이 보이는 것이다. 또한 대학생들이 더 이상 대학생들만이 쓸 수 있는 음악이 아니라, 기성가요를 답습한 음악을 보여주면서, 그러한 아마추어리즘은 더 부각될 수밖에 없었다. 요컨대 대학생의 고유한 감정과 컨텐츠가 사라진 것이다. 


 ‘대학생’이라는 코드가 상징하던 사회 엘리트성이 점차 희석돼, 대중의 대학문화에 관심이 급격히 떨어졌다. 실제로 1980년대 내내 대학진학률은 급속도로 치솟았고, 2008년에는 83.8%라는 어마어마한 수치에 이르게 됐다. ‘대학생’은 ‘보통 젊은이’가 됐다. 이들이 나오는 가요제 역시 그저 ‘보통 아마추어 젊은이 가요제’에 불과해졌다는 것이다. (출처-"MBC 대학가요제, 존재 이유 전혀 없다" 조선닷컴)


학교를 다닐 때 부푼 꿈을 안고, 진지한 밴드 활동을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에 친구들은 너무나 바빴고, 나 또한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머릿속이 가득 찼기 때문에, 음악에 대해 생각해볼 여유가 없었다. 취미로서의 동아리 공연이 끝나고 나면, 친구들은 각자의 먹고 살 길을 찾기 위해 뿔뿔이 흩어졌다. 나 또한 음악은 ‘할 일만 끝나면’ ‘이것만 끝나면’ 해야겠다는 식으로 미루다가 결국 졸업을 해버렸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을 어렵게 찾아 인터뷰하게 되었다


"음..아무래도 경제도 안좋고 그러다보니 다들 안정적인 직장을 원하고 취업 위주의 대학 공부가 되다보니 이렇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유투브로 신해철 mbc 대학가요제 영상을 보는데 그런 댓글이 있더라고. ‘그 시절 대학생활은 정말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었다’ 진짜 맞는 말인 것 같아. 솔직히 음악을 한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도 아니고, 워낙 학점이랑 스펙 등등 챙겨야할 일들이 많다보니 상대적으로 불확실성이 큰 음악에 많은 투자를 못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 물론 시간을 막 내서 음악 공부를 따로 할 수는 있겠지만, 그 시간에 자격증 공부 하나 더 하는 것이 나에게 이득이겠다 라는 생각이 한 번 드니까...진짜 사회 분위기가 변한 것도 크다고 생각해. 너무 사회 전체적인 사고가 정해진 틀에만 맞춰진 느낌이 들어."

(이 학생은 인터뷰 하는 동안, 자기만 생각하던 걸 이렇게 표출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지금은 현실이 어려운 것 같으니, 군입대 후에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결심했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게 힘들죠. 실력적인 면이나 아직 뭐 어떻다 할 업적을 이뤄논 상태도 아니기 때문에.. 자신감만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제가 동경하고 따라가고자 하는 음악가들은 평생을 음악만 바라보고 달려온 사람들인데 당장 그렇게 하지 못하는 제 모습이 싫을때도 있구요...옛날 일이긴 하지만 한 때 밴드 구성원 간 지향하는 음악 장르가 너무 달라서 갈등이 있기도 했어요 많이 갈라지기도 했었고. 지금은 뭐 맘 맞는 친구들끼리 모여 으쌰으쌰하는 분위기입니다! (중략) 근데 취향적으론 괜찮지만 성인이 되면서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밴드활동을 계속하기 힘들어 하는 멤버들이 생기고 있어요. 지금 이부분은 아직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중인 부분이에요. 중학교시절부터 함께 시작했던 밴드라 다른 외부인을 멤버로 들이기도 어렵고 예민한 부분이라.."

(실제로 밴드를 결성해 대회를 준비하는 이 학생은, 일을 하면서 음악을 하다보니 인터뷰 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물론 이러한 시대 변화가 아쉽지만, 어쩔수 없다는 입장을 가진 학생도 있었다.


"중학교 3학년 때 우연히 그린데이 노래를 들으면서, 나도 무대 위에서 저렇게 뛰어보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만 하다가, 고등학교 때부터 린킨파크 MCR, 슬립낫, Sum41, 마릴린맨슨 같은 락밴드부터 우리나라에 오왠, 잔나비, 짙은, 혁오, 스탠딩에그 같은 인디 밴드까지 다양하게 들으면서 밴드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렇게 대학 와서 처음으로 소모임에 들어가 드럼이랑 기타를 치게 됐는데, 중앙동아리가 아니다 보니 대부분 열정이 없었고, 많은 사람들이 악기를 처음 다루다 보니까 힘들어 했었어.(중략) 아쉽긴 하지만 대중 문화가 조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오히려 음악을 향유하는 문화 자체는 예전에 비해서 좋아진 것 같아. 요즘 힙합도 그렇고 아이돌 문화도 그렇고 음악 자체의 소비 계층은 옛날에 비해서 훨씬 넓어졌는데, 이제 자리가 좁아진 건 그냥 통기타랑 카혼 마이크 하나씩 들고 나와서 자기들끼리 잼 하고 그러다가 합이 좀 잘 맞으면 앨범 하나 내보고 그런 문화가 사라진거지. 내 생각에는 옛날에 비해서 먹고 살기가 힘들어져서 그런거 같기도 해. 그리고 사람들이 더이상 밴드 음악을 잘 들으려고 하지 않아. 다만 또 다르게 생각하면 지금은 다시 밴드를 부활시키려는 모습들이 간혹 보이기도 해. 슈퍼밴드 보면서 그런 가능성을 봤어. 밴드의 시대가 다시 올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 사실 이런 시대 흐름이 많이 아쉽지만...


나 자신도 여유가 없고, 팀원을 구할 때 바쁘다는 답이 돌아올 때마다 들었던 생각은, 앞선 세대까지 등장했던 수많은 대학생 출신 밴드는 ‘우리 밴드 한번 해볼까?’라는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했겠구나 라는 것이었다. 그 말은 반대로, 우리 세대는 더 이상 ‘우리 밴드 한번 해볼까?’라는 말조차 꺼낼 수 없을 정도로 여유가 없이 살아가는 세대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생각을 해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리고 시도를 해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들이 청춘을 나름대로 즐겁게 보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가장 마지막 세대의 대학생 밴드들을 보면 음악을 하는 것이 점점 ‘투쟁’으로 변모해간 사실을 알 수 있다. 브로콜리 너마저는 초기에 일하면서 밴드활동을 했다는데, 인터뷰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덕원-"첫 앨범을 발매하던 해인 2008년까지 음반사에 다니고 있었어요. 직장에 따라 밴드 활동을 허락하는 데가 있고 엄격하게 제한하는 데가 있는데 저 같은 경우는 후자였어요. 마침 앨범 녹음을 결정한 시점이라서 미련 없이 그만뒀어요. 그 당시에 음악으로 이미 약간의 수익이 발생한 상황이었거든요."

잔디-"대학병원 응급실에서 간호사로 2년 넘게 일하던 중이었어요. 3교대로 일하는 와중에 앨범도 준비했었죠. 1집까지는 병행하며 어찌어찌 냈지만 계속 유지하는 건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죠. 밴드에서도 어느 정도 비전이 보이는 것 같고 그래서 가차 없이 그만뒀습니다." (출처-"음악은 일..계속 하려면 돈, 돈을 벌어야 해요" 한겨레)                                                                                                              

청춘을 노래하는 밴드 '브로콜리 너마저'. 초등학교 때 처음 노랠 들은 팬이 이제는 어엿한 성인이 되어 그 청춘의 감성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고 한다. (출처-한겨레)


어찌어찌 밴드를 결성해 활동한다고 할 지라도 문제는 남아있다. 이전에 비해 대학생이 전업 밴드로써 진화할 수 있는 무대가 없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대학 가요제 같은 대회에 나가게 되어 입상하게 되면, 밴드로서 입신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하지만 이제는 스스로 재능을 증명하고 성장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더 바쁜 대학생활을 보내는 학생들이 악기연주부터 작곡, 녹음, 발매, 홍보까지 직접 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난관을 뚫고 겨우 음반을 내더라도, 더 이상 밴드 음악이 대세가 아닌 현실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결국 대학생 입장에서 생각해봤을 때, 이러한 원인들을 논리적으로 따져보지는 않더라도, 직관적으로 생각할 때 ‘진지하게 해봤자 승산이 없다’고 판단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이 복합적인 요인들이 맞물려 제2의 신해철, 제2의 자우림이 음악을 포기하고 도서관에서, 면접장에서 죽어가도록 만든 것이다.


언론에서는 연일 지금 청년들이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세대라고, 잉여자원의 시대라고, 한국의 사토리 세대라고들 말한다. 그만큼 여유가 없고, 메마른 경쟁 속에서 대학을 보내는, 방학을 학원과 도서관에서 쳐박혀 지내야 하는, 휴학 한 학기를 신청하는 것조차 벌벌 떨면서 해야 하는 그런 세대가 바로 우리 세대이다. 어려운 시기에 놓여있는 청춘인데, 그들을 위로해주는 노래조차 없다는 것은 서글픈 사실이 아닐 수 없다. 비록 시대가 변하면서 음악의 트렌드가 바뀌는 현실을 마냥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겠지만, 청춘의 감성을 표현하는 음악들이 그 명맥만큼은 유지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99개의 대중 음악을 듣다가도, 1개 쯤은 나를 위로해주는 노래가 있으면 좋으니까. 도서관에서 밤을 새고 돌아온 고시생에게 수고했다고 위로해주는, 혼자 밥을 먹는 학생에게 넌 혼자가 아니라고 위로해주는, 면접에 떨어져 울고 있는 학생에게, 그냥 막연한 ‘힘내’가 아니라 ‘나도 그거 겪어봤는데 참 힘들더라’라고 공감해주는 그런 음악 말이다. 


대학생 밴드가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여유가 없고, 무언가 혁신적인 것을 시도해볼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가 아닐까.



https://3000won.com/baek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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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9/27/2009092700659.html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893489.html?fbclid=IwAR0N8TzjEDFtPgiW2RJ4WiT4wc3zc3kHtqKH7oUvJlKavpSIh4LL-2dYCN0

https://news.joins.com/article/11966871

https://m.khan.co.kr/view.html?art_id=201612232011001#c2b

http://www.hani.co.kr/arti/culture/entertainment/662242.html

https://m.etnews.com/20180312000003#c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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