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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ba Jan 30. 2017

더위와의 사투, 캄보디아 앙코르 유적 투어

세계일주 캄보디아 편

1

 태국 방콕에서 국경도시 아란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한 뒤 도보로 캄보디아 국경을 넘은 후 택시를 타고 도착한 캄보디아 씨엠립, 캄보디아 여행이 짧고 굵게 끝날 것을 날씨는 알았던 겔까? 엄청난 열기를 내뿜는 날씨가 가장 먼저 맞이를 해준다. 원래 계획보다 줄어든 이유는 몇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잔혹한 킬링필드의 현장을 보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아서 과감히 프놈펜을 제외하고 앙코르 유적만 보기로 결정한 것이 가장 큰 영향이다.


앙코르 유적, 크메르 제국의 찬란한 문화를 간직하였고, 수준 높은 건축 기술을 엿볼 수 있는 세계문화유산만큼은 놓칠 수가 없는 여행 코스다. 하지만 씨엠립의 뜨겁디 뜨거운 날씨는 이곳을 오게 된 목적마저 순간순간 상실케 했다. 결국 도착 이튿날 볼 요량이었던 앙코르 유적지는 미처 더위에 적응하지 못한 몸에게 적응 기간을 좀 더 주는 샘 치고 하루를 미루어 셋째 날 아침이 되어서야 전 날 운 좋게 섭외한 툭툭을 타고 유적지로 향하였다.


아침이라고 해서 날씨가 자비롭지는 않다. 허나 툭툭을 탄 채 움직이는 동안은 그 순간 천국을 맛보게 된다. 툭툭의 지붕이 그늘막이 되어주고, 뻥 뚫린 사방에선 믿기지 않게도 레몬처럼 상큼하고 시원한 바람이 순식간에 땀을 훔쳐간다. 아마도 방콕보다 많이 건조한 기후 탓일 게다. 그래서 그늘에서 만큼은 상쾌함과 함께 캄보디아의 모습을 온전히 쳐다볼 수 있습니다.


불어오는 바람 덕에 기분도 덩달아 바람에 붕뜬다. 앞서 달려가는 툭툭에 잔뜩 실린 생수와 빠알간 아이스박스, 거리를 수놓은 싱그러운 초록빛의 가로수, 가게를 여는 상인들의 여유로운 모습마저 가슴에 담고 싶은 풍경이 된다.

<앙코르 유적지로 향하는 길의 평화로운 아침 풍경>


2

 앙코르 유적지의 첫 방문지는 앙코르톰(Ankor Thom)이다.

이 곳은 앙코르 유적지 중 유일하게 불교양식의 건축물이 있다.


특히 앙코르 톰에서 가장 큰 사원인 바이욘(Bayon) 내에는 곳곳에 마치 이 곳을 지키는 듯한 석좌불이 있고, 사원 안을 가득 채운 탑들에는 기묘한 표정들로 이뤄진 '앙코르의 미소' 또는 '크메르의 미소'라 불리는 얼굴들이 조각되어 있다.

<크메르의 미소>
<크메르의 미소>


벽에 새겨진 조각들과 제각각의 모양의 돌들로 만들어진 바닥과 벽마저도 정교하여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였다.

<사원 내부 벽에 새겨진 정교함>
<사원 내부 벽에 새겨진 정교함>
<사원 내부 벽에 새겨진 정교함>


회랑의 천장 또한 묘한 기분이 들어 자꾸만 쳐다보게 된다.

<사원 내 회랑의 천장>


바이욘 사원 앞에는 누군가의 염원이 깃든 돌탑들이 늘어 서 있다. 돌탑은 무언가에 대한 순수한 간절함이 모인 피조물이다. 돌탑을 쌓는다는 건 무생물에 지나지 않던 돌에게 영혼을, 생명을 불어 넣는 성스로운 행위이다. 따라서 돌탑의 높이가 어떠하든 소망의 크기가 어떠하든 돌탑을 대할 때엔 가벼움이 없어야 합니다.

<바이욘 사원 앞에 쌓여진 돌탑들>

앙코르톰의 바이욘 사원의 입구를 드러서 왼쪽을 보니 마치 이곳을 지키는 듯한 석불상을 뱔견했다. 그 순간 그는 어디를 향해 보고 있는지가 불현듯 궁금해졌다.그래서 나침반을 보니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북을 향해 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예상컨데 크메르제국도 천문을 연구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사원들을 각도가 동서남북 사방면에 일치하게 지어놓을 순 없었으리라.


나는 어디로 향하는가?

고대인들마저 방향을 정확히 알고 있었는데 나는 아직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나는 어디를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마치 이 불상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나에게 무엇인가를 알려주려는 것 같았다.

이런 생각들 속에서 이번 여행을 통해 나를 좀 더 깊이 들여보아야 겠다는 다짐을 하였답니다.

<정북을 향해 앉아 있는 불상>


바이욘 사원 내부의 천장에는 정확한 용도는 알 수 없는, 빛이 드나드는 구멍이 있다. 그 곳을 통해 들어 오는 빛은 마치 계시가 내려오는 듯 신비롭기 짝이 없습니다.

<천장의 구멍을 통해 들어오는 빛줄기>
<천장의 구멍을 통해 들어오는 빛줄기>


오랜 세월의 풍파를 겪은 사원의 얼룩과 한국산 냉장고 바지는 마치 이곳에 살던 크메르인들이 입던 옷이 아닐까?라고 생각 될만큼 절묘한 조화를 이루지 않습니까?

<위장술이 가능한 냉장고 바지>

앙코르 톰의 바이욘 사원만 보았을 뿐인데 급격히 지쳐간다. 앙코르 톰엔 아직 바푸욘과 코끼리 테라스가 남아있음을 인지하고 얼른 발길을 옮긴다.


3

 바이욘에 비해 규모가 작은 바푸욘 사원이 보인다. 살인적인 더위때문에 그 곳을 향해 가는 길이 고행이다. 그런데 앞서 가는 어린 승려와 함께 걷는 작은 소년의 뒷모습에선 그 어떤 고역을 느낄 수 없었다. 뜨거운 더위는 전혀 문제될 것 없는듯한 가벼운 발걸음. 사뿐사뿐 걷는 모습이 왠지모를 경쾌함과 시원함을 준다.

둘은 어떤 관계일까? 친구일까? 형제일까?

분명한 것은 다정하게 걷는 모습에 빠진 동안은 더위도 잠시 잊었다.

고행의 길을 택한 동자승과 그의 곁을 지키는 소년은 마치 역설적이게도 고행은 마음이 일으키는 흔들리는 물결과 같음을 일깨워주려 나타난 것 같다.

<동자승과 작은 소년>


바푸욘을 둘러싼 기둥들은 마치 여러개의 관문들이 겹겹이 세워진 모양새다.

그 형상에 매력을 느껴 친구녀석을 세워놓고 사진을 찍으니 친구도 뭔가에 취한 듯 포즈를 취했답니다.

<마치 관문을 지키는 수문장 같은 친구녀석>


친구녀석의 어꺠너머로 바푸욘 사원의 위용이 드러난다. 이때까지만 해도 바푸욘 사원엔 올라야 할 계단이 많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바푸욘 사원으로 향하는 친구의 뒷모습>


바푸욘은 계단이 많다. 오를 곳이 많다. 무더위엔 정말 진이 빠지게 만든다.

하지만 계단을 꽤 올라가면 오를때의 고난을 잊게하는 청량감 있는 바람이 마중을 나온다.

<계단이 많은 바푸욘 사원>
<바푸욘 사원 밖의 전경>
<바푸욘 사원 :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건만>


바푸욘을 내려와 코끼리 테라스로 향하는 길목에선 엄청난 거목을 만날 수 있다.

그 모습은 너무나 압도적이고 기이하여 천년의 세월동안 이 곳을 묵묵히 지키다 이런 모습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지켜야 할 것이 있기에 고목은 쓰러질 수 없었고, 형태야 어떻든 악착같이 살아남아 거목이 되었으리라.


한낱 인간으로서 감히 쳐다보려면 우러러 볼 수밖에 없고, 가만히 보고 있으면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앙코르의 거목>
<앙코르의 거목>

바푸욘 사원을 거쳐 코끼리 테라스에 왔을때엔 이미 지칠대로 지친 상태였다. 이름 그대로 테라스다보니 실내공간이 없는 이 곳은 미로같은 통로를 거치는 동안 벽면에 새겨진 무수한 불상과 함께 많은 것을 번뇌하게 된다. 수많은 번뇌 끝에 아니 미로 같은 통로를 나서면 이곳이 왜 코끼리 테라스인지 알 수 있는 코끼리 조각을 만나게 됩니다.

<코끼리 테라스의 미로같은 통로>


<세 마리의 코끼리 조각>


살인적인 더위에 갉아먹힌 체력을 보충하고 허기도 채울 겸 가이드가 안내해 준 식당에서 만만한 볶음밥으로 점심식사를 해결했다.



4

오후의 첫 방문지는 안젤리나졸리(늘 '안졸리나 젤리'로 헷갈린) 주연의 영화 '툼레이더'의 촬영지로 유명한 '타 프롬(Ta Prohm)'이다. 이곳은 앙코르 사원들 중에서도 특이하게 거대나무들에 의해 사원 대부분이 침식되어 무너진 모습이다. 나무들이 계속 자라면 사원 전체가 파괴될 것으로 우려되어 유적보호를 위해 성장억제를 시키고 보강공사만 할 뿐 나무 자체는 제거하지 않아 타프롬만의 독특한 매력을 유지하고 있다.


나무가 이 곳의 주인인냥 사원의 곳곳을 타고 오른 거대한 줄기와 무너진 건물 잔해들은 마치 이 곳에서 인간에게 허용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알려주는 듯하다. 또한 거대 나무들 덕에 앙코르 유적지의 여느 사원과는 달리 나무그늘을 만나기가 쉬워 마음같아선 그늘막에 느긋하게 머물다 가고싶었다. 그래서인지 앙코르 유적지 중에서도 단연 묘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타 프롬 ; 툼레이더 촬영지>
<타 프롬 ; 툼레이더 촬영지>
<타 프롬 ; 툼레이더 촬영지>
<타 프롬 ; 툼레이더 촬영지>


타 프롬의 나무그늘 아래에서 푸르른 신록을 감상하고 있으니 괜시리 감성에 푹 빠집니다.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는 어느날 오후

싱그러운 초록을 머금은 아름드리 나무를 발견한다면

주저않고 달려가

나무그늘 품으로 안겨 버리련다.


나무 둥치를 배개 삼아 누워

나뭇잎 사이사이로 비치는 햇살과

이리저리 눈맞추고 까꿍하며 장난 칠 것이다.


그러다 어느샌가 나도 모를 나른함에

스스르 눈이 감기겠지


햇살이 내리쬐는 어느날 오후

초록빛 찬란한 나무그늘은

어릴적 무릎배개를 하고 낮잠을 청하던

엄마의 품이다.


<드러누워 쉬고 싶은 나무그늘>
<오랜세월의 풍파를 겪은 석문>
<타 프롬 ; 툼레이더 촬영지>

툼레이더에 출연해 더 유명해진 하얀 나무는 마치 캐리비안 해적2편에 나오는 문어괴물을 연상시킵니다.

<타 프롬 ; 툼레이더 촬영지>
<타 프롬 ; 툼레이더 촬영지>
<타 프롬 ; 툼레이더 촬영지>



5

 앙코르 유적지의 마지막 사원이자, 가장 유명한 앙코르 와트에 도착했다.


작렬하는 태양볕에

주차장과 입구까지의 거리가 까마득하다.

그렇다고 안보고 돌아설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절로 큰 숨 한번 내쉬고는 앙코르 와트를 둘러 싼 해자(방어를 위한 물웅덩이 또는 물길)를 가로지르는 길디 긴 출입로를 걷는다. 연신 입으로는 뜨거운 공기를 '훅 훅' 토해내면서도 점점 가까워오는 사원의 모습에 마음은 들뜬다.


사진과 영상으로만 봤던 옥수수 모양(으로 보이지만 연꽃의 봉우리를 형상화)의 세 탑이 눈에 들어오니 괜시리 감동이 밀려왔다.

<해자 너머에 보이는 앙코르 와트>
<앙코르 와트 입구>

크메르 제국의 눈부신 건축문화를 뽐내는 곳인 만큼 그 규모와 정교함은 눈을 이리저리 굴리게 하여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곳곳에 관광객들이 날카로운 물체로 자신들의 흔적을 남김으로서 이 훌륭한 문화유산을 훼손한 것은 옥의 티다.

<사원 곳곳에서 보이는 동자승>
<앙코르 와트 회랑의 모습>
<앙코르 와트를 상징하는 옥수수 세봉우리>
<앙코르 와트를 상징하는 옥수수 세봉우리>
<앙코르 와트를 상징하는 옥수수 세봉우리>
<앙코르 와트를 상징하는 옥수수 세봉우리>
<앙코르 와트를 상징하는 옥수수 세봉우리>
<빛의 장난>
<하늘의 모습은 시원하다는 것이 함정>
<앙코르 왓의 명물>
<중앙 사당 탑?>
<사당의 실내 큰 창가마다 편하게 쉬는 사람들이 있다>
<사당의 실내 큰 창가마다 편하게 쉬는 사람들이 있다>
<높은 사당을 오르면 탁 트인 경치가 눈에 들어온다>
<높은 사당을 오르면 탁 트인 경치가 눈에 들어온다>
<높은 사당을 오르면 탁 트인 경치가 눈에 들어온다>
<작렬하는 태양>
<친구 녀석 '쭌'>
<천장의 구멍은 액자가 된다>

앙코르 와트를 다 둘러보았을 즈음 우린 더위에 녹초가 되어 결국 앙코르 유적 투어의 대미인 일몰은 포기하였다. 대신 아침부터 우리와 함께해준 툭툭 기사에게 감사의 의미로 생과일 쥬스를 대접(친구가 한 턱 쏨)하며 일몰의 아쉬움을 달래었다.


Instagram : @travel_seag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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