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슈탈트의 기도
상담을 공부하면서 꽤 많은 이론들을 알게 되었지만, 그중에서도 게슈탈트 이론은 내가 살아왔던 시간의 상당 부분을 이해가능한 것으로 만들어 주었다.
게슈탈트 치료는 Frederick. S. Perls에 의해 창시되었으며 상담심리치료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이론으로 발전했다.
게슈탈트 치료의 목표는 인간이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의지하도록 돕는 것이다. 즉, 자신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그가 직접 보도록 도와줌으로써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의지하여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요한 개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지금-여기에서의 알아차림이다.
알아차림은 외부와의 접촉뿐만 아니라 자신의 내면과의 접촉을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보고 듣고 만지는 감각에 대한 알아차림부터 어떠한 감정이 드는지, 손바닥에 땀이 나고 있는지 등 느낌에 대한 알아차림, 부자가 되고 싶다거나 학위를 받고 싶은 것과 같이 바라는 열망에 대한 알아차림, 그리고 가치와 평가에 대한 알아차림이 있다.
물론 이 모든 종류의 알아차림은 기억해 낸 어떤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을 말한다.
지금 여기에서 세상과의 접촉을 유지하되, 자신을 잃지 않는 것이 키포인트다.
이밖에도 여러 중요한 개념들이 더 있지만 게슈탈트 치료가 지향하는 방향을 가장 직관적으로 나타내주는 것이 바로 게슈탈트의 기도, Gestalt Prayer이다. 꽤 많이 알려진 기도문인데, 그만큼 강력한 효과가 있다.
I do my thing and you do your thing.
I am not in this world to live up to your expectations,
And you are not in this world to live up to mine.
You are you, and I am I,
and if by chance we find each other, it's beautiful.
If not, it can't be helped.
— Fritz Perls, "Gestalt Therapy Verbatim", 1969
나는 나의 일을 하고 당신은 당신의 일을 합니다.
나는 당신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고
당신 역시 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나, 당신은 당신
만약 우리가 만난다면 그것은 정말 아름다운 일입니다.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나는 학창 시절 내내 부모님의 자랑이 되는 것이 기뻤고 소중한 사람의 기쁨이 되는 것은 매우 보람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특히나 항상 불안과 걱정이 수면 아래 깔려 있던 타국에서의 삶에서, 부모님에게 있어 자식의 성취와 성장은 일종의 살아갈 동력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부모님의 기대는 언제나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강한 동기가 되었고 그것은 무의식적으로 내면화되었다.
하지만 성인이 된 후 나는 나에게 남겨진 타인의 영향력이 불편해지기 시작했고 그것의 근본적인 원인이 항상 궁금했다.
게슈탈트의 기도는 그런 나에게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살아온 삶의 패턴을 깨닫게 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몰두가 얼마나 삶을 무겁게 만드는지 알아차릴 수 있게 해 주었다.
더불어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한 사람일수록 누군가가 자신의 기대에 부응해 주길 더 강렬히 원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꽤나 많은 작업과 수련을 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가끔 나는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꽤 오랜 시간 반복되어 형성된 패턴은 실제로 매우 강력하다. 그러나 이제는 그 순간을 빠르게 알아차릴 수 있고 곧바로 스스로에게 말해 줄 수 있다.
나는 나, 당신은 당신
나도 당신도 그 누구도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며 살 필요는 없다는 것을.
만약 우리가 만나 좋은 인연이 될 수 있다면 너무나 멋진 일이겠지만, 결국 그렇지 않다 해도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