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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rizo Aug 25. 2020

울면서 요가한 날

요가 일기

 토요일 오전 모닝 요가를 하면서 울었다. 왜냐하면 동작이 내겐 너무 어렵고 낯설고 과격했기 때문이다. 매트에 누워서 다리를  채로 코어 근육을 사용해 몸을 힘껏 굴려서 다리를 물구나무서기 전 단계처럼 머리 뒤로 보내야 하는데, 아무리 몸을 위아래로 흔들어도 다리가 뒤로 넘어가지 않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우아하게 동작을 완성하고 싶은데 몸이 헛돌 때 느껴지는 찌뿌둥함이 싫었다. 어렵다고 생각하며 마른세수를 했는데 그게 눈물샘을 자극했을 수도 있다. 얼굴에 열이 차면서 "되는 게 하나도 없어"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그러면서 눈물이 고였다. 그래, 운동 하나 익숙해지려면 눈물 한번 쏟아 줘야지. 쟁기 자세를 포기하고 가만히 눈물이 고인 채 앉아있으니까 선생님이 내 상황을 보시고 "성주 기분이 안 좋아졌구나?" 하시길래 네, 마스크 뒤에 숨어서 고개를 끄덕였다. 대안으로 선생님이 앉아서 한쪽 다리만 꼰 채 상체를 바닥으로 굽히는 자세를 알려주셨다. 시선은 배꼽을 보며. 몸을 구부릴 때 삐져나온 뱃살이 또 미워 보여서 고개를 숙이는데 눈물이 줄줄 났다. 

 되는 게 없어. 이번 주 요가 수련은 어렵고 지루했다.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나를 마주 보는 것보다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게 됐다. 레깅스 말려서 뱃살 보이겠다, 손 더 뻗어서 유연해 보이고 싶은데, 얼마나 오래 해야 저 언니처럼 잘하지? 나도 룰루레몬 운동복 입고 싶다, 같은 생각이 계속 들어서 정작 내 몸이 어떤지는 관찰하지 못했다. 울면서 요가를 한 오늘은 하필 내 옆에 상급자 요기니가 있어서 수련 도중 비교하게 됐다. 그분은 다리를 꼰 채로 물구나무를 서는 분이다. 요가원에 거울이 없어서 나의 모습을 보며 남과 비교하지 않을 수 있어서 좋다고 이번 요가원에서 처음 수업한 날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요가가 익숙해지자 더 잘하는 사람들의 자세가 궁금해서 수련 중간에도 시선을 힐끔거리며 누가 제일 유연하게 동작을 소화하나 비교했다.

 그리고 요즘 요가 일정이 익숙해지면서 수업 시작 시각에 맞춰 아슬아슬하게 요가원에 갔다. 선생님이 수련 5분 전에 오라고 공지하셨는데, 그냥 가까우니까, 슬슬 집을 나서서 버스를 타서 버스가 느리게 가진 않을까 초조해하고, 정거장에 내려서는 요가원까지 부리나케 뛰어갔다. 헐레벌떡 도착해서 숨 고를 시간도 없이 쭈뼛쭈뼛 눈치를 보며 매트를 깔았다. 


 수련이 끝나고 선생님이 오미자차를 내어주셔서 한 잔 마셨다. 냉장고에 있던 차일 텐데 생각한 것보다 엄청 차갑지는 않았다. 차를 마시고 있으니 오늘 수련을 같이한 꽃집 언니가 나보고 등의 타투가 예쁘다고, 연꽃을 보며 수련해서 힐링되었다고 하셨다. 처음 뵌 분도 등에 진짜 타투냐며, 예뻐서 계속 보셨다고 하셨다. 하고 싶은데 아플까 봐 겁난다고 하시며 웃었고, 에바 선생님은 내 등의 타투만 보면 요기니라며 같이 웃었다.


 앞으로 수업 30분 전에 집에서 출발해서 10분 전에 도착해서 요가 매트를 깔고 누워있어야겠다. 그리고 요가할 때 입을 요가복 탑을 골반까지 내려오는 옷을 한 벌 사야겠다. 룰루레몬이 아니어도 좋은 운동복 브랜드는 많을 것이다. 룰루레몬은 취업하고 받은 첫 번째 월급으로 사도록 하자. 나는 눈을 낮출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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