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기누나 Sep 12. 2021

[2018.1.4] 맞는 골수 구하기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 골수 일치 여부 결과로 엄마는 집에서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우셨다. 결과를 들으실 땐 더 정신없이 우셨다. 국내에 정욱이와 유전자가 일치하는 사람은 한 명 있었고, 이식 담당자가 연락하자 곧바로 공여를 거절했다고 한다. 해외에는 대만, 중국, 일본에 몇 명이 있다고 하는데 연락을 해봐야 하고 해외에 연락할 때 드는 비용은 거절, 또는 세부 분석에서 불일치가 나오더라도, 이식 일정에 따라 알아보기로 하고 연락을 못하더라도 전부 환자 부담이라고 한다. 그것도 US 달러로. 엄마는 한밤중인 지금까지 그냥 울고 계신다.


백혈병은 원래 약값과 치료비가 비싼데 매몰 비용이 될 수 있는 이식 비용까지 더해지면 정말 제일 비싼 암이다. 어떤 사람은 비용을 부담할 수 없어서 해외 이식은 알아볼 시도도 못한다고 한다. 이 병동에 있으면 신체가, 마음이, 재정이 힘든 분들을 너무 많이 본다. 울고 계신 엄마한테 


"우리는 시도라도 할 수 있으니 감사하잖아"


라고 했는데 엄마가 힘없는 목소리로 


"우리도 아직 1/4도 못 온 거"


라고 말씀하셨다. 


골수 기증을 거부한 분께 서운한 마음이 들지만 담담하다. 골수를 비롯한 '장기기증'에 대해서 우리 사회는 진지한 고민을 할 시간이 없지 않았나. 유행처럼 장기기증 스티커를 주민등록증에 붙인 사람이 내 주변에도 얼마나 많았는지 모른다. 정작 나중에 


'당신의 골수가 필요한 사람이 있어요. 기증하실 거예요?'


묻는다면 진지한 고민의 시작은 그때부터일 테다. 과거엔 기증 의사가 있었더라도 나이가 들다 보면 몸도 부치고, 여러 좋지 못한 떠도는 소문도 듣고, 처음의 의지가 사라지기 쉬우니 노! 를 외친 그분이 씁쓸했지만 이해가 된다. 환자를 산송장으로 만드는 전처치까지 다한 후에 공여 예정자가 거절해서 환자가 죽은 경우도 있다고 해서 이왕 거절할 거 초장에 거절당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


연속되는 난관에 부딪혀서 인지 요새는 자꾸 주기도문만 왼다. 특정한 기도 거리가 많은데 그건 그거고, 앉으나 서나 주기도문이 입가에 맴돈다. 특히 '우리를 시험에 빠지지 않게 하옵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이 부분. 그리고 이사야서에 '독수리 날개 쳐 올라가는'게 떠올랐는데 예전엔 주님을 앙망함으로 새 힘을 얻어서 날갯짓하며 올라가는 멋진 그림이 그려졌건만, '내가 그 독수리다' 생각하는 순간 주님을 앙망함은커녕 엄청 힘이 든다. 

날개가 도무지 안 펴져. 

작가의 이전글 [2018.1.2] 너와 나의 유전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