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서울독립영화제 트레일러를 보고
최근 지인이 출품한 영화를 응원하기 위해 압구정 CGV에서 열린 서울독립영화제를 찾았습니다. 상영관에 들어서자 영화가 시작되기 전, "영화가 오려면 당신이 필요해"라는 2025년 서울독립영화제의 모토가 눈에 띄었습니다. 문구 자체가 주는 울림이 꽤나 의미심장하게 다가왔습니다.
특히 뒤이어 상영된 트레일러 영상은 그 느낌을 한층 더 깊게 만들었습니다. 영상 속에서 거대한 인쇄 기계 앞에서 하루 종일 일하던 여자는 일이 끝난 후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립니다. 그 장면은 마치 고된 노동의 끝에 찾아오는 영화의 치유력을 이야기하는 듯했습니다.
알고 보니 이 트레일러는 김종관 감독의 작품이었습니다. 2004년 단편 《폴라로이드 작동법》으로 그해 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분이죠. 적은 예산으로도 피사체의 감성을 최대로 끌어올렸던 그의 연출력 덕분인지, 이번 영상에서도 영화가 주는 은은한 감동을 깊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감동 너머로 묘한 질문이 하나 떠올랐습니다. 왜 하필 윤전기였을까요? 과거 충무로가 인쇄의 메카이자 영화의 중심지였기 때문일까요? 생각해보면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윤전기의 롤러와, 필름을 감아 돌리던 영사기의 회전은 어딘가 닮아 있습니다. 어쩌면 감독은 종이 위에 잉크를 찍어내는 인쇄기와 스크린 위에 빛을 쏘아내는 영사기를 오버랩하며, 이제는 디지털에 밀려 사라져가는 '물성(物性)'의 시대를 함께 위로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그 모습을 보며 저는 저물어가는 것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시대든 변화는 늘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기 마련이고, 영원한 것은 없으니까요. 이제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윤전기와 영사기의 모습에서, 사라져가는 한 시대의 아련함이 더욱 짙게 느껴지는 하루였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ZQKj7aA-iq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