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가 씻겨준 아기, 라민 야말의 영화 같은 평행이론
만약 누군가 영화 시나리오에서 "전설적인 축구 영웅이 우연한 행사에서 한 아기를 목욕시켰는데, 그 아기가 훗날 자라서 영웅의 뒤를 잇는 슈퍼스타가 되었다"라는 내용을 쓴다면, 사람들은 설정이 지나치게 작위적이라며 비웃을지도 모릅니다. 현실성이 전혀 없다고 말이죠. 그런데 2024년 여름, 전 세계 축구 팬들을 경악하게 만든 이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실제로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바로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와 스페인의 새로운 천재 라민 야말 사이에 얽힌 기막힌 인연입니다.
이야기의 시계바늘은 2007년 가을로 돌아갑니다. 당시 FC 바르셀로나는 클럽 역사상 처음으로 유니폼 가슴에 기업의 광고 대신 유니세프(UNICEF)의 로고를 새기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습니다. 보통 구단들은 천문학적인 돈을 받고 스폰서 광고를 유치하지만, 바르셀로나는 오히려 매년 기부금을 내며 전 세계 아이들을 돕는 캠페인을 알리기로 한 것입니다. 이러한 선한 취지의 일환으로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지역 주민들과 함께 자선 달력을 제작하는 이벤트가 기획되었습니다.
이때 촬영 대상자를 선정하는 방식은 철저히 '운'에 맡겨졌습니다. 유니세프는 바르셀로나 인근의 이민자 거주지이자 형편이 넉넉지 않은 동네인 '로카 폰다'에서 무작위 추첨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마침 그 동네에 살고 있던 모로코 출신 아버지와 적도 기니 출신 어머니를 둔 한 부부가 당첨의 행운을 거머쥐었습니다. 그들에게는 태어난 지 고작 6개월 된 아들이 있었는데, 그 아기가 바로 훗날 유로 2024를 지배하게 될 라민 야말이었습니다. 가장 화려한 클럽이 가장 낮은 곳으로 내민 손길이 미래의 영웅을 건져 올린 셈입니다.
촬영 당일, 바르셀로나 캄 노우의 라커룸에서는 묘한 장면이 연출되었습니다. 당시 갓 스무 살이던 리오넬 메시는 지금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과 달리, 수줍음 많고 내성적인 청년이었습니다. 낯선 아기를 플라스틱 욕조에 넣고 씻겨주는 컨셉의 촬영이 진행되자, 메시는 아기를 어떻게 안아야 할지 몰라 쩔쩔매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엄마의 손길을 빌려 겨우겨우 촬영을 마친 이 사진은 달력의 한 페이지로 잠시 쓰인 뒤, 1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잊혔습니다.
이 사진이 다시 세상의 빛을 본 것은 야말이 16세의 나이로 유로 2024에서 맹활약하며 스페인을 우승으로 이끌던 시점이었습니다. 야말의 아버지가 SNS에 "두 전설의 시작"이라며 묵혀두었던 사진을 공개하자 전 세계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바르셀로나의 유스 시스템인 '라 마시아' 출신이라는 점, 환상적인 왼발을 주 무기로 사용한다는 점 등 가뜩이나 닮은 점이 많은 두 사람이었기에, 팬들은 이 사진을 두고 '메시가 아기 야말에게 축구의 재능을 축복해 준 세례식'이라 부르며 열광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단순한 우연을 넘어 마치 운명이 정해놓은 거대한 서사처럼 느껴집니다. 상업성 대신 자선을 택한 구단의 철학, 가난한 이민자 가정에 찾아온 행운, 그리고 쑥스러움 많던 청년과 훗날 그를 동경하며 자랄 아기의 만남까지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사진 속에서 조심스럽게 아기를 씻기던 메시의 손길은 17년 뒤, 자신의 뒤를 이어 축구계를 이끌어갈 후계자를 미리 점지해 둔 신의 안배였을지도 모릅니다. 이제 우리는 이 기적 같은 과거를 뒤로하고, 두 선수가 그라운드 위에서 서로 마주 보게 될 날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