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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100년 전 조선인을 게으르다 말한 서양인들의 착각

by 김형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언제나 주관적입니다. 같은 장면을 보고도 사람마다 전혀 다른 해석을 내릴 수 있습니다. 100여 년 전, 조선을 방문했던 서양 여행객들이 남긴 기록을 보면 흥미로운 사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조선 사람들을 보고 하나같이 ‘게으르다’고 평가했습니다. 당시 한양의 거리는 한낮이 되어서야 활기를 띠었고, 아침 9시경에 돌아다닌 서양인들의 눈에는 조선인들이 마치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었습니다.


미국 감리교 선교사 제이콥 로버트 무스(Jacob Robert Moose)는 그의 저서 『Village Life in Korea』에서 이러한 오해를 지적하며 조선인들의 근면함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조선인들은 매우 부지런한 민족이며, 새벽부터 하루를 시작하여 해가 지기 전까지 일을 마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들이 아침 9시경에 쉬고 있다고 해서 게으르다고 판단하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그는 조선 사회에서 노동이 가지는 중요성을 강조하며, 농부뿐만 아니라 다양한 직업군에서 사람들이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을 관찰했습니다.


조선의 하루는 새벽부터 시작됐습니다. 해가 뜨기도 전에 장사꾼들은 시장에 나가 자리를 잡았고, 농부들은 들판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새벽 4시면 이미 거리는 분주했고, 노동은 한창 진행 중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침 9시쯤이 되면 한 차례 일을 마치고 쉬는 시간이었습니다. 서양 여행객들이 한양의 거리를 돌아다닐 때, 조선인들은 막 새참을 먹고 담배를 피우며 잠시 몸을 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모습을 본 여행객들은 ‘조선인들은 일도 안 하고 빈둥거린다’고 오해했습니다.


그들의 시선은 자신들의 생활 방식에 기반하고 있었습니다. 서양에서는 해가 중천에 뜰 때쯤 하루를 시작하는 문화가 익숙했기에, 새벽부터 일하는 조선의 노동 패턴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밤늦게까지 활동하는 서양인들에게는 아침 9시가 ‘하루의 시작’이었지만, 조선에서는 이미 한 차례 일과가 끝난 시점이었습니다. 결국, 조선인을 게으르다고 평가한 것은 여행자들의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종종 자신이 직접 본 것이 진실이라고 믿고, 그것을 기준으로 타인을 판단하곤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과연 전부일까요? 다른 문화와 삶의 방식을 이해하려면, 단편적인 관찰만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100년 전 서양인들의 오해처럼, 우리가 현재 바라보는 세상도 또 다른 관점에서 보면 전혀 다르게 보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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