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 수유와 육아 강박
모유를 먹는 내 아기에게 분유를 먹이면 낯선 단내가 난다. 분유 단내. 그리고 나는 이게 아기 냄샌가? 하고 생각한다.
모유를 먹는 내 아기에게는 아마 사람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아기 냄새’가 날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맡는 내 아기의 냄새는 토 냄새, 침 냄새, 때 냄새 같은 것들이 모두 섞인 쿤쿤한 냄새다. 나는 이 냄새가 쿤쿤하지만 좋아서 자꾸 맡고 싶은데, 남편은 이 냄새를 개 냄새라도 부르기도 한다.
외출할 일이 있거나 첫째 하원할 시간이 수유 시간과 겹치면 집에 있는 남편이나 우리 엄마가 둘째에게 분유를 먹인다. 그리고 돌아와 아기를 안으면 이 아이에게서 분유 단내가 난다. 내가 유독 이 단내가 인상 깊은 이유는 첫째에게선 이 냄새가 안 났기 때문이다. 안 난 것이 아니라 났는데 단내가 아니었고 무지 싫은 냄새였다. ‘내 아기에게 이런 냄새가 나다니 너무 싫다!’ 였다.
그 땐 아기에게 분유를 먹이는 게 너무 싫었다. 돌이켜보면 모유에 대한 고집이 거의 강박 수준이었던 것 같다. 유선염, 유두 백반 같은 유방 문제를 껴안고도 새벽에 몇 차례나 깨며 힘들어도 모유 안먹이면 큰일 나는 것처럼 굴었다. 첫째가 8개월 무렵 대학원에 입학했는데 오티 중간에 수유하려고 집에 왔다가 다시 가기도 했었다. (이 바람에 난 굉장히 중요한 정보를 놓쳐버렸다.)
둘째를 키우면서 첫째 육아를 돌이켜본다. 난 그 때 ‘좋은 엄마’의 역할이나 ‘최고의 아이’, ‘완벽한 육아’ 같은 것에 지금보다 훨씬 몰두했었다. 모유 수유도 그 중 하나였다. 방에 가둬놓고 울리는 독한 수면 교육도 했다. 진짜 좋은 엄마 되어 아기에게 좋다는 건 뭐든지 줄 수 있었으면 했다. 육아서에 밑줄치며 읽고, 맘카페에 몰입하여 온갖 정보와 후기를 검색하면서 살았다. 그 때는 그게 맞는 줄만 알았다. 그런데 둘을 키우고 있으니 참 어리석었구나 싶다. 아이들은 각자의 속도로 나름의 기질대로 크고, 이론처럼 맞아떨어지는 육아같은 건 없었다.
물론 첫째 땐 아무 것도 모르고 모든 게 처음이라 어디든 의존해야 했었다. 그치만 아무리 육아 방법과 육아 용품을 검색하며 핸드폰을 잡고 살아도 내 뜻대로 되는 건 없었다. 완벽한 육아 같은 건 없고, 정답도 없었는데 그 땐 그게 너무 간절했다. 차라리 너무나 예민했던 내 아이를 조금 더 바라보고, 눈 맞춰주고 놀아줬으면, 든든하게 분유도 좀 먹이고 했더라면 너도 나도 조금은 더 행복했을텐데.
둘째에게서 나는 분유 단내를 맡으면서 손 잡고 까꿍 해주는 시간이 나른하니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