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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깎이 Mar 30. 2020

워킹맘 다이어리

Workin' moms

넷플릭스에서 보던 것만 주구장창 보던 나는 어느 날 맘카페에서 워킹맘 다이어리를 추천받는다. 첫 화를 누르고 한 오분인가 봤을 때일까, 너무 불편한 기분에 창을 닫고, 궁금한 마음에 다시 켜고, 다시 보다가 꺼버리기를 반복했다. 엄마가 아닌 사람들은 이 장면들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모유 수유로 쳐진 서로의 가슴 보며 위로하기, 출산 후 8개월 만에 복직하기, 첫 출근 날 시터에게 아이 맡기기를 망설이는 모습, 그리고 복직하더라도 아이와 함께하는 취침 전 의식(목욕이나 수유 같은 것)은 유지해 보라는 바람직하지만 어려운 조언, 산후 우울증을 앓고, 출산 8개월 만에 다시 임신을 하고, 직장 내에 적절한 공간이 없어 화장실에서 유축을 하는 엄마. 이 하나하나의 장면이 너무나 현실을 그대로 담아내어서 제대로 쳐다보기가 힘들었다. 마치 이제는 극복했다고 생각한 트라우마를 건드리는 것 같아서. 그러나 며칠 뒤 다시 보기 시작해 나는 멈추지 않고 시즌3까지 달렸고, 이제 시즌 4를 기다리고 있다. 


파일럿 에피소드인 1화에서 어쩌면 좀 작위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는 장면이 하나 있는데, 주인공인 케이트가 야근 중에 아이 이야기가 나오자 갑자기 우는 장면이다. 꺽꺽 웃다가 꺽꺽 우는 케이트에 모든 직장 동료가 당황하고, 나도 그랬고, 아마 많은 시청자들이 그랬을 것이다. 근데 이 장면은 작가가 실제로 겪은 일이라고 한다. 복직하고 모든 사람들 앞에서 아이 생각에 갑자기 울어버리는 것. 케이트는 울면서 아이가 오늘 첫 단어를 말했다고, 그게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순간이라 슬프다고 말한다. 복직해서 정신없이 일을 하는 동안 나도 모르게 자라는 아이들을 이미지로 접할 때 그 기분을 누가 알까. 그리고 그게 첫걸음을 떼거나 첫 단어를 뱉거나 하는 의미 있는 장면이라면. 


나 역시 비슷한 순간을 겪었다. 물론 나의 두 아이는 이미 어느 정도 자라서 뒤집기 하거나 걸음마를 하거나 말을 하는 중요한 순간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 다 지나갔다. 그러나 3년간의 직업적 공백을 끝내고 다시금 취직했을 때, 그리고 그 첫날 아이들 사진을 봤을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별로 의미 있는 사진도 아니었다. 그냥 짜장라면을 먹으면서 입 주위를 까맣게 만들고서 웃는 아이들 모습일 뿐이었다. 그런데도 눈물이 났다. 심지어 왜 났는지 나도 잘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마도 이제는 더 이상 그런 왁자지껄하고 소소한 일상을 함께 보낼 수 없다는 것, 이제는 나도 워킹맘이 되어버렸다는 것, 앞으로는 더 힘들지도 모른다는 생각... 이런 것들의 복합이 아니었을까 싶다.


어젯밤 잠들기 전 엄마가 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첫째의 말에 도무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이제껏 곁에 있던 엄마가 갑자기 일을 한다고 종일 사라져 있다가 밤에 돌아오는데, 이걸 뭐라고 아이한테 납득시켜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뻔한 대답은 엄마가 일을 하면 너희한테 장난감 더 많이 사줄 수 있어와 같은 시답잖은 얘기. 그렇지만 엄마와 같이 보내는 시간을 어떻게 장난감으로 치환하겠는가. 그런 얘긴 하고 싶지 않다. 엄마도 엄마의 삶이 있고, 하고 싶은 게 있다는 얘기를 하면 이해할 수 있을까? 언젠간 너도 내가 그랬듯, 일하는 엄마가 좋아질 거라고 말하는 건 너무나 내 입장만 생각한 얘기일 뿐이고. 너희가 유치원에 가고 학교에 가는 것처럼, 어른들은 일을 하는 거라고 말하는 건? 글쎄. 정말 어렵고 모르겠다. 엄마는 왜 일을 해야 하는지. 아니 왜 이런 질문에 자꾸 부딪쳐야만 하는지.


꺽꺽 울던 케이트에게 상사가 그만 집으로 돌아가 보라고 한다. 그러자 케이트가 말한다. "I wanna work." 그리고 눈물을 닦는다.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비록 케이트처럼 잘 나가는 회사에 잘 나가는 직원은 아니지만, 누군가 그 돈을 벌려고 애들을 두고 일을 하냐?라고 말할 정도로 보잘것없이 번다하더라도, 나도 일을 하고 싶다. 그 일이 무엇이 되었든 이만큼 걸어온 것은 아마 나도 나만의 미래를 품고 있기 때문이고, 그 미래가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과 충돌한다 할지라도 내 것이기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이기에 아직은 갖고 있고 싶다. 물론 시간들을 조율하는 것은 내 몫이고, 욕심에도 어느 정도 한계가 생긴다는 건 받아들여야겠지. 그래도 다시 일을 시작한 나는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와는 또 다른 행복함을 느낀다.


이 모든 고민과 생각으로부터 나도 나의 워킹맘 다이어리를 써나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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