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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깎이 Jul 07. 2020

날 울리는 사람들

원래 눈물이 적은 편은 아니지만, 다시 일을 시작하고 사무실에서 조용히 눈물을 꾹꾹 찍어내는 날이 생긴다. 대부분의 경우 회사 일과는 무관한 일들인데 당연하게도 거의 육아와 관련되어 있는 것이다. 육아를 둘러싼 남편과의 갈등, 부모님과의 갈등, 그리고 나의 내적 갈등. 그런데 오늘 너무나 감동적인 이유로 울고 말았다. 위로를 얻을 것이라 기대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응원을 들었다.


내가 대학원생이자 주부였을 때, 첫째와 같은 유치원을 보내고 있는 단지 내의 엄마들과 친해졌었다.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하원하면 같이 간식을 나눠먹으면서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을 지켜보고, 종종 사적인 이야기들도 하고, 이런저런 육아 정보를 나누기도 하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너무나 편하고 좋은 분들이어서 함께 유치원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 다행스럽게 여겨질 정도로, 아마 티는 내지 않았어도 나도 모르게 조금 의지를 하고 있었나 보다. 그런데 일을 다시 시작하게 되면서, 올 해는 한 번도 얼굴을 보지도 못했다. 대신 오늘은 유치원에서 누구랑 놀았네, 누구 엄마가 무슨 간식을 싸와서 같이 먹었네, 오늘은 누가 안 왔네... 등등의 이야기를 부모님께 전해 들을 뿐이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신나게 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그냥 같이 앉아 있는 시간들이 조금 그리웠는지도 모르겠다. 


작년 어느 날 한 아이의 엄마의 소개로 동네의 도예 공방에 아이들이 함께 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코로나 이후로 한 동안 수업이 없었는데, 다시 시작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런데 나는 일을 하는 중. 도예 공방에 아이들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고민이 생겨났다. 첫째 하원도 해야 하고, 둘째 하원도 해야 하고, 그 와중에 첫째를 다시 준비시켜 학원에 보내고 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어떻게 부모님께 설명해야 할까. 물론 단순한 일이지만, 그래도 그 시간과 노동은 그렇게 단순한 것만은 아니어서 고민이 많이 되었다. 그래서 답답한 마음에 하원하고 공방에 어떻게 가실 거냐고 엄마들한테 물어보았는데, 그다음 순간 그만 울고 말았다.


한 분은 너무나 고맙게도 본인이 내 아이를 데리고 가주겠다는 제안을 해주셨다. 차마 매번 그렇게 해달라고 부탁드리긴 어려웠지만 감사의 뜻을 전했고, '일하면서 여러 가지 하기 힘드네요'라고 말을 보태고 말았다. 그리고 나는 기대하지 못했던 위로와 응원을 받았다. 일하기 어려운 거 같다고, 응원한다고, 다시 돌아간다면 자기도 버틸 거라고, 언제든 편하게 부탁하라고... 이런 말들. 어찌 안 울고 배길 수 있을까. 남편에게, 친구들에게 투정 부리면 늘 위로를 받지만 이런 식의 감동이 있지는 않았다. 이건 뭐랄까, 그냥 너무나 내 처지를 이해받는 느낌이었다. 벌써 내 앞길을 걸었던 사람, 혹은 걷고 있는 사람으로부터 듣는 위로는 피상적인 위로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많은 엄마들에게 엄마들이 힘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아이를 키우는 사람으로서 공감하는 감정들과 처지들은 우리 서로만이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거다. 우리는 같은 시간을 겪었으니까, 같은 시간에 있어보았으니까, 그리고 앞으로도 같은 시간을 겪을 것이니까. 서로 깊이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으로 우리는 아마 큰 힘을 얻고 의지하며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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