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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나팍 Oct 04. 2016

소통의 능력

#공동아이디어제작소  #월요일세시프로젝트  #월세납부

딸에게는 칭찬스티커를 붙이는 나무가 있다.  

-물론 이 칭찬 스티커의 발급자는 엄마인 나다.


이 칭찬스티커를 다 붙여서 나무가 꽉 차게 되면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는데

그 소원은 '동물원 가기'였다.


9월의 어느날 칭찬나무가 열매를 꽉꽉 맺어

10월 3일 개천절에 동물원을 가기로 하였다.  


그 전날까지 비가 와서 모처럼의 연휴가 그닥 즐겁지 않았는데

다행히 연휴 마지막날인 개천절은 비구름이 싹 사라지고

'난 가을하늘'이라는 표정으로 하늘이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우리가 간 곳은 일산의 아쿠아플라넷,이었다.

동물원이 메인은 아니지만 아쿠아리움과 The Jungle(동물원)과

Sky Farm(옥상농장)이 조그맣게 함께 어우러져

아이들이 두루두루 각종 동물들을 만나기엔 안성맞춤이다.  


딸은 동물원을 떠나기 전 아침,

5월에 심었던 화분을 보며 중얼중얼 거렸다.  

뭐라 하는건지 잘 들었더니

"피어나느라 애썼어. 이렇게 활짝 펴줘서 너무 고마워.  I love you so much!!"


5월에 심었던 피튜니아는 어찌나 싹이 돋고

잎을 피우는데 오래 걸리는지

사실 나는 기다리던 감흥이 떨어졌는데

6개월만에 드디어 꽃봉우리가 피어난 것이다.  

(개화시기도 엄청 지난 것 같은데)


느릿느릿 달리고 달려 꽃을 이제사 보여주려고

꼼지락거리는 피튜니아 녀석에게

딸은 원망이나 짜증은 커녕 고마움 일색이다.  


그 일을 시작으로 동물원에 가서

온갖 동물과 새들에게 말을 거는데

그렇게 행복해보일 수가 없는 것이다.  


신기한 건 내가 다가가면 피하는 녀석들도

딸이 모이를 손가락에 얹어 다가가면 피하지 않는다.




이것은 마음의 차이인 것 같다


다가가려는 자,  소통하려는 자인지 아닌지

동물들도 느끼고 알아보는 거다.  


하긴 식물도, 하물며 컵에 담긴 물조차

다가오는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다가오는 지

그리고 단어를 뱉었을 때 그 단어가 미움인지,  사랑인지,

따뜻함인지, 위협감인지 느낀다고 하지 않았나.  


그러니 사람과 닮아있는 동물은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딸이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는 것처럼 갑자기 기특해보였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사실은

궁극적으로 닮아가야하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사람과 사람끼리도 소통이 안되는 건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던가.  


편견 없이,  미움 없이,  욕심 없이

누군가를 대할 때 우리는 그 누구와도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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