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경추 낙하의 두려움
줄 하나에 몸을 의지해 머리는 바닥으로 다리는 천정으로 뻗고, 매우 조심스레 숨을 쉬었다. 작은 떨림에도 줄이 몸에서 떨어져 추락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나의 불안 회로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기다렸다는 듯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했다.
'자 이것 봐. 잘못해서 줄에서 몸이 빠졌어. 그런데 니 손은 지금 어디 있지? 그렇지 머리 뒤로 깎지를 끼고 있지. 그럼 넌 어디로 떨어질까? 머리. 맞아. 근데 머리는 비교적 단단한 편이니 이 높이에서 떨어진다고 해도 크게 다치진 않을 거야. 문제는 머리와 연결된 니 경추지. 경추로 착지를 한다고 생각해봐. 어때? 끔찍하지. 혹시라도 손가락 운동만 하는 니 가느다란 팔이 이 추락에서 너를 지켜 줄 거란 생각은 하지 않겠지? 그래, 설마 그런 생각을 했을라고.'
물구나무 자세로 외줄에 매달려 있는 몇 분의 짧은 시간 동안 나의 의식은 마치 다른 인격인 양 스스로를 조롱하며 비웃었다. 나는 그 의식에 지지 않기 위해 마음속으로 끝없이 같은 말을 되뇌었다.
'떨어지지 않는다. 천천히 호흡한다. 떨어지지 않는다. 불안에 지지 않는다. 나는 떨어지지 않는다.'
선생님의 손에 몸을 맡겨 물구나무 자세를 풀고 바닥으로 내려올 때도 최대한 천천히 내려왔다. 불안으로 똘똘 뭉친 내 안의 또 다른 나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음을 그리고 앞으로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임을 알려주기 위해서 말이다. 마치 전쟁에 승리한 장군이 기쁨과 영광을 만끽하며 느린 속도로 개선문을 통과하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이틀간의 요가 수련 동안 근육의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며 몸 곳곳에 있는 줄도 몰랐던 근육들과 교류를 시작했다. 그리고 수련을 지속하기 위해 마스크 안으로 깊고 느린 호흡을 끝없이 뱉어냈다. 늘 긴장도가 높고 얕은 호흡을 하는 내게 깊은 숨을 쉬는 이 시간이 매우 소중하게 느껴진다. 호흡이 일상에 끼치는 안정감과 평화로움을 위해서라도 요가하는 일상을 지켜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