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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me, from us 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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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onymous Aug 16. 2017

가구를 만들면서

5개월 정도 개인 가구 공방에서 목공 실기를 배웠던 적이 있다.


직전 까지만 해도 나는 시중에 나와 있는 여러 가지 가구들을 보면서 조금만 배우면 쉽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만들고 싶은 가구의 형태를 대충 그린 다음, 몇 번의 재단과 나사를 활용한 결합의 과정을 거치면 금방 제작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일주일이 채 지나기도 전에 목공을 업으로 하시는 분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깨닫게 되었다. 효율적인 작업을 위해서 인내와 체력이 조화롭게 뒷받침해주어야 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최대한 오차를 줄이기 위해 거듭 치수 확인을 반복해야 하고, 만약 잘못 재단된 부분이 있다면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은 사포질 작업을 계속해야 했다. 기계 소리는 정신을 흐릴 정도로 컸고, 바짝 긴장해서 대패질 작업을 진행하다 보니 표면이 울퉁불퉁 불균일하게 다듬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준비부터 제작을 거쳐 완성되기까지 정말 손이 많이 갔다. 처음 만든 가구는 조그마한 선반이었는데, 지금도 완성시켰을 때의 그 뿌듯함을 잊을 수가 없다.


한껏 정성을 들인 노동의 결과물은 분명 남다른 성취감을 안겨 준다. 어떠한 ‘끝’에 이르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과정과 기다림이 필요하다. 비슷한 의미를 가진 어휘로 ‘노력’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삶도 마찬가지다. 결단코 행위가 동반되지 않는 긍정적 결과는 없다. 물론, 그 이전에 충분한 숙고가 기저에 깔려 있어야 하지만 실질적인 움직임이 없다면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과 같다. 모든 ‘도전’은 두렵고 불확실하다.


그걸 알면서도 세차게 부딪혀 볼 때, 우리는 삶의 태도에 관해서 몇 가지 귀중한 지혜를 얻게 될 것이며, 그리하여 점차 삶이 풍요로워짐을 체화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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