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매그 Aug 04. 2023

아이 다루듯

김미경의 책을 읽다 아이 다루듯 나를 대하라는 말을 발견했다. 단번에 고개 끄덕여지면서도 행하기는 쉽지 않은 말이다. 일상에서 나만, 나를 먼저 챙기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



지난 주말 지인들과 함께 펜션에 갔다. 열 명가량이 모인 날, 전날 분명 진행자가 개인 별 챙길 비품으로 슬리퍼를 공지했지만 이를 지킨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계곡 펜션인데도 그 누구도 물놀이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못 한 듯했다. 나 역시도. 일정 끝까지 자리할 수 없었던 탓도 있으나, 이 이유가 없었더라도 나는 이를 놓쳤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펜션에 도착해 짐을 정리한 후 비가 내리기 시작할 때쯤, 청개구리같이 나는 계곡을 둘러보고 싶었다. 햇살 쨍한 저녁 아직 날도 밝은 듯하고 여우비 같은 빗방울을 보며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 우산을 들고서라도 펜션에 공용으로 놓여있던 슬리퍼를 찾아 신고 나섰다. 그날 모임에서 가장 나이 어린 친구와 함께. 그리고 할 수 있는 만큼 놀았다. 웅덩이와 다른 웅덩이를 따라 고인 물 흐르는 물을 따라 참방참방 거리며 발을 식혔다. 다음 할 일에 치여있던 머리를 식혔다. 맑아졌다. 깨끗해졌다. 


옆에서 티셔츠를 벗고 물에서 공놀이를 하는 학생들이 눈에 들어왔다. 누군가 계곡물에 던져놓고 간 수박도 보였다. 갑자기 후회가 밀려왔다. 갈아입을 옷이라도 챙겼으면 맘먹고 물놀이하는 건데, 싶어서. 우리도 저런 수박 하나 챙겨 잔잔한 추억 하나 더 만들었으면 좋았을 텐데, 싶어서. 어차피 쉬러 오는 길 더 맘 놓고 즐긴다고 내가 손해 볼 것도 아니고 어디 병나는 것도 아닌데. 그러니, 그들을 보며 대리만족을 할 수밖에. 이게 나이 드는 건가, 싶기도.


지인 모임을 마치고 온 주말 김미경의 말에서 아차차 싶었다. 아이 다루듯 나를 대하라는 글자가 커져서 내 눈에 와 박혔다. 아이 한 명을 보더라도 꽤 많은 공을 들이는데. 그만큼 소중한 사람을 대해야 하는 건데. 무엇보다 그러한 관계를 위해선 나부터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하는데. 나는 지금 어디에 가 있었나, 생각했다. 펜션 물놀이에서 봤던 학생들도 계곡물에 툭 던져있던 수박도 다시금 떠올랐다. 


내가 나를 대할 때도, 쉼을 만들 때도, 쉬어 갈 때도, 다른 이와 시간을 보낼 때도... 아이 다루듯. 우리도 나도 그래야 하는 거 아닐까, 싶었던. 누군가 공들여 가져온 수박처럼, 그걸 둘러싸고 맘 편하게 웃고 이야기 나눴을 수박 먹는 시간처럼. 이번 주말엔 잊지 말고, 아이 다루듯, 스스로를 챙길 수 있기를.




*인클에 올라간 매그의 스마트폰 사진 기초 강의 [ 상세페이지 바로보기 ]

매거진의 이전글 제법 잘 어울리는 저수지와 낚시 용품과 캠핑장과 군부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