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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그 Aug 30. 2023

맛있는 초록이

연꽃 사진을 찍으러 갔다가 연잎에 반해버렸다. 햇빛 쨍쨍하던 연못에서 갑작스레 시원 달달한 기운이 돌았다. 바로 아래 사진의 이파리 하나를 발견한 뒤로. 


"이거 이거 메로나야!" 

나는 신이 나서 함께 간 이들을 향해 외쳤다.



일주일 간 집중호우가 다녀간 곳에서 활짝 핀 꽃을 찾기란 어려웠다. 강렬한 햇빛에 노을 무렵 붉게 물들 꽃잎을 기다리기도 쉽지 않을 듯했다. 나는 그저 땀이 덜 나도록 연꽃테마파크를 슬렁슬렁 돌아보고 나서, 연잎 아이스크림으로 몸과 마음을 달래고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 메로나 닮은 연잎이라니. 맛있는 초록이라니! 잎 앞에 쪼그리고 앉아 한참을 들여다봤다. 불지 않는 바람이 느껴지는 듯했다. 


"시원하다......."

"갑시다!"

"어딜?"

"메로나 먹으러!!"

"콜!!!"


그렇게 계획은 변경됐다. 연꽃테마파크 입구로 돌아가는 길, 연잎 아이스크림 대신 메로나를 찾으러. 순간의 즐거움. 소소한 행복은 그렇게 예고 없이 오는 모양이다. 다음엔 또 어떤 일이 일어날까. 카메라를 드는 손이 가벼워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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