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의 책을 읽다 아이 다루듯 나를 대하라는 말을 발견했다. 단번에 고개 끄덕여지면서도 행하기는 쉽지 않은 말이다. 일상에서 나만, 나를 먼저 챙기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
지난 주말 지인들과 함께 펜션에 갔다. 열 명가량이 모인 날, 전날 분명 진행자가 개인 별 챙길 비품으로 슬리퍼를 공지했지만 이를 지킨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계곡 펜션인데도 그 누구도 물놀이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못 한 듯했다. 나 역시도. 일정 끝까지 자리할 수 없었던 탓도 있으나, 이 이유가 없었더라도 나는 이를 놓쳤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펜션에 도착해 짐을 정리한 후 비가 내리기 시작할 때쯤, 청개구리같이 나는 계곡을 둘러보고 싶었다. 햇살 쨍한 저녁 아직 날도 밝은 듯하고 여우비 같은 빗방울을 보며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 우산을 들고서라도 펜션에 공용으로 놓여있던 슬리퍼를 찾아 신고 나섰다. 그날 모임에서 가장 나이 어린 친구와 함께. 그리고 할 수 있는 만큼 놀았다. 웅덩이와 다른 웅덩이를 따라 고인 물 흐르는 물을 따라 참방참방 거리며 발을 식혔다. 다음 할 일에 치여있던 머리를 식혔다. 맑아졌다. 깨끗해졌다.
옆에서 티셔츠를 벗고 물에서 공놀이를 하는 학생들이 눈에 들어왔다. 누군가 계곡물에 던져놓고 간 수박도 보였다. 갑자기 후회가 밀려왔다. 갈아입을 옷이라도 챙겼으면 맘먹고 물놀이하는 건데, 싶어서. 우리도 저런 수박 하나 챙겨 잔잔한 추억 하나 더 만들었으면 좋았을 텐데, 싶어서. 어차피 쉬러 오는 길 더 맘 놓고 즐긴다고 내가 손해 볼 것도 아니고 어디 병나는 것도 아닌데. 그러니, 그들을 보며 대리만족을 할 수밖에. 이게 나이 드는 건가, 싶기도.
지인 모임을 마치고 온 주말 김미경의 말에서 아차차 싶었다. 아이 다루듯 나를 대하라는 글자가 커져서 내 눈에 와 박혔다. 아이 한 명을 보더라도 꽤 많은 공을 들이는데. 그만큼 소중한 사람을 대해야 하는 건데. 무엇보다 그러한 관계를 위해선 나부터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하는데. 나는 지금 어디에 가 있었나, 생각했다. 펜션 물놀이에서 봤던 학생들도 계곡물에 툭 던져있던 수박도 다시금 떠올랐다.
내가 나를 대할 때도, 쉼을 만들 때도, 쉬어 갈 때도, 다른 이와 시간을 보낼 때도... 아이 다루듯. 우리도 나도 그래야 하는 거 아닐까, 싶었던. 누군가 공들여 가져온 수박처럼, 그걸 둘러싸고 맘 편하게 웃고 이야기 나눴을 수박 먹는 시간처럼. 이번 주말엔 잊지 말고, 아이 다루듯, 스스로를 챙길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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