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친구가 채용 면접 노하우를 질문한 적이 있었다. 의식하지 못했는데 생각해보니 어느덧 인터뷰어로서 채용 면접에 참여하게 된지도 벌써 꽤 시간이 지났고 그 사이에 참 많은 분들을 만났다. 그리고 인터뷰 본 분들 중 일부는 채용으로 이어져 그들이 일하는 모습을 몇 년간 지켜보면서 인터뷰에서 예측한 것들과 실제의 차이를 겪어보기도 했다.
사실 나는 인터뷰를 보기 시작한 초기 몇 년만 하더라도 사람보는 눈이 있다고 자부했었다. 이전 회사와 현재 회사에서 모두 내가 인터뷰에서 확신을 가졌던 분들은 실제로 아주 좋은 모습을 보이셨기 때문에 내가 그래도 꽤 괜찮은 인터뷰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 채용 인터뷰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게 된 계기는 "실패"로 부터였다. 그것도 아주 뼈아프고 지금까지도 종종 마음을 괴롭게 하는 실패 사례였다. 내가 인터뷰와 나와 인터뷰한 사람과 일을 하면서 배운 것 중 가장 큰 건 아래 세 가지이다.
1. 인터뷰로 알 수 있는 것은 매우 제한적이다. 특히 1시간의 인터뷰로 사람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은 위험하다.때문에 평판에 대한 최소한의 확인은 리스크를 줄이는데 매우 중요하다.
인터뷰를 통해 검증해야할 것 중 대상자의 why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왜 이 산업에서 일하고 싶은지, 왜 이 회사인지, 왜 본인이 적합한지는 매우 기본적인 인터뷰 질문이다. 이러한 질문들을 뼈대로 인터뷰를 풀어나가는 것은 좋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사실 대부분의 지원자들은 이 fit이 안 맞는다. 하지만 여기서 좋은 답을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최소 요건이다. 그것만으로 이 사람이 채용하는 팀에서 바라는 퍼포먼스를 낼 거라고 확신할 수 없다.
1시간의 면접으로 사람의 다양한 면을 볼 수는 없다. 정말 잘 뽑은 거라고 생각하는 사례의 분도 면접에서는 전혀 발견 못했던 면이 팀에 큰 도움이 되었었다. 반대로 정말 잘못 뽑았다고 생각한 사람도 몇몇 대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치명적인 인성과 협업 태도의 문제를 인터뷰를 통해서 발견하지 못해 두고두고 고통을 겪고 있다.
이건 수습 기간으로도 100% 해결이 되지 않는다. 수습기간 역시 관리가 가능하며, 수습 기간 3개월/6개월 이후 수습 종료에 동의하지 않는 것도 한국의 기업 문화에서는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은 그와 함께 일해본 사람들의 평판 체크가 굉장히 중요하다. 공식적으로 평판 체크를 하지 않더라도 해당 조직에서 바라보는 지원자의 모습을 체크하는 것이 리스크를 줄이는 데 굉장히 중요하다.
2.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어떻게든 밥값을 한다 (자존심 아님)
보통 회사는 팀 단위로 일을 하고 팀의 규모는 절대적으로 크지 않은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1명이 팀에 끼칠 수 있는 영향은 상당하다. 또한 부정적인 에너지는 더 쉽게 퍼지기 때문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쉽다. 현실주의자와 회의론/염세론과는 다르다. 또한 다른 사람에 대해 험담하는 등 네거티브 에너지를 가진 사람을 괜히 에너지 뱀파이어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부정적인 에너지를 가진 사람의 특징은 자존감이 낮다는 것이다. 자존감은 낮은데 자존심은 강한 사람은 정말 최악이다. 이런 사람들은 조직을 갉아먹는다.
반면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조직에 기여를 할 수 있다. 당장은 역량이 부족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조언을 받아드리고, 현재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을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리더가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럼 어떻게 자존감이 높은 사람을 알아볼 수 있을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레퍼런스 체크를 통해 알기도 어려운 분야같다. 이 영역은 정말 사람보는 눈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3. 지원자의 풀은 회사의 단계마다 다르다. 우리 회사가 채용 시장에서 어떤 단계에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사업을 세팅하는 초기 기업에 지원하는 지원자 풀과 성장하는 단계의 지원자 풀은 비슷한듯하면서 다르다. 그리고 성장이 이어진 몇 년후에 지원하는 사람들의 풀 역시 당연히 다르다. 그들을 같은 기준을 가지고 뽑다보면 뽑아놓고 보니 완전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초기 기업에 지원하는 사람들은 그냥 고마우신 분들이니까 예외로 하더라도 성장기에 지원하는 사람들은 야망에 가득차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동기만 명확하고 그 야망의 방향이 회사와 일치한다면 조인해서 주체적으로 일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성장기 이후에 지원하는 사람들은 성향과 중요시 하는 것이 다를 수 있다.
1. 왜가 제일 중요하다. 왜 지원했는가? 왜 당신이어야 하는가? 당신은 왜 그런 일을 했는가? 등등 왜에 대한 질문으로도 인터뷰 1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왜에 대해 2~3 뎁스를 파고 들어가다보면 금방 진솔한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혹은 이 사람이 얼마나 깊게 고민했는지에 대해 확인할 수 있게 된다.
2. 학벌은 중요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중요하다고 본다.
학벌이 괜찮다면 적어도 이 사람이 제도권 내에서 경쟁하는 데 익숙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만으로 이 사람의 가능성을 점칠 수 없지만 어느정도의 안정성은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조심스러운 얘기지만... 현실적인 얘기이기도 한데, 학벌 좋은 사람을 뽑은 사람을 뽑아서 실패했을 때 인터뷰어가 책임져야 할 것과 (학벌 좋은 사람을 제치고) 학벌 안 좋은 사람을 뽑았서 실패했을 때의 책임은 다를 수 있다. 좋은 기업이라면 지원자는 많고 대부분은 나름의 리마커블한 무엇인가가 있는 사람들이다. 그 사이에서 경쟁할 때 학벌이 안좋다면 그만큼 핸디캡이 있는 건 현실이다. 그걸 극복할만한 자신만의 무언가를 인터뷰어에게 잘 전달하는 것이 좋은 인터뷰 전략이다.
3. 채용을 통해 얻고자 하는게 포텐이 아니라 안정성이라면 (대단한 업적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일을 잘 수행하길 바란다면) 일반적인 루트를 크게 벗어나지 않은 사람을 뽑는 게 일반적이다.
본인이 일반적인 루트를 벗어나 경력에 공백이 있거나 경력을 전환했다면 이 부분에 대해 굉장히 클리어할 필요가 있다. 인터뷰어가 본인을 위해 리스크를 짊어질 필요도 없으며, 민감할 수 있는 얘기를 질문하는 것도 조심스러울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가 클리어하게 하는 것이 좋다.
그런 점에서도 한국에서 일할 때 외국 대학을 나온 것도 비슷하게 핸디캡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국 대학 출신들은 정서가 다를 수 있다는 편견이 있으며 외국 명문대를 나왔다고 퍼포먼스가 좋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게 일반적이다. (보통의 채용 포지션은 대단한걸 기대하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