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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민 Jun 17. 2020

흉터

6. 나를 마주하는 일

나는 미련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몇 개월 전 농구를 하다가 손가락을 다쳤다. 커플링을 끼고 있던 손가락이 퉁퉁 부었다.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약국에서 산 약을 바르고 병원에 가는 일을 한 달이나 미뤘다. 그 사이 커플링을 잘라내고, 미련하게도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병원에 가질 않았다. 아무래도 손가락이 이상해서 병원에 갔더니, 측면 인대가 파열돼서 수술을 해야 한단다. 엄청 혼났다. 왜 이제야 왔느냐고.

 나는 늘 그랬다. 불편한 진실을 모른 채 해왔다. 내게 닥친 일에 급급해 정말 마주해야 하는 일을 미뤄왔다. 사실 세상은 모른척하며 살아도 살만하다. 희미한 불안감을 외면하다 보면 마치 내 삶은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손가락 수술을 마치고, 병원에 있는 동안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마주하지 않아서 잃었던 것들이 떠올랐다. 지난 일에는 목매지 말자고 스스로 채찍질하며 외면했던 사람, 일, 그리고 마음.

결국엔 스스로 마주하지 않으면 나을 수 없는 일이 있다. 누군가에게 느낀 고마움, 미안함 등을 표현하지 않고 지나가다 보면 세상일이 다 내가 잘나서 이뤄진 것만 같다.

 오만하지 않기 위해, 긴 시간을 후회하며 살지 않기 위해, 우리는 스스로를 마주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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