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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민 Feb 24. 2022

삶다는 것은

무엇으로 살 것인가

배우로 산다는 것은 얼핏 낭만으로 들리지만 굉장히 치열한 일이다.


여타 다른 직업은 내가 그 직업에 있다는 것을 달리 증명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비교적 그 정체성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 다른 노력이 덜 들어간다.

물론 직업을 이루는 다양한 과제가 쉽다는 얘기는 아니다.


종종 배우라고 소개하며 동시에 의문스럽다. 나는 배우인가, 지금 배우로 살고 있는가.

최근 한 선배가 ‘연기하지 않는 동안 우리는 ‘배우’에서 멀어지고 있는 거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


그리고 일기를 쓰며 하루를 돌아보니, 나는 배우로 살지 않았더라.


배우라는 직업은 누군가 알아보는 정도의 인지도를 갖기 전까지 스스로 증명하고 배우로 살아야 한다.

무엇’으로 사는 가를 스스로 결정하고 이뤄가야 한다는 것이 낭만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성과를 쌓아 그것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새로운 과제에 임해야 한다는 것은 고달픈 일이다. 어쩌면 ‘직업’ 자체를 정체성으로 살아갈 것이 아니라면 누구에게든 해당되는 말이다.


하루하루를 ‘무엇’으로 살았는가,

그리고 거꾸로 오늘은 ‘무엇’으로 살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하며 하루하루를 사는 것.

늘 이방인으로 존재하고 새로운 시각을 고민하고 그것을 눈에 두르는 것.

그것이 배우의 삶이라면 나는 참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오늘 철저히 배우로 살 것이다.


대본을 보고, 분석하고, 말하며 그 인물이 되고 상대 배역을 마주하고

때론 여행에서 막 돌아오고, 이별을 하고 만남을 할 것이다.


나는 매일 무엇이 될지 결정하는 삶을 살아야겠다.

그리고 그 무엇도 될 수 있는 삶을 살다, 무엇으로 죽을지 선택하는 삶을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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