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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아 Nov 04. 2016

프리랜서로 살기..

프리랜서 vs 직장인

오늘 아침도 느지막히 10시쯔음 눈이 떠졌다. 

이런... 오늘도 아침부터 무언가 망가진 느낌이다. 

'출근'이라는 단어가 이제는 너무 어색해진 나는 프리랜서 3년 차..


'프리랜서로 살아야지!'라는 확고한 생각으로 회사를 나온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아무것도 준비된 것은 없었다. 너무나 막막했다. 세상 사람들은 나를 제외하곤 다 바쁘게 움직이는 듯했다. 이제와 고백하건대, 회사를 퇴사하고는 역 근처 맥도널드로 맥모닝을 먹으러 아침 7시에 나오곤 했었다. 창가에 앉아 출근하는 사람들을 보니 빵조각이 목에 탁 걸리면서 눈물이 쏟아졌다.


출처 : 구글이미지


대기업의 테두리에서 8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퇴사 후 이직 준비를 하던 차에 '놀면 뭐하니, 이직 준비하는 동안 강의나 해봐'라는 지인의 제의에 고등학교에 첫 강의를 나갔던 것이 시발점이었다. 아이들에게 CS(Customer satisfaction)를 가르치는 일이었다. 아이들은 이 과정을 듣고 취업을 해야 했다.


늘 성인 대상 강의만 하던 나는 아이들이 참 어색했다. 첫날, 성인들 대하듯 존대어를 꼬박꼬박 써가며 나에 대해 더듬더듬 이야기했는데 마치 외계인 보듯 나를 쳐다보는 그들이 그렇게 어색할 수가 없었더랬다.


1주일에 3일 방과 후 수업이었는데 두 번째 날부터 멀리서부터 걸어오는 나를 보더니 '정아쌤~~~~~~~' 하고 와서 안기는데 '헉...' 두 번째 어색함이 밀려왔다. '왜지....' '왜 안기는 거지...?' 


출처 : 구글이미지


아이들은 질문이 많았다. 여기서 세 번째 어색함이 왔다. 그렇게 엄청난 어색함의 폭풍우를 뚫고 방과 후 수업을 마무리할 쯤엔 우린 함께 떡볶이를 먹으러 갈 정도로 친해져 있었다. 


그렇게 첫 월급 50만 원... 

나의 프리랜서의 삶은 시작되었다. 


우연히 강남의 모 서비스 아카데미에서 강사를 구한다는 포털사이트의 구인공고를 보고는 면접을 봤다. 'CS리더스 관리사'라는 자격증 강의였고 시범강의 후, '합격률 얼마나 낼 수 있습니까?'라는 면접관의 질문에 대뜸 '90% 이상은 당연히 나와야죠'라고 해버렸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했던가. 그 자격증은 그 당시 합격률이 30% 정도였던 상황이었다. 


출처 : 구글이미지


'그래요? 허허.. 그럼 우선 한기수만 맡아보시죠' 

그렇게 시작된 성인 대상 첫 강의.. 자격증 강의를 거의 해본 경험이 없는 상태로 다음날 나갈 분량만큼만 전날 밤을 새워서 공부를 하고 다음날 가르치는 식의 무모함을 보였다. ' 절대로 신입 티를 내서는 안돼..'라는 압박에 몇 날 며칠을 시달렸는지 모른다. 합격률 90%라고 던져놓은 말을 지키기 위해 정규 강의가 끝난 후 수강생에게 점심을 사드리고, 오후에는 세미나실을 대관하여 나머지 공부를 진행했다. 그렇게 1기생 합격률이 100%가 나왔다.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 하지만 그때만큼 절박했을 때가 없었다. 


요즘 들어 부쩍 ' 프리랜서와 직장인 중 뭐가 더 좋으세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이런 글을 한 번쯤은 써보고 싶었다. 물론, 나의 경우 고정 수입이 어느 정도 보장된 곳이 있었기 때문에 자력으로 모든 것을 진행하는 프리랜서와는 조금 다른 방향일 수 있지만 그간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프리랜서를 준비하시는 분들이 참고할만한 글 정도는 쓸 수 있을 것 같다. 


출처 : 구글이미지


1. 프리랜서는 자기통제능력이 필요하다.

개인차가 분명히 있겠지만 프리랜서는 자기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오늘 같이 아침처럼 이렇게 늦게 일어나버리면 하루 종일 시간을 허투루 쓴 듯한 기분이 든다. 그렇게 하릴없이 시간을 보낸 날에는 밤에 잠이 오질 않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장인처럼 출근할 수 있는 개인 업무공간이 있으면 좋다. 카페든, 사무실이든. 그러나 사무실이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또한 꼬박꼬박 나가지 않으면 월세 50~60만 원은 그냥 버리는 돈이 되기도 한단다. 


2. 회복탄력성을 자극할만한 내 안의 동기 찾기

이번 달이 아무리 바빠도 다이어리를 보며 '다음 달에는 또 뭐 먹고살지?'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다 보면 멘탈이 자주 무너진다. 불안함을 관리할 수 있는 나만의 동기 요소를 찾아야만 한다. 나의 경우에는 그 무너짐의 방어기제를 세우기 위해 대학원 진학을 선택했다. 과제며, 시험이며, 다른 것들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들이 많아 그 과정들을 극복해나갈 수 있었다. 현재 진행 중인 학위 취득과 남겨진 50여 개의 자격증, 수료증을 어떻게 활용하지는 앞으로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3. 주어진 일은 최대한 '잘' 해내기!

한 번의 프로젝트가, 한 번의 강의가 성과가 나오느냐 그렇지 않냐에 따라 다음일이 연결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사내 강사로 존재했을 때에는 고민해보지 않았던 류의 고민이다. 회사에서는 그날 강의가 좀 별로였어도 다음에 잘 하면 된다. 하지만 프리랜서 형태의 강사는 그날 강의 하나로 내 전체를 판가름 짓는 일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는 없다. 그러고 보면 tv에 모 유명강사가 이야기했던 말.. 이 일은 '꿈'이 아니라 '생계'가 맞다. '첫 1~2년은 굶어 죽을 수도 있다'라는 마음으로 뛰어들지 않으면 결국 또 잡코리아 채용공고를 검색하게 된다.


4. '강의' 말고도 다른 일에 도전해볼 수 있다.

내 주 업이 '강의'라고 해서 '강의'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글 쓰는 일을 하면서 '작가일'을 병행할 수도 있고, 내가 아는 어떤 분은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기도 한다. '컨설팅'을 할 수도 있고 '아르바이트'를 할 수도 있다. 전혀 무관해 보이는 일도 프리랜서는 동시에 여러 개가 가능하다. 그러나 여기서도 개인적인 생각을 가미하자면 내 업과 전혀 무관한 일을 하기보다는 업과 연결고리가 있는 것들에서 파생되는 일들을 찾아보면 더 좋다. 자칫 잘못하면 '그 강사는 뭐하는 사람이야?'라고 묻는 등, 개인 브랜드에서의 혼란이 올 수 있기 때문에.


5. '일'의 '본질'에서 멀어지는 것들을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예를 들어 출근하자마자 '상사 눈치 보는 일' 같은 것들 말이다. 회사를 다니면서 나는 비본질이 본질을 넘어서는 수준의 것들을 많이 경험했다. 중요하지 않은 것들 (파워 게임 안에서 살아남기, 의미 없는 장시간 회의, 복잡한 보고체계, 불필요한 서류 등)로 인해 정작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는 것 말이다. 그렇다고 프리랜서는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을까? 그렇지는 않다. 그 일을 완성하기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하는 괴로운 일들도 많지만 결국 그 일조차도 내가 하고자 하는 혹은 좋아하는 것들과 연결고리가 있기에 중간중간 오는 위기는 스스로 관리가  가능하다. 그리고 나의 성과 평가는 클라이언트가 늘 주시하고 있기 때문에 여간해서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는 없다. 


6. '유연성'을 겸비해야 한다.

대기업의 체계화된 시스템 안에서 일을 하다 주먹구구식으로 일하는 클라이언트를 만나게 되면 이 또한 고역이다. 모든 회사가 '강의 요청서 양식'에 꼼꼼히 글을 기재해 정식으로 요청하지 않는다. 한 회사 하고만 거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회사들의 업무 스타일에 빠른 적응이 필요하고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성을 꺼내 써야만 한다. '아니 어떻게 일을 저런 식으로 해!'라고 버럭 할 일도 있지만 나 한 명과 일하자고 그 회사의 업무 성격을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는 일이 아니라면 조화를 이룰 수 있어야 한다. 


7. 브랜딩을 해야 한다.

기업만 브랜드가 있는 것은 아니다. 프리랜서도 개인 브랜드가 있어야 한다. 일만 잘한다고 늘 누군가 날 찾아줄까? ' 나 이런 사람이에요 '를 끊임없이 알리고 사람들의 생각 속에 포지셔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sns 같은 채널에서의 소통은 꽤 의미 있다. 나는 이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꾸준히 해보려고 노력한다. 알리는 일을 통해서 내가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욕구도 생긴다. 뱉어놓은 말을 지키지 않으면 스스로 마음이 불편해지니까.

오늘 나의 사무실은 너다. 스타벅스.

물론, 나는 언제든 나의 성장의 기회를 열어줄 회사가 나타난다면 또다시 조직에 들어갈 의향도 있다.

하지만, 현재 이 자유와 책임이 동시에 오는 짜릿한 삶을 보장해줄 만한 회사가 있을까? 는 의문이다.


프리 하지만 결코 프리 하지 않은 프리랜서.

지금은 현재 아무것도 없는 하얀 도화지의 아기 프리랜서지만 크레파스를 꺼내어 한 줄.. 두줄.. 그리다 보면 어느새  예쁜 색깔의 것들로 채워져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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